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으로부터
바람은 보이지 않는다. 다만 실체와 만났을 때 스스로 그 모습을 나타낼 뿐이다. 살펴보라 그의 기쁨과 슬픔, 그의 분노와 평화를 읽을 수 있을 것이다. 그 실체는 누구일까? 어쩌면 나 자신일 수 있다. 솔잎을 만난 바람은 솔잎의 모양을, 떡갈나무와 만난 바람은 떡갈나무의 몸짓을 하고 있지 않은가? 그렇다면 내 몸에 이는 바람은 곧 나 자신의 모습을 나타내고 있음이리라.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존재하지 않는다는 어리석음을 범하지 말자. 2010. 7. 8
열매를 보면서
아구배 나무에 꽃이 피었다. 베어내야지 베어내야지 하면서도 봄철에 피는 화려한 꽃 때문에 아직도 자리를 지키고 있다.
그 화려한 꽃이 떨어지면 앙증맞게 열리는 열매. 그러나 어쩌랴 자라지 않는 것을.... 이미 다른 사과나무는 주먹만큼 굵어지는데 아구배 꽃사과는 앵두만 하다. 하지만 그 나무를 탓할 일이 아니지 않는가? 아구배나무를 심어놓고 아오리 사과를 바라는 것은 정말 억지요 욕심일 뿐이다. 2010. 7.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