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문학/산문

245. 기왕에 말하려면

빛마당 2010. 7. 14. 22:40

 

245. 기왕에 말하려면

 ‘걷기’가 건강에 좋다니까 어디나 야단입니다. 게으른 나도 가끔 붐비는 사람들 틈에 끼어 있는 걸 보면. 하여 육체적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 건강식품 인기는 그 값을 따지지 않고, 몸에 좋다면 생태계는 파괴되어도 그만인 지경입니다. 하지만 참으로 중요한 것은 온전히 육체를 육체이게 해주는 마음이 아닐까요. 그러나 우리는 짐짓 여기서 헤매고 있습니다. 정신이 건강하려면 뭐니 뭐니 해도 마음을 잘 쓰는 일입니다. 질병의 근원이 마음에서 온다고 했으니 육체적 건강을 챙기기 전에 우리의 마음을 잘 보듬어야 한다는 뜻이지요. 내 마음의 평정심이 무너지면 그 틈새로 부정적인 생각들이 고개를 쳐들고 일어납니다. 일상의 스트레스는 바로 부정적 생각으로부터 싹이 틉니다.

 사람의 내면을 가장 잘 들여다보는 방법은 대화입니다. 왜냐하면 사람은 언어라는 수단을 통해 자신을 표현하기 때문입니다. 짧은 시간일망정 대화해 보면 상대편의 생각이 긍정적인지 부정적인지 대략은 알 수 있습니다.

 긍정적 대화의 내용은 주로 칭찬(稱讚), 격려(激勵), 위로(慰勞), 감사(感謝) 등이지만 부정적일 경우는 험담(險談), 험구(險口), 흉(凶), 비방(誹謗), 비난(非難), 원망(怨望) 등이 주를 이룹니다.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라는 말은 칭찬보다는 비난이나 험담을 많이 하는 우리네 부정적 언어생활을 극명하게 표현한 말입니다.

 “그 사람이 나에게 그럴 수 없어. 맞지?”

 “그러게. 그 사람 나도 다시 봤다니까”

 “그 뿐 아니야 네 흉도 많이 보는 걸 들었어. 어쩌면 그렇게 말하는지...”

 “흉보는 사람, 자기는 뭐 흉볼 일 없나. 안 그래?”

 어쩌면 이웃에 대한 험담이나 비방을 통해 자기를 합리화하고 자기 불만을 해소하나 봅니다. 이 때 동조자가 있다면 더 큰 상승작용을 하겠지요. 그래서 원망도 심리학에서는 카타르시스 역할을 하나봅니다. 그러나 이런 대화는 머지않아 그 부정적 말 값으로 얼굴 붉힐 일들이 파생한다는 뻔히 알면서도 말입니다.

 내 앞으로 많은 사람들이 바쁜 걸음으로 스쳐갑니다. 그런데 이 산책로에서 조차 내 귀를 잡고 늘어지는 대화의 내용들은 대부분 부정적입니다. 때로는 저들이 왜 이 산길을 땀 흘리며 걷고 있는지 이해가 되지 않을 때도 있습니다.

 현대 문명에 주눅이 든 사람들이 그나마 자연을 가까이 하고 짧은 시간이나마 호연지기를 기르면 정신도 맑게 정화되어 마음의 평정은 물론 육체의 건강도 함께 얻을 수 있을진대 말입니다.

 ‘나도 혹시나...’ 하고 마음으로 입단속을 하며 산길을 내려오는데 청설모 한 마리가 쪼르르 소나무 가지를 타고 내려오더니 땀 흘리며 바쁘게 걷는 한 무리의 사람들을 연신 고개를 갸우뚱 거리며 바라보고 있습니다.

2010. 7.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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