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문학/동시

아버지의 자전거(1)

빛마당 2016. 8. 23. 10:56

아버지의 자전거(1)


김재수

쌀 한 가마니도

막걸리 두 말도

양쪽에 거뜬히 매달고 달리던 자전거


가파른 오르막 길 그 숨찬 흙길을

포개 실은 사과 괘 짝으로 아버지 모습 보이지 않고

괘 짝만 살아 요술처럼 달리던 자전거


아버지 자전거는 8남매의 생명줄

움직이는 우리 집이었지.


닳은 가죽 안장

뼈마디 늘어지듯 내려앉은 채인

은빛 바퀴에 세월의 녹이 슬고


굳은 살 박힌 손에 오로지

아버지 눈빛을 닮아 윤이 나는 것은

핸들 뿐


이젠 자전거 박물관 한 쪽에서

한 권의 동화책으로 남은

아버지의 짐실이 자전거


아버지의 자전거(2)


호랑이 어금니보다 더 아끼던

아버지의 보물

우리 집 재산 1호


짧은 다리로 안장에 걸터앉을 수 없어

한 쪽 가랑이 비스듬하게 얹어

몰래 배웠지


이리 비틀 저리 비틀

넘어지기 수 십 번 끝에


오!

도움 없이 나 혼자 이룬 첫 번의 성공


무릎이 깨지고 팔꿈치에 피가 흘러도

세상을 다 얻은 듯


바람을 가르며 달리던

돌이켜 보면 내게는


홀로서기를 가르쳐 준 선생님

아버지의 자전거.


음악공부


짹, 짹…

째,째,째,째,짹…

참새의 노래


8분 음표와 16분 음표

빠른 스타카토가 전공이다.

듣고 있으면 절로 신이 난다.


맴 맴 맴…

맴 맴 맴…

매미의 노래


점점 여리게 점점 세게

이음줄 붙은 온음표 다섯 개를

표현하는 리듬과 감성의 천재


매 <------------------

------------------앰 >

긴 박자를 세는

내가 다 숨이 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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