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문학/산문

아, 상주아리랑!

빛마당 2010. 11. 21. 21:23

 

252. 아, 상주아리랑!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이요- 아리랑-고개로 넘어 간다.

괴나리 봇짐을 짊어지고 아리랑 고개로 넘어간다.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를 넘어간다.”

메나리조의 구슬픈 ‘상주 아리랑’ 한 대목이 800명 관중이 들어찬 문화회관 대강당을 울리고 있습니다. 박수관 명창이 부르는 상주 아리랑. 중모리 장단에서는 끊어 질듯 이어지고 꺾어질듯 휘어지다가 엇모리장단에 들어서자 관중들의 어깨가 물결을 이루며 들썩입니다.

 1950년대 김소희 명창의 작창으로 널리 알려진 상주 아리랑. 상주문화원이 주최하는 제11회 전국민요경창대회가 열리는 이곳에서 이 대회 첫 대상을 받은 박수관 명창이 부르는 상주아리랑을 들어 면서 남들이 느끼지 못하는 전율이 내 온 몸을 휘감고 있었습니다. 

 온통 상주아리랑에 미쳐 있었던 지난 2008년, 그랬습니다. 2007년 ‘이야기나라 상주동화축제’ 현장에서 느닷없이 나타난 상주아리랑을 접하고 의문을 가졌습니다. ‘상주 아리랑’이라니.... 도대체 무슨 말인가? 적어도 상주의 아리랑이라면 상주인들의 한(恨)이 오랜 세월 입에서 입으로 이어져 와야 하지 않는가? 갑자기 김의철에 의해 창작된 상주아리랑이 과연 아리랑이라 할 수 있는가? 이 고장에 몸담아 산지 60여년이 훨씬 지난 내가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아리랑이 왜 갑자기 나타났단 말인가? 이런 의문들이 나를 가만히 있지 못하게 했습니다. 그 날 이후 상주시청, 문화원 등에 문의를 했지만 속 시원하게 이 문제를 풀어 주는 이가 없었습니다. 할 수 없이 도서관을 찾아 관련 있는 자료를 찾고, 정선의 ‘아리랑 학교’와 ‘영남민요아리랑보존회’, ‘상주문화원 민요합창단’, 이명희 명창이 운영하는 ‘판소리상주전수관’을 찾아다녔고, ‘아리랑’이란 단어가 들어 있는 인터넷사이트를 정신없이 여행한 결과 1년 만에 A4 용지 60여 쪽이 넘는 ‘상주 아리랑 소고’라는 자료를 만들게 되었습니다. 그리하여 2009년 ‘상주문화’ 19호에 이 내용을 게제 하고 상주아리랑에 관한 궁금증 해소는 물론 상주아리랑을 보급하는 자료로 활용하게 하였습니다. 그래서 요즈음 상주아리랑을 소개하는 소개꾼의 역할도 감당하게 되었으니 지금 내 가슴을 울리는 저 소리는 그냥 소리가 아니라 일 년 동안 흘린 땀방울들의 솟구침이었습니다.

 “근심걱정 하느라고 세월만 가더니 몸 따라 마음도 다 늙어 간다

 아리아리 쓰리쓰리 아라리요 아리아리 얼씨구 내가 돌아 간다

 돌아간다 돌아간다 내 돌아 간다 --------- 내가 돌아 간다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를 넘어 간다.”

 눈을 지그시 감았습니다. 아! 목이 쉰 듯 꺾이고 펴지는 애절한 마지막 마디마디에 명창의 소리와 내가 함께 아리랑고개를 넘어가고 있었습니다.

 2010. 11.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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