234. 길을 가다가
하늘이 흐린 날은 마음에도 구름이 들어와 앉습니다. 마음에 구름이 드리면 생각도 막막해집니다. 이럴 땐 훌훌 털고 일어서는 일이 상책입니다. 그냥 편한 옷차림으로 한길에 나섰습니다. 좀처럼 걷지 않았던 길을 걸으니 발바닥이 편하지 않습니다. 다니기에 좋아라고 포장한 길이 사람에게는 여간 불편하지 않음을 단박에 느끼면서 내가 그동안 승용차에 얼마나 길들여져 있는가를 깨달았습니다. 포장된 길을 빗겨 가장자리 풀들이 난 곳을 걸었습니다. 포근한 풀들의 감촉이 아스팔트의 것과는 비교가 안 됩니다. 그러나 한참을 걷다가 문득 뒤를 돌아보고는 깜짝 놀랐습니다. 내가 기분 좋게 지나온 그 자리에는 내 발에 밟힌 풀들이 지금 오! 심하게 고통을 받고 있음을 보았기 때문입니다.
아스팔트길만 걷다가/흙을 밟아 봤어/참 오랜만에 발바닥으로 전해오는/
흙의 부드러움/기분이 좋았지//파란 풀밭위도 걸었지/온몸에 전해오는 포근함/
상쾌했어//한참을 가다가 뒤돌아 봤어/거긴/내 발자국에 밟혀 드러누웠던 풀들이/
일어서고 있었어/안간힘을 쓰면서/허리가 꺾여 일어나지 못하는 풀꽃도 있었어//
쓰러진 풀잎들의 아픔과/일어나지 못하는 꽃들의 눈물//
미안하다/떨리는 가슴을 애써 주워 담으며//아스팔트 그 길로/다시 뛰어가고 있었어.
‘길을 가다가’란 제목의 제 시입니다. 그랬습니다. 우리는 일상생활 속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한 언행 때문에 다른 이들이 고통을 당한다는 사실을 까마득히 모르고 살고 있음을 알았습니다. 함부로 한 내 말 한마디가 다른 사람에겐 상처가 되고 조심성 없는 내 행동이 나보다 약한 이에게 나쁜 영향을 줄 뿐만 아니라 때로는 아픔이 된다는 것을 말입니다. 사는 일이 모두 자기중심적이라 하지만 배려를 잃은 언행은 생각보다 심각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사실을 알 것 같습니다. 허리 꺾인 풀꽃의 아픈 눈물을 보면서 매사에 내 언행에 조심을 해야 함을 길을 가다가 배웠습니다.
아직 하늘에 구름은 걷히지 않았지만 내 마음속의 막막했던 구름은 조금씩 개이고 있었습니다.
2009. 11. 4.
'나의 문학 > 산문' 카테고리의 다른 글
236. 맞장구치기 (0) | 2009.11.07 |
---|---|
235. ‘모두가 다 그래도 ..’ (0) | 2009.11.07 |
232. 받침 돌 (0) | 2009.11.07 |
231 분수(噴水) (0) | 2009.11.07 |
겨울이 오기 전에 (0) | 2009.10.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