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문학/동시
면도
비누칠 한 아버지 얼굴에
부드러운 거품이 인다.
한 번 스쳐 가는 면도 날 뒤로
산뜻하게 길이 난다.
까칠하던 수염이
길을 따라 사라지고
만지면 보들보들한 맨살의 턱
볼을 비벼도
따갑지 않아
오!
때로 바늘처럼 까칠하게 돋은
아버지의 잔소리
부드러운 비누 거품사이로
길을 내고 싶다.
2013. 12.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