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문학/동시

정원사

빛마당 2010. 6. 12. 14:08

 

 

 

 

정원사


멀리 바다를 보며

여름궁전*이 앉아있다

황금빛 조각 분수들이

물줄기를 뿜어내고

궁전은 온통 해살 속으로

무지개로 빛나지만

궁전 안엔

온통 시간이 멈춘

200년 전 박제된 유물 뿐

나무를 돌보는

등 굽은 정원사는

가진 건

손에 든 가위 하나

오늘도 휘파람을 불며

이따금 바다로부터 달려온

바람의 이야기를 들으며

나무와 풀과 새들의 안부를 물으며

살아 쉼 없이 자라는 것들을

손질하고 있다

바다를 향한 새로운 길을 열고 있다.


* 여름궁전 - 러시아의 제2수도 쌩.배째르부르크에 위치한 피터대제의 여름 별장 궁전. 황금분수로 유명한 명소이다.


2010. 6.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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