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문학/동시

골목 외 3

빛마당 2023. 7. 4. 21:14

골목

-대구 중구 근대골목길을 다녀와서-

 

빌딩 숲 사이로 납작 엎드린 길로

사람들이 다니기 시작합니다

낯익은 사람도 낯선 사람도 함께 다닙니다

아주 오래 잊고 있던 길

길도 이름을 붙여주니 살아납니다

청라언덕에 ‘동무생각’이 들리고

만세 언덕에는

만세소리도 들립니다

시집 속에 잠자던 ‘빼앗긴 들’을

사람들이 중얼중얼 외며 갑니다.

‘마당 깊은 집’에서 옛이야기가 들려옵니다

길에 이름을 붙여 주는 일

김춘수 시인의 ‘꽃’이 되는 시간입니다.

2023. 6. 19

 

어느 수집가의 전시회

-이건희 회장 소장품 전시회에서

 

‘귀한 것, 보물은 나만 두고 봐야지’

 

놀부 아저씨처럼 꽁꽁 숨겨놓고

몰래 혼자만 보던 할아버지가

마음의 빗장을 열었어요

 

‘내 것이 아니라 모두의 것’

 

이 생각 하나로

어두운 창고에서 숨죽여 있던 보물들이

있어야 할 곳에 자리 잡고 앉아

모두와 행복한 눈 맞춤하고 있어요

 

돌아오는 길 가슴속에

보물 한두 점 가지고 왔겠지요.

2023. 6.19

 

어느 시인의 문학관에서

 

150여권이 넘는 책들이

서가에 누워 있다

 

책 겉장을 열면

시인의 생각들이 들릴 것 같은데

 

‘눈으로만 보세요.’

 

‘마음으로 읽으세요.’ 라고 했으면

마음과 마음으로

통했을까

 

궁금함만 잔뜩 남겨두고

제목만 눈 속에 담아 왔다.

2023. 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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