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문학/산문

238. 산 위에서

빛마당 2009. 11. 21. 15:51

 

238. 산 위에서

 가까운 가을 산을 다녀왔습니다.

산을 오를 때는 대부분 눈앞에 보이는 것들에 충실합니다.

내 발자국을 놓을 곳들과 그리고 눈에 잘 띄는 크고 작은 나무들과 잡초들. 가까이서 보면 저마다 조금씩 다른 표정을 하고 있음이 신비롭습니다.

이는 가까운 곳에서 바라보기 때문에 찾을 수 있는 아름다움입니다.

그러다가 정상에 올라서면 지금까지 보아 온 것과는 또 다른 느낌을 줍니다.

아득히 열려있는 들의 가슴과 서로 다른 높낮이 임에도 다가서는 산과 숲의 어깨, 그리고 저마다 개성적인 나무들이 어우러져 이룬 거대한 풍경화를 볼 수 있습니다.

 시각디자인에는 자연을 관찰하는 방법으로 근시(近視), 원시(遠視), 그리고 투시, 확대, 집합, 분해 등이 있습니다.

이 중에서 원시(遠視)라는 것은 사물을 멀리서 볼 때 가까이에서 보지 못했던 또 다른 미적 요소를 발견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다시 말하면 사물을 가까이에서 관찰하면 그가 가진 개성이나 특수성을 보다 자세하게 볼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전체를 하나로 봄으로서 세세한 결점쯤은 더 큰 미적요소로 통합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오늘도 산을 오르면서 이 두 가지 경험을 한꺼번에 합니다.

그러다가 문득 우리 인간관계를 생각합니다.

 자연은 서로에게 손을 내밀어 소통의 길을 만들고 있는데 속 좁은 우리들은 너무 많이 알려는 욕심으로 상대의 결점을 보게 됩니다.

그리고 이로 인해 보이지 않는 금(線)을 그어가며 네 편 내 편으로 편 가르기를 하며 사는 것이 아닌지요. 그래서 때로는 멀리서 바라보는 훈련도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너의 집/우리 집/참 멀리 떨어져 있었는데//산 위에서 보니/한 동네구나//

 집과 집 사이/가리던 담/쳐다보기도 높던/이웃집 철조망도/여기선 보이지 않는구나.//   마을과 마을/저만치 멀리 떨어져 있어도/산이 서로 안아 주고/강이 하나로 이어 주고//   그래도 떨어진 자리/길들이 손 내 밀어 잡아주고 있구나.//별 것 아닌 일로 우린 서로/

 토라졌지/가까이 있으면서도 마음이 먼 아이야//산 위에서 보니/웬일인지 보이지 않던/

 부끄러운 내 마음이 보인다.


 ‘산 위에서’라는 제 동시입니다.

 너무나 선명하게 들어앉은 내 가슴에 풍경하나 지우고 새 그림을 그리며 산을 내려오는데 내 입술은 어느새 휘파람새의 노래를 따라 부르고 있었습니다.

2009. 11.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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