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차
경서노회 남선교회연합회 해외의료선교 및 선교지 탐방기
때 : 2011년 3월 7일 - 2011년 3월 12일
장소 : 필리핀의 파세코, 산 마태오, 따이따이
기록 : 김재수(경서노회 회록서기, 신봉교회 장로)
필리핀 마닐라를 향해 80여명이 함께 날다
2011년 3월 6일 02시 30분, 아직 새벽바람은 찬대 상주교회에는 뜨거운 바람이 불고 있었다. 하나님의 계획과 섭리로 선교지 탐방과 의료선교의 꿈을 간직한 80명의 기도가 상주교회 소 예배실을 달구고 있었기 때문이다. 03시 30분, 상주교회 곽희주 목사님의 출발 기도와 함께 제5차 경서노회남선교회 해외 의료선교 및 제2회 상주시찰 선교지 탐방 여정이 시작되었다. 캄캄한 새벽, 모두가 잠든 길을 차는 고속도로를 신나게 달렸다. 세 시간동안.
06시 20분에 인천공항에 도착하여 모든 수속을 마치고 8시에 출국신고를 하니 비행기는 8시 30분에 이륙하기 시작했다.
이번 의료선교 및 선교지 탐방은 이미 2년 전부터 계획하고 있던 상주시찰과 지난 해 이후 준비해온 경서노회남선교회연합회가 공동 주관으로 이루어지게 되었다.
조직은 다음과 같다.
대회장 : 이재구 장로(경서노회남선교회연합회장), 정인식 목사(상주시찰장)
준비위원장 : 곽희주 목사(상주교회)
실행총무 : 이상기 장로(경서남선교회의료선교단장)
재정부장 : 서정호 장로(경서남선교회 회계)
대회진행 : 강대식 목사(상주시찰회 서기)
실무조직
의료진 및 협력단원
한방 : 김학진(한의사) 안춘지, 최월봉, 김동봉, 김정이
교정 : 채희담(교정사) 김학용, 양연자, 남궁원식, 최고식
침구 : 조장휘(침구사) 최현자, 유쌍선, 전금숙
내과 : 김주태(의사) 손영란, 강명미
약사 : 이상기(약사) 김성자, 임순애, 박경숙
기록 : 김재수(경서남선교회회록서기)
촬영 : 장일규(경서남선교회 협동총무)
기도 : 정인식, 곽희주, 윤일국, 김재원, 강승훈, 정주옥, 박연모, 강대식, 장동진, 조용호,
권혁진(목사)
안내 : 김정선, 최미향, 정영애, 장영신, 최연옥, 황정옥(사모)
방문 전도와 봉사 : 장봉기, 장진모, 이종선, 간석주, 노순규, 김문식, 김의자, 김계자,
엄창용, 박명주, 이홍열, 남희자, 최선옥, 김정묵, 이강장, 한상순, 송차용, 이종백, 안봉탁, 노영택, 강미순, 장응규, 박춘임, 오재익, 윤동경, 안병철, 류승환, 김옥선, 김이식, 이정남, 서희정, 이충자(장로 및 권사)
비행기가 이륙한지 3시간 45분, 11시 23분 도착예정이다. 인천공항에서 마닐라 공항까지 2,620km의 거리, 한국시간보다 한 시간이 늦단다. 모두들 시계를 필리핀 현지 시간으로 조정하였다.
정확히 11시 23분 마닐라 공항에 도착하였다. 모든 입국 수속을 마치니 12시 20분이 넘는다. 가져온 화물들이 너무 많아 입국에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우리를 마중 나온 1호차의 현지 가이드는 권영대씨. 필리핀 이름으로 코리(Kore)라고 한다. 식당으로 이동하는 동안 코리는 필리핀의 일반 사항을 설명했다. 공항에서 나와 한국식당(비원코리아레스토랑)에 도착하니 오후 1시가 다 되었다. 이곳에서 정인식 목사의 기도 후 첫 필리핀에서 점심식사를 하였다. 현지식을 먹어야 제격이지만 모든 이들을 위한 배려라고 하니 못내 아쉬웠다.
첫째 날(3월 7일 월요일) 밥퍼 행사
1시 45분, 두 대의 버스는 첫 선교지 파세코를 향했다. 파세코는 메트로 마닐라(광역수도)의 외곽지에 위치한 빈민촌이다. 필리핀 각지에서 무작정 상경한 사람들이 쓰레기로 바다를 매립한 이곳에 정착했기 때문에 모두 가난과 함께 사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거의 직업이 없단다. 있다면 쓰레기를 줍거나 매춘, 혈액매매, 장기매매, 이것도 아니면 구걸이나 절도행각을 한단다. 공식적으로 등록된 주민이 10만이라고 하나 주민등록이 없는 이들을 포함하면 13만 이상이 넘고 이곳에 아이들(공식적 등록)만 4 만 명이 넘는단다. 필리핀에 세 가지 많은 것이 있는데 첫째가 코코아, 둘째가 섬, 그리고 마지막이 아이들. 아이들 대부분 학교를 다니지 못하고 집에서 놀거나 길거리에서 농구를 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곳에도 이미 모슬렘이 40%를 차지하고 있고 기독교 인구는 겨우 3%정도라고 WMC 이경옥 선교사는 설명한다. 이곳에서 우리는 첫날 밥퍼 행사를 진행하였다.
2시 15분에 파세코에 도착한 우리 일행은 편성된 4조로 행동하였다. 각 조별로 WMC에서
파송한 현지 선교사와 목사님을 한 팀이되어 움직였다. 먼저 밥퍼 행사에 앞서 파세코 복음을 위한 땅 밟기 순례를 시작했다. 2009년에 필자가 이곳에 왔을 때 보다는 정비가 다소 된 듯 했지만 여전히 열악한 공간이다. 하수, 상수도 시설이 없고 화장실도 마련되지 않은 이곳은 비가 오지 않았는데도 질퍽한 길마다 오물들로 인해 발을 내 딛기 조차 힘들고 역겨운 냄새로 가득했다. 셋 교회 순례의 길은 참으로 힘들었다. 뜨거운 열기와 악취가 숨이 막힐 정도였다. 그래도 도착하는 교회마다 제일 먼저 시무하는 목회자와 교인, 그리고 이 지역 복음화와 악한 영의 도전을 이기게 해 달라고 통성기도를 하였다. 우리 팀이 첫 번 도착한 곳은 WMC에서 세 번째 개척한 갓상한 교회, 이어 새순교회. 이곳은 대부분이(40%) 모슬렘이 사는 지역이라 했다. 새순교회는 개척부터 모슬렘들로 인한 핍박이 심했던 곳이란다. 그리고 다시 탐바칸 교회로 출발했다. 이 교회는 티노 목사님이 시무하는 곳이다. 120여명의 교인이 있고 교인 중 3명은 북한 선교를 위해 간호사를 꿈꾸는 선교지망생이 있다고 했다. 이들을 위해 손 모우고 기도하는 모든 이들의 눈에는 눈물이 맺혀 있었다. 이번 밥퍼 행사는 갓상한 교회가 중심이 되어 밥을 짓고 다른 교회로 이송하면서 서로 다른 교회에서 나누어 밥퍼 행사를 시작했다. 함석으로 이어졌지만 하늘이 훤히 다 보이는 탐바칸 교회, 이 교회도 쓰레기 매립지역이어서 물이 올라와 흙으로 덮다보니 교회 천정이 자꾸만 낮아지고 있어 걱정이란다. 행사장 안에는 200명도 넘는 어린아이들로 가득하고, 티노 목사님은 이들에게 열심히 복음을 전하며 복음송을 들려주고 있었다. 전기시설도 열악하여 어두컴컴한 교회 안, 냉방시설이라고는 천정에 힘겹게 달려있는 선풍기 4대, 그리고 맨바닥위에 깔아 놓은 담요처럼 생긴 천위에 뒹구는 아이들. 그 아이들의 소리를 잠재우려는 시끄러운 앰프 소리. 그래도 이곳이 이들에게는 친교와 교육을 통해 희망을 꿈꾸는 지역 센터역할을 한다고 한다. 오늘의 행사에 참여한 인원은 원래 계획이 1,000명이었으나 소문을 듣고 온 아이들이 많아서 아마도 1,200명도 넘을 거라고 이경옥 선교사는 말했다. 점심 한 끼래야 접시에 밥 두 주걱, 삶은 계란 하나, 그리고 닭고기 삶은 국과 닭다리 하나, 바나나 한 개가 고작이었지만 이 한 끼니가 이들의 오늘 하루 일용할 양식이란다. 어쩌다 배식 받은 닭고기가 땅에 떨어지자 서러워 울음을 터뜨리는 아이들. 오늘은 특별한 날이어서 이 아이들에게는 특식이라며 선교사는 귀뜸을 해 준다. 이 특식이 땅에 떨어 졌으니 우는 아이의 심정을 이해할 만하다. 이를 본 권사님 한 분이 얼른 닭다리 하나를 집어다 아이의 손에 쥐어 주었다. 그런데 대부분의 아이들이 이곳에서 음식을 먹지 않고 미리 준비한 비닐에 담아 마치 세상을 얻은 것처럼 집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이 특식을 가족들과 나누어 먹으려는 아이들의 배려란다. 이 광경에 우리는 눈시울을 붉히지 않을 수 없었다.
4시 45분이 지나서야 모든 행사가 끝이 났다. 우리와 헤어짐을 아쉬워하는 아이들과 이곳 주민들, 그들의 까만 눈동자, 긴 터널과도 같은 파세코의 진창길이 왜 이렇게 아쉽고 허전하기만 한지, 기도를 부탁한다는 이경옥, 박호빈 선교사의 울먹이는 목소리가 메아리로 들려 우리 일행은 한참이나 뒤를 돌아다보다가 떨어지지 않는 발길을 재촉하였다.
다시 버스에 승차한 우리 일행은 시내에서 한식 식당(행복한 6 Day)에서 저녁을 먹은 후 숙소인 리치몬드 호텔(Richimond Hotel)에 여장을 풀었다. 무덥고 피곤하고 힘들었지만 우리가 이 일을 할 수 있게 해 주신 하나님께 감사드리며.
밥퍼 행사 참여한 어린이들
파세코 지역 행사를 마치고
밥퍼 행사하는 장면
둘째 날(3월 8일 화요일) 그리스도 추수의 주 함창교회 헌당식과 의료선교
둘째 날이다. 05시에 일어나서 05시 30분부터 호텔 2층 식당 한쪽에서 아침 경건회로 하루의 일과를 시작했다. 호텔이라는 공간이 경건회를 하기에는 아주 어려운 점이 있었지만 강대식 목사의 인도. 이재구 장로의 기도, 정인식 목사의 마태 25:40절을 중심으로 ‘주께 하듯 하라’라는 제목의 말씀을 듣고 설교자의 축도로 경건회를 마쳤다.
오늘은 일정이 바쁜 관계로 6시 30분부터 아침 식사를 호텔식으로 하고 7시에 산 마테오 지역으로 이동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현지 형편에 의해 7시 20분에 호텔을 출발하여 8시 30분에 산 마태오 지역에 위치한 '그리스도 추수의 주 함창교회'에 도착하였다.
이곳은 파세코 지역에 비하면 아주 환경이 좋은 편이었다. 주민들의 주거모습이나 그들의 차림새는 파세코에 비해 훨씬 달랐다. 교회는 시멘트 벽돌조의 교회로 깨끗하고 아름다웠고 교회에 헌당식에 참여한 남녀 학생들(이곳 교회 내 Academy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이 단정한 교복차림으로 우리를 마중해 주었다. 교회 입구에 지역주민들을 위해 ‘의료선교(Medical and Dental Mission)’를 한다는 안내판이 우릴 맞아 주었다.
통역을 맡은 오정호 선교사는 영주노회 영주제일교회 소속으로 이곳 필리핀에 파송되어 15년을 활동하고 있으며 현재까지 9곳의 교회를 개척하셨단다. 그리고 이 교회는 2010년 상주시찰 함창교회가 3,500만원의 건축비와 약 500만원의 시설비를 지원하여 제공하여 지난해 준공하고 오늘 헌당예배를 드린다고 설명을 한다. 아울러 지난 해 100개의 프라스틱 의자를 헌납했는데 50여개의 의자가 더 필요할 정도로 성장하고 있단다. 담임 목사는 크리스(Chris Lozande).
함창교회 조용호 목사의 인도로 시작된 헌당식은 오재익 장로(함창교회)의 기도, 정인식 시찰장의 딤전 3:15절을 봉독한 후 ‘아름다운 교회’란 제목의 말씀, 그리고 경과보고, 축사, 내빈 소개 등으로 진행되었다. 이 모든 순서는 오정호 목사님의 통역으로 이루어 졌다. 강대식 시찰회 서기 목사의 축도로 마치니 9시 45분이었다. 이곳 아카데미에서 초등과정과 중등과정을 공부하는 학생들이 약 200명이 넘는다고 한다.
헌당예배를 마친 후 교회 내를 정리하고 10시 10분부터 의료행사를 시작하였다.
교회 입구에 접수처를 마련하고 접수와 혈압체크, 몸무게, 환자들의 진료에 필요한 질문을 통해 진료과목을 정하면 진료카드를 작성하여 진료를 받게 했다. 각 코너의 배치는 교회당을 들어와 오른쪽으로 첫 번 코너에 치과의(치과의는 현지 필리핀 치과의사 네 명을 고용)가 있고 다음이 내,외과(김주태 내과의), 다음이 한방(김학진 한의사), 그리고 정면에 교정(채희담 교정사), 강단 위엔 산부인과를 위한 진료와 허약자를 위한 링거액 주사 장소를 마련했고 다음 장소가 침구(조장휘 침구사), 그리고 약국(이상기 약사)이 배치되어 모든 진료에서 처방된 약을 제공하였다. 그리고 약을 받은 사람들은 다시 선물코너를 만들어 각종 의류, 타올, 학용품, 과자류 등을 비닐봉지에 처방약과 함께 담아 이동하면 목사님들이 둘러앉아 진료를 받은 주민들에게 안수기도와 복음을 전하는 과정으로 이어지도록 했다.
끝없이 밀려오는 주민들의 대부분은 한 어머니에게 두세 명의 자녀를 동반하고 있었는데 15살 어린 주부가 7개월 된 어린 아이를 안고 오기도 했다. 치과 치료는 우리나라처럼 치료라는 개념보다는 대부분 치아를 뽑고 약을 처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는데 이곳 형편으로 치과를 다시 찾아가 치료하기는 불가능하기 때문인 것 같았다.
12시 20분에 준비해 온 도시락으로 점심을 먹었다. 오전에 진료한 사람만 130명이 넘는다.
의료진이나 의료진과 함께 협력하는 봉사자들의 대부분은 점심시간 1시간이 유일한 휴식시간이다. 이 시간 외에 휴식은 각 진료 과목에 따라 2-3분정도 간간히 휴식할 뿐이다. 밀려오는 환자들이 너무 많아 한가롭게 쉴 여가가 없기 때문이다. 오후 1시 30분부터 진료를 시작하였는데 의료팀이 아닌 분들은 점심 식사 후 교회를 중심으로 전도를 나갔다. 미리 현지에서 준비해 둔 전도지와 전도용품들을 손에 들고 가가 호호 방문을 통해 그들에게 복음을 전했다. 돌아와 보고하는 이들의 얼굴에 기쁨이 넘치고 있었다. 이곳에의 진료는 4시 30분에 마쳤다. 오늘 진료는 진료카드 매수로만 420매가 된다. 이 420매에는 한 사람이 보통 2-3개 진료를 한 셈이니 총 진료 수는 엄청나게 많아진다.
참으로 대단한 일은 한방의 김학진 장로는 86의 노구에, 침구의 조장휘 장로는 78의 연세에도 앉아 쉬는 일 없이 서서 점심시간을 제외한 모든 시간을 진료에 정성을 쏟아 모든 참여자들을 놀라게 했다.
진료를 마무리 하고 교회 안을 정리한 후 우리 일행은 현지인들과 손에 손을 잡고 둥글게 늘어섰다. 그리고 목소리 높여 찬양을 드렸다. 그리고 오늘 진료한 진료카드를 오정호 선교사와 크리스 목사님께 전달해 드렸다.
“여기에 모인 우리 주의 은총 받은 자녀라. 주께서 이 자리에 함께하심을 아노라...”
떠나 갈 듯 찬양하는 이들의 가슴은 감동으로 가득 차 하루의 피로를 씻어내기에 충분했다.
모든 행사를 마치니 오후 5시 30분. 마닐라도 돌아오는 차 안에서 모두들 꿈나라로 가고 있다. 하루의 피곤으로 인해 꿀맛과 같은 잠을 자고 있나 보다. 차창 밖에서 진한 어둠이 몰래 우리들의 모습을 드려다 보고 있었다. 6시 40분에 마닐라 시내 식당에 도착 저녁을 먹으니 모두들 입에 꿀맛과 같았나 보다. 식사시간에 얼굴이 환한 걸 보니...7시 50분에 호텔에 도착하여 저마다 또 내일 일을 위해 기도하며 안식에 들었다.
셋째 날(3월 9일 수요일) 따이따이 지역 강변교회 탐방 및 의료 선교
오늘도 어제처럼 05시에 기상하여 5시 30분부터 경건회를 시작했다. 그러나 문제가 생겼다. 호텔 측에서 이곳은 공공장소며 어제 새벽 예배로 인해 호텔 투숙객들이 항의를 한다며 집회를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런 저런 사정을 했지만 그들의 입장이 단호했다. 할 수 없이 공식적인 전달 사항만 전할 수 있게 해 달라고 하니 10분의 여유를 주겠다고 했다. 찬송은 부르지 못하고 경건회를 시작했다. 이종백 장로 기도, 곽희주 목사님이 사도행전 18장 5절- 11절을 봉독하고 ‘이 성중에 내 백성이 많음이라’라는 제목의 말씀을 하신 후 축도로 경건회를 마쳤다. 정말 10분 만에 경건회를 마친 셈이다.
한 해에 적어도 4회 이상 해외의료선교에 참여하는 이상기(경서남선교회의료선교단장.약사) 실행총무는 단기선교의 중요한 점을 다음과 같이 강조하여 모두를 숙연하게 했다.
첫째, 의료 선교는 현지 선교사들의 입지를 강화 시켜 준다. 선교사들의 배후에 이처럼 많은 사람들이 지원하고 있다는 것을 현지인에게 보여 주기 때문이다.
둘째, 현지 지역 유지들의 인식이 달라진다. 현지 유지들은 대부분 선교사들에게 비우호적인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런 행사를 통해 쉽게 우호적으로 변하기 때문이다.
셋째, 현지 주민들에게 핵폭탄과 같은 효과가 있다. 많은 사람들이 와서 자신들을 지원하고 치료해 줌으로 감동하게 되고 이에 복음수용이 엄청나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넷째, 참가자들의 의식 변화이다. 대부분 해외선교에 대해 비판적인 사람들, 다시 말하면 단기선교를 마치 관광으로 오해하거나 국내선교를 두고 왜 해외선교냐 라는 비판의식을 가진 사람들이 ‘ 아, 이게 아니었구나.’ 하고 의식이 바뀌어 지기 때문이다.
참으로 귀중한 순간이었다. 어쩌면 우리 일행 중에서도 네 번째 생각을 했던 이들이 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간단한 짐을 챙겨 7시에 따이따이 지역으로 출발했다. 모두들 오늘의 봉사활동에 대해 마음을 다지고 있었다.
오늘은 일찍 출발한 탓에 7시 55분에 따이따이에 도착하였다. 교회이름은 강변교회(Riverside Presbyterian Church), 상주교회 협력선교교회이며 차대현 선교사 내외와 이곳 교인들 중 현지인 통역을 맡은 봉사자들이 반갑게 맞이해 주었다. 시찰장 정인식 목사의 기도 후에 모두 각자 자리를 준비 한 다음 8시 15분부터 의료선교를 시작하였다. 이 교회는 구조가 조금 달랐는데 아래층에 사무실과 교실과 같은 공간들이 여러 개 있고 2층에 본당으로 구성되었다. 그래서 번호표를 받아 접수는 아래층에서 하고 진료카드를 받은 사람들은 2층으로 올라와 혈압, 체중 등을 체크한 수 각 코너로 안내를 받아 이동시켰다.
모든 코너의 순서는 어제와 같은 방향으로 진행되도록 배치를 했다. 그러나 필리핀 현지 치과 의사들이 9시가 넘어서야 도착해 일정 진행에 조금 차질을 빚기도 했다.
어제 진료한 경험이 있어서인지 봉사자나 협력자들도 손발이 잘 맞았다. 강변교회 차대현 선교사 내외분이 간식으로 망고와 파인에플, 그리고 과일의 황제라는 두리안을 제공해서 봉사자들을 힘이 나게 해 주었다. 채희담 집사의 교정 실력은 과히 마이더스의 손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을 정도였다. 현지 주민들의 척추, 목뼈 교정은 물론 발을 삐어 들어온 청년의 발목을 단 한 번의 교정으로 걸어 나가게 했고, 콧물이 나서 애를 먹는 봉사자에게 사혈과 지압으로 콧물을 멈추게 하기도 하며, 눈물이 자꾸 흘러 애를 먹는 이에게 역시 사혈과 부황을 통해 고치는 모습과 김학진 한의사와 조장휘 침구사의 침 솜씨와 뜸 치료에 신기하면서 놀라워하였다. 오늘따라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몰려오는지 우리가 준비해 간 600매 진료카드가 동이 날 지경이었다. 오전에 번호표를 발급 받은 사람이 500명이 넘어 진료카드를 복사해 쓰려고 했지만 그러나 이 지역에는 복사 시설이 없어 진료카드를 복사할 수 없어 A4 용지에 그대로 이름과 주소만 적고 접수를 하였다. 나중에는 이도 부족하여 A4 용지를 반으로 나눈 진료카드가 사용되기도 했다. 12시 30분, 점심시간 되기 전에 진료한 사람만 230명이 넘어 섰다.
진료를 하는 동안 한 어린이가 링그액을 맞고 있었다. 이름은 프린세스. 여자아이다. 올해 만 7살임에도 그녀의 발육상태는 4세아 만큼도 되지 못했다. 무슨 병인지 어디가 아픈지 모른다는 엄마의 표정에는 절망의 그늘이 짙게 드리워 있었다. 새 다리보다 더 가늘어진 손목에는 링거 주사바늘조차 가누기 힘든 표정이었다. 먹지도 입지도 못해 누워 있는 그 아이에게 오직 살아 있는 것은 쌍꺼풀이 유난히 선명한 눈뿐이었다. 이 아이를 바라보는 모든 이들이 그 아이를 위해 기도했다.
12시 30분부터 도시락으로 점심으로 그리고 망고와 파인애플을 후식으로 먹었다. 배를 단단히 해야 오늘 할 일을 감당할 수 있을 것 같아서였다.
1시 30분부터 오후 진료가 시작되었다. 전도 봉사 팀들은 전도 용품을 들고 다시 축호 전도에 나섰고 진료 팀들은 밀려오는 사람들을 감당하기에 땀을 흘렸다. 약국에 쌓였던 약품들도 서서히 높이가 낮아지기 시작했고, 산더미처럼 쌓였던 선물용품도 점점 줄어들기 시작했다. 오후 4시가 되자 치과 팀들이 진료를 포기한다는 전갈이다. 이유인즉 어제와 오늘 치아를 뽑는 일이 하도 힘이 들어 의사들이 손목이 아파 도저히 진료를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얼마나 많은 이를 뽑았으면 손목이 아파서 진료를 할 수 없을까 생각하니 웃음이 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안타깝기도 했다. 이 뿐만 아니었다. 많은 사람들에게 뜸자리를 표시하기 위해 준비해 간 매직 팬 한 개가 다 닳아서 할 수 없이 잘 나오는 볼펜을 사용하는 해프닝도 일어났다. 4시 40분이 넘어가는 시간임에도 아래층 접수처에는 사람이 몰려 있고 아직 접수도 하지 못한 사람들 70-80명이 교회 문 밖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오늘 이들을 다 진료하기엔 무리다 싶어 아래층에서 접수를 위해 대기한 사람을 제외하고는 돌려보내기로 의논을 했다. 이들에게는 미안함으로 비타민 캡슐과 타올이라도 손에 들려주기로 했다. 비타민 10 캡슐 만 받고 돌아간 사람이 70명, 타올 한 장 받아 간 사람도 20명이 넘었다. 이러다 보니 5시에 마치려고 했던 진료가 6시 10분에야 마쳤다.
오늘의 진료는 진료카드만 550명이 넘었다. 정말 정신없이 해 낸 결과다.
6시 20분 모든 정리를 마친 의료팀과 봉사자들이 함께 모였다. 의료선교 종료식을 할 시간이었다. 조금 남아있는 약품, 그리고 오늘 진료한 진료 카드를 차대현 선교사에게 전달하였다. 그런데 사회자는 갑자기 계획에 없는 순서를 진행하였다.
“오늘 우리는 참으로 많은 일을 했습니다. 그러나 이제 마지막 한 가지 일을 더 해야 할 차례입니다. 여러분! 여기에 한 어린이가 누워 있습니다. 어디가 아픈지 왜 아픈지도 모르고 오직 깜박이는 눈과 힘겨운 호흡만이 그를 지탱하고 있습니다.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할 일을 주시려고 이 아이를 이곳에 보낸 것 같습니다. 우리 정성을 모아 이 아이가 진료와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도와야 합니다. 그리고 기도합시다.”
일순간 교회 안은 숙연해 졌다. 헌금바구니가 돌려지고 우리는 찬양을 부르며 그 아이를 위해 헌금하였다.
“우리는 사랑의 띠로 하나가 되었습니다....” 교회가 떠나 갈 듯 부르는 찬양은 하늘의 보좌를 움직이고 있는 것처럼 느꼈다.
헌금이 한차례 다 돌아갈 때까지 우린 그녀를 위해 기도했다. 그리고 차대현 선교사에게 이 헌금을 전달하면서 하나님의 능력이 이 아이를 통해 새로운 선교의 역사가 이루어지기를 희망했다. 그리고 손에 손을 잡았다.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 난 사람...” 의료선교를 통해 느꼈단 감격의 순간을 회상하며 서로의 앞날을 축복하면서.....
돌아오는 버스를 향해 깜깜한 밤 인대도 돌아가지 않고 보이지 않을 때까지 손을 흔드는 그들의 모습을 가슴에 새기는데 어쩐 일인지 마닐라 시내를 들어 설 때까지 버스 차창으로 그들의 맑은 눈동자들이 반짝이는 별처럼 빛나고 있었다.
필자는 버스 안에서 프린세스의 모습이 떠나질 않았다. 그래서 흔들리는 차 안에서 그녀를 위해 기도하는 마음으로 한 편의 시를 남겼다.
어린 천사 프린세스에게
김재수
쌍꺼풀 까만 눈
일곱 살 소녀 프린세스야
어디가 아픈지 왜 아픈지
엄마는 몰라 가슴이 녹고 없는데
신나게 뛰 노는 일 잃어버린 채 너는
네 살의 추억 속에 머물러 있고
그리운 건 오직
아이들이 뛰노는 골몰과 푸른 하늘 한 자락
네 숨소리에도
부르질 듯 가느다란 손목엔
난생 첨 꽂은 주사바늘
한 방울 두 방울 떨어지는 링그액을 따라
여기 모인 모두의 마음이
네 혈관 속으로 함께 돌고 있다.
“우리는 사랑의 띠로 하나가 되었습니다.”
손잡고 부르는 찬양과 간구의 기도
정성으로 드린 헌금이
하늘 보좌를 울린다.
프린세스
네 눈동자 속에 담긴
저 시끄러운 골목과 파란 하늘 향해
뛰 거라 날아 오러거라
우리의 희망 프린세스야!
링그를 맞고 있는 프린세스
끝.
필자 : 경서노회 남선교회연합회 회록서기
상주시찰 신봉교회 장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