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문학/산문

모두가 열광하는 까닭

빛마당 2011. 7. 28. 16:11

 

 

 

268. 모두가 열광하는 까닭

 주말 저녁 밥상을 두고 자녀들과 둘러앉았습니다. 모처럼의 귀한 시간을 위해 티브이를 끄려는데 아내와 아들 내외가 손사래를 칩니다. 화면에서는 어느 방송사 ‘나는 가수다’라는 프로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사회도 가수가 하고, 출연자 일곱 도 이름 있는 가수들입니다.

 그들은 각각 다른 사람의 곡을 지명 받아 자신의 음량, 음색, 취향에 맞도록 편곡을 하고 이를 한 주간동안 자신의 노래로 소화해서 발표합니다. 모두 일곱 명이 출연하는데 전문가와 방청객의 투표로 순위를 정하고 1차, 2차의 경연을 통해 가장 낮은 점수를 얻은 가수는 탈락합니다. 결국 탈락이란 이들이 최선을 다해야 하는 하나의 장치인 셈이지요. 이 장치가 출연자들을 프로답게 만드는 근성으로 작용합니다.

 모두들 관심을 가지고 보기에 내 시선도 화면에 꽂히고 말았습니다. 노래를 부르는 가수나, 이를 지켜보고 있는 매니저, 그리고 이들을 평가할 전문음악가들의 눈길이 예사롭지 않습니다. 더구나 입추의 여지가 없을 만큼 빼곡히 들어 찬 관중들과 관중평가단은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시간 내내 힘껏 당겨진 활시위처럼 긴장감으로 분위기를 돋우고 있습니다.

 가수가 나와서 노래를 할 때마다 모두 하나가 되고 있습니다. 3분 50초, 그 시간을 위해 가수는 혼신의 힘을 다하고, 청중은 그 노래에 몰입을 하고 있습니다. 그랬습니다. 그곳엔 온통 음악만이 살아 있었습니다.

 일곱 명 가수들의 공연이 끝나면 순위가 결정되지만 가수나 청중들에겐 결과가 그다지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서로가 서로를 격려하고 모두들 최선을 다했다는, 그리고 최고의 노래를 들었다는 행복감만이 남아있습니다.

 그렇습니다. 우리 가족이나 또 많은 시청자들이 ‘나는 가수다’에 몰입하고 박수를 보내는 것은 단 한 가지. 진정한 프로 정신을 만나기 때문입니다. 이미 획득한 자기의 인기에 만족하지 않고 다양하면서 더 좋은 음악으로 다가가기 위한 피나는 노력에 감동하는 까닭입니다.

 눈을 돌려 나를 살펴봅니다. 아침에 일어나서 지금까지 해 온 일들과 또한 자기 전에 내가 마무리해야 할 일들, 그리고 오늘 내가 만난 사람들과의 관계도 떠올려 봅니다. 어느 것 하나 최선을 다한 것이 없습니다.

 어떤 일은 대충, 어떤 만남은 억지로, 읽다 덮어 둔 책은 아직 열리지 않았고, 컴퓨터 화면엔 하루에 한 편씩 쓴다고 장담하던 산문의 제목들만 나열되어 있습니다. 도무지 옳게 해 놓은 것이 없습니다. 이러고서도 천하태평인 내 모습이 어처구니가 없습니다.

  3분 50초, 짧은 이 순간을 위해 공연장에서 쓰러질 각오를 하는 이들에게 나도 기립 박수를 보내며 다시 한 번 나를 다잡아 보는 저녁입니다.

2011. 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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