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자전거(1)
김재수
쌀 한 가마니도
막걸리 두 말도
양쪽에 거뜬히 매달고 달리던 자전거
가파른 오르막 길 그 숨찬 흙길을
포개 실은 사과 괘 짝으로 아버지 모습 보이지 않고
괘 짝만 살아 요술처럼 달리던 자전거
아버지 자전거는 8남매의 생명줄
움직이는 우리 집이었지.
닳은 가죽 안장
뼈마디 늘어지듯 내려앉은 채인
은빛 바퀴에 세월의 녹이 슬고
굳은 살 박힌 손에 오로지
아버지 눈빛을 닮아 윤이 나는 것은
핸들 뿐
이젠 자전거 박물관 한 쪽에서
한 권의 동화책으로 남은
아버지의 짐실이 자전거
아버지의 자전거(2)
호랑이 어금니보다 더 아끼던
아버지의 보물
우리 집 재산 1호
짧은 다리로 안장에 걸터앉을 수 없어
한 쪽 가랑이 비스듬하게 얹어
몰래 배웠지
이리 비틀 저리 비틀
넘어지기 수 십 번 끝에
오!
도움 없이 나 혼자 이룬 첫 번의 성공
무릎이 깨지고 팔꿈치에 피가 흘러도
세상을 다 얻은 듯
바람을 가르며 달리던
돌이켜 보면 내게는
홀로서기를 가르쳐 준 선생님
아버지의 자전거.
음악공부
짹, 짹…
째,째,째,째,짹…
참새의 노래
8분 음표와 16분 음표
빠른 스타카토가 전공이다.
듣고 있으면 절로 신이 난다.
맴 맴 맴…
맴 맴 맴…
매미의 노래
점점 여리게 점점 세게
이음줄 붙은 온음표 다섯 개를
표현하는 리듬과 감성의 천재
매 <------------------
------------------앰 >
긴 박자를 세는
내가 다 숨이 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