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문학/동시
정원사
멀리 바다를 보며
여름궁전*이 앉아있다
황금빛 조각 분수들이
물줄기를 뿜어내고
궁전은 온통 해살 속으로
무지개로 빛나지만
궁전 안엔
온통 시간이 멈춘
200년 전 박제된 유물 뿐
나무를 돌보는
등 굽은 정원사는
가진 건
손에 든 가위 하나
오늘도 휘파람을 불며
이따금 바다로부터 달려온
바람의 이야기를 들으며
나무와 풀과 새들의 안부를 물으며
살아 쉼 없이 자라는 것들을
손질하고 있다
바다를 향한 새로운 길을 열고 있다.
* 여름궁전 - 러시아의 제2수도 쌩.배째르부르크에 위치한 피터대제의 여름 별장 궁전. 황금분수로 유명한 명소이다.
2010. 6.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