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문학/동시 483

첫눈 오는 날 외 3편

첫눈 오는 날 김재수 첫눈이 오는 날 아직 초승달 모양으로 남은 내 손톱의 빨간 봉숭아 꽃물 마음속으로만 좋아하던그 애에게 불쑥 내 밀고 싶다.2024.11.27.  낙엽 김재수 턱을 고이고 창밖을 내다보는데감나무가 툭툭낙엽을 떨 구고 있다 숙제걱정, 점수걱정, 엄마의 잔소리....머리가 너무 무거워 감나무처럼 툭툭털어버리고 싶었는데 아니네 낙엽 떨 군 나무가몹시 추워 보였다.2024/11.27 주간한국문학신문에 보냄 그 아이 김재수 얼굴이 예쁘니?아니 마음씨가 고와?몰라 널 좋아해?몰라 왜 좋아하는데?그냥   그 아이에 대해 아는 게 뭐야?몰라 다 모르는데 한 가지는 알아내가 그 아이좋아 한다는 거2024.12.11. 삐졌다 김재수 텔레비전에 국회의원들이서로 고함을 치더니우루루 한 편이 나와 버렸다 형..

꽃 이름과 꽃말 외 4편

꽃 이름과 꽃말 김재수 장미꽃 앞에 앉아서 물었어네 이름이 무엇인지네 꽃말이 무엇인지 아니? 장미꽃이 고개를 흔들었어 ‘빨간, 하얀, 노랑, 분홍, 주황, 파랑, 보라, 검정...... 장미’ ‘순결, 무죄, 질투, 불신, 은혜, 감탄, 기쁨, 우아함, 첫사랑, 수줍은 고백....’ 난 그런 거 몰라그냥 네가 좋아하는꽃이면 되.2024. 10.27. 2025.3. 현대문예에 보냄 천사나팔꽃 김재수 새벽에 기도하러 가시는 할머니 등에천사나팔꽃이 뿌뿌 나팔을 불고 있다 할머니의 기도가향기로 하늘에 오르도록 뿌뿌 신나게향기 나팔을 불고 있다.2026. 10.27 김미연 시인의 제9회 개인전에 붙여  김재수 소녀가바이올린을 연주하고 있다 비발디의 사계산들바람이 부는 여름을 지나이제 막 가을을 연주하고 있다 바이..

안개 외 3편

안개 김재수 한 발자국 앞도 보이지 않는안개 낀 아침 붙박이로 사는 산과 나무들이출렁이는 바다도 수평선을 뛰어넘어하늘을 다녀오는 것 같다 하늘에서만 머물던 구름도모처럼 스멀스멀땅으로 내려왔다가 가는 것 같다 안개가 서서히 걷힐 때 쯤드러나는 산과 나무와 바다의 모습 꼭동화 속 꿈나라를 다녀온 아이들이 잠에서 덜 깬 얼굴을 하고 있는 것을 보면.2024.10.23.너라면 김재수 저만큼 떨어져 있어바라보기만 해도 좋아 서로 다른 일을 하지만찡긋 나눈 눈짓 한 번에도 좋아 아무 말 안 해도함께 있으면 왜 이렇게 편한지 때론 얼마동안네 소식 몰라도 내 마음속에 네가 있으면그냥 좋아.2024.10.24. 담쟁이덩굴 김재수  담쟁이덩굴이벽을 밀고 있다 “넘어지지 마” 수많은 손바닥을 활짝 펴고오래된 벽을힘껏 밀고 ..

독도 외 3편

독도 김재수 독도가 많이외로웠나 보다 거센 파도를 헤치며마중을 나왔다 오고 가는 길이 멀다고마음까지 멀면 안 되는데 독도는 늘 내 생각을 하고 있었나 보다 파도처럼 넘실거리는 미안한 마음 나도 가슴을 열고 너를 꼭 안았다.2024. 9.28. 가장 맛있는 것 김재수 밥맛없다고 투정을 부렸는데할머니 말씀 밥이 모자라 더 먹을 것이 없어빈 숟가락 빨아 먹는 맛이 최고였단다 반찬투정을 했더니아버지 말씀 손바닥에 보리밥 한 덩이 올려놓고슬슬 뿌려 먹던 된장 맛이 최고였단다.2024.10.15. 펜 경북에 보냄 도깨비바늘 김재수 난 도깨비바늘이야 이름이 좀 그렇지만어때? 네가 가는 곳이라면어디라도 따라가고 싶어 스치기만 해도 좋은 걸 어떻게 해 갈고리 손 내밀어서억지로라도 함께 하고 싶어 혹시 아니?도깨비바늘이 ..

엄마 신발

엄마 신발 김재수 새로 사온 신발몇 번 신어보지도 못하고엄마는 떠나셨다 신발은 자주 신지 않으면저절로 삭아서 버린다기에 오늘도 신발장에서 꺼내들어가지 않는 신발을 신어본다 여전히내 발가락을 따스하게 하는엄마의 발 냄새2024.9.23. 2024 동시문학회 연간집 보냄 할머니 눈썹 김재수 할머니 눈썹 내가 그려 드릴까?아니, 내가 그려도 돼 열심히 그리시는 할머니 눈썹아무리 봐도 짝짝인데 어머니, 눈썹 잘 그리셨네요?우리 엄마 칭찬에 할머니 짝짝이 눈썹위로함박꽃 웃음이 달렸다.2024.9.24. 2024 동시문학회 보냄 파김치 김재수 배추김치, 깻잎김치, 깍두기...수북한 김치 거리 온 종일 빨간 고춧가루에엄마 손에 불이 나더니 마지막 남은 파김치 담그다엄마는 파김치가 되었다.2024. 9.25. 펜 경북..

덕분에 외 3편

덕분에 김재수 하루 밤 사이에 굵어진 애호박에게웬 일이냐고 물었더니땡볕 덕분이래 빨간 꽃잎 기운 차린 배롱나무에게웬 일이냐고 물었더니소나기 덕분이래 모처럼 그 애에게 안부를 불었더니금방 답이 왔어네 덕분이야 라고 나도 얼른 보냈어네 덕분이야 ^*^2024.8.22. 경북문단 44호에 보냄 스마트 키 김재수 아빠가 자동차 시동을 거는데시동은 걸리지 않고 나타난 문자 ‘스마트 키가 없군요’ 사람들을 속이는 이들나쁜 일을 하려고 할 때도꼼짝 못하게 했으면 좋겠다 ‘죄송합니다.양심의 키가 없군요‘2024.8.22. 잠자리 김재수 겁쟁이 잠자리 한 마리바지랑대 끝에 앉았다 괜찮을까?데룩데룩 큰 눈알 굴리다가날개 살짝 접어보고 안전할까?큰 머리 이리저리 갸우뚱 거리다가또 한 번 접어보고 편안한데또 한 번 날개를 접..

이름 부르기 외 3편

이름 부르기 김재수 네 이름을 불렀어그냥 네 이름만 꽃들이 환하게 웃으며대답 하더라새들도 노래하며대답 하더라 손을 잡지도눈 웃을 보내지 않았는데바라소리로 달려와안겨오더라 순이라는 이름 하나가온 세상을 품어 안고달려오더라.2024. 8.8 푸른잔디 호박순 김재수 호박순이 슬금슬금흙담 위로 손을 내밀었다담장이 든든한 어께를 빌려 주었다. 타는 듯 땡볕을호박잎이 큰 그늘로 덮어주면서해만큼 환 한 웃음을 웃어 주었다 담장위로동글동글 예쁜 애호박을낳아주었다.2024. 8.11.낙동강 문학 원고 보냄덩굴손 김재수 여린 손 내밀기에서로 서로 꼭 잡았지 넝쿨 마디마다꽃 피고 열매 맺고 웃으면서 걱정 마비바람에도 흔들리지 않을 테니.2024.8.21. 존애원 시화전 보냄 덩굴손 사랑 김재수 나에게 여린 손 내밀기에나도 ..

농부 아버지 외 3편

농부 아버지 김재수 눈만 뜨면 아버지는 종일복숭아밭에서 지냈다 땡볕과 비바람을 이겨내고잘 익은 복숭아 한 알 두 알따서 담는 아버지의떨리던 손 정성껏 포장된 복숭아를 보는아버지의 새까만 얼굴에복사꽃이 피었다.2024.7.16. 카톡 방(1) 김재수 너와 나 둘만의방을 만들었지 볼 수 없는 마음을볼 수 있어서 좋아 ^*^-- 네 마음이빤히 보여.2024.7.16. 카톡 방(2) 김재수 멀리 있는 친구도가까이 있는 친구도 까톡 까톡 까톡 언제라도 한 방에서 만날 수 있어 좋아 까톡-방문이 열리면 금새 와글와글 모이는그리운 얼굴 칭찬도 허물도함께 어울리는 방수다 방.2024.7.16. 머리 깎기 김재수 머리를 깎았지너에 대한 미움이자꾸만 커지기에 땅바닥으로 무심하게떨어지는 너의 기억들 미움과 함께떨쳐버리려 했..

뭉크의 그림 외 3편

뭉크의 그림 김재수 다리 위에서 귀를 막고 소리치는 사람 허리아파 힘들어 하시는우리 할아버지였다 지친 하루 견디고 오신우리 아빠였다 내 성적 때문에 고민이라는우리 엄마였다 아니다어디에도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해끙끙대는바로 나였다.2024.6.22. 무화과 김재수 꽃이 없어도열매를 맺는다는 과일 자세히 보면과일 속에 꽃이 들어있다 꽃은 가슴에 피어야 한다고말해주고 있다.2024.6.22. 현대문예에 보냄 강아지풀 김재수 오요요-강아지 열두 마리풀숲에 놀러왔다가 몸통은 어디 숨기고날 찾아 봐라꼬리만 살랑살랑.2024.6.26.* 오요요- 경상도에서 강아지를 부르는 소리  호박 김재수 호박을 심었지 넉넉한 잎 환하게 웃는 꽃성큼성큼 뻗는 손달덩이 같은 호박 호박을 보면 부러워닮고 싶은 게 참 많아.2024.6...

그 자리 외 3편

그 자리 김재수 봄부터 여름 내내기다렸다긴 의자에 네 자리 남겨 놓고 벚꽃 피기 전 올 거라고 했는데5월 장미가 피었다 지고6월 뻐꾸기소리 산을 넘는데 오늘도 푸른 바람만 가득한그 자리 들꽃 하나 놓고 간다행여 몰래 다녀갈까.2024. 6.17. 뻐꾸기 김재수뻐꾹 뻐꾹오월이 오더니 뻐꾹 뻐꾹유월이 갑니다 산과 들에 푸른 물결을 남기고 산과 들에푸른 노래를 남기고2024. 6.19. 하지 김재수 일 년 중 오늘낮의 길이가 가장 길단다해님이 달님에게 말했어 그래?내가 조금 씩 조금 씩 양보해서 그런 거야 이제부터는 내가 조금씩 양보할게해님이 달님에게 말했어 그래 우리 동지 날 다시 만나자달님이 해님에게 말했어.2024.6.21. 로봇 커피자판기  김재수 콕콕 단추를 눌러계산을 하고톡톡 단추를 눌러 주문을 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