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洛東江)외 4편
김 재 수
거꾸로 흐르는 강이 있다
상주에 오면
아래로 아래로만 흐르던 물이
물길을 타고 산으로 흐르는 강
산을 적시고 내린 물이
다시 들을 적시려 오르고 있다.
“낙동강이 거꾸로 흐르면
큰 인물이 난대여.”
인물이 상주에서 나려는지
강물은 정말 거꾸로 흐르다가
가뭄에 속이 타는 농부들을 위해
넉넉하게 다시 상주의 들을 적시는
거꾸로 흐르는 강이 있다
상주에 오면.
2017. 7.31
거울
돌아가신
할아버지 손거울
할아버지의
손때에서
할아버지 냄새가 난다
거울을 보면
내 얼굴 대신
할아버지가 보인다
“잘 하고 있느냐?”
세월이 흘렀는데도
아직도 그 모습이다
“예”
대답을 해야 하는데
어찌된 일인지
목소리가 거울 속으로
자꾸만 기어들어가고 있다.
2017. 8.1
약속
새끼손가락
고리 걸던
새록새록
다시 살아오는
네 모습
2017. 8.10
고추밭
파랗던 고추들이
붉어지고 있다
매운 맛이 드나 보다
얼굴이 빨개진 걸 보니
한 무리의 매미들이
고추밭을 향해
소리치고 있다
매----------워
매----------워.
2017. 8. 16
매미
매미들이 감기가 걸렸나
기침을 심하게 하고 있다.
에---치
에---치이
너희 때문에
나도 감기 걸렸나 봐
쎄----롱
쎄----롱
목에서
쉰 소리가 난다.
2017, 8,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