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문학/동시

면도

빛마당 2014. 3. 6. 20:49

면도

 

비누칠 한 아버지 얼굴에

부드러운 거품이 인다.

 

한 번 스쳐 가는 면도 날 뒤로

산뜻하게 길이 난다.

 

까칠하던 수염이

길을 따라 사라지고

만지면 보들보들한 맨살의 턱

 

볼을 비벼도

따갑지 않아

 

오!

 

때로 바늘처럼 까칠하게 돋은

아버지의 잔소리

 

부드러운 비누 거품사이로

길을 내고 싶다.

2013. 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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