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일기
김재수
1. 아차!
숙제 챙겼지?
미술 준비물도
비오는 날은
챙길 것이 더 많아
우산, 비옷, 장화...
급하게 막
문을 나서는데
아차!
또 챙기지 못했네
이놈의 마스크.
2021. 5.1
2. 거리 두기
가끔 챙겨오지 못한
학용품
눈치만 보내도 금방 아는
내 짝꿍
곁에 앉아야 할 짝꿍이
한 칸 건너 앉았다
애를 쓰도 좀처럼
통하지 않는 눈짓
이제 알았다
한 칸 건너가 이렇게 먼 줄을.
2021. 5. 1.
3. 말이 안 되는 말
네 모습
잊어 버릴까봐 겁나
가릴 것 없는데
반 쯤 가리고 있으라니
가까이 봐도
더 보고 싶은데
다가서지 말고
저만큼 떨어져라 해놓고
‘마음은 가까이’
말이 되니?
2021.5.1.
4. 점심시간
마주 보며 먹어야
좋지
웃기도 하고
이야기도 하고
그래야 소화도 잘 되지
투명 칸막이 세워두고도
마주 앉으면 안 돼
다투다 돌아앉은 그날처럼
네 뒷모습만 보며
먹는 점심
진짜 맛없다.
2021.5.1
5. 낯가림
할아버지 할머니
아빠와 엄마와는
함께 모여도 괜찮은데
모처럼 다니러 온
삼촌네 가족
사촌들
안 된단다
함께 앉으면
손소독도 잘하고
마스크도 잘 쓰도
낯가림이 심하나보다
코로나 19 이놈은.
2021.5.2.
6. 요양원
할머니의 손
잡지도 못했다
하고 싶었던 이야기
하지도 못했다
멍하니 바라만 보다가
돌아 선 요양원
유리창 너머
계속 흔들고 계시는
할머니의 여윈 손이
내 눈시울 안으로
젖고 있었다.
2021. 5.4
7. 신기해
들판을 가득 매운
유채꽃 무리
비탈길에 무더기로 핀
애기똥풀
어깨 나란히
저리 무리지어도
괜찮니?
코로나 19
손 소독에
마스크 쓰고도
절절매는데.
2021.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