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문학/동시

코로나 일기

빛마당 2021. 5. 17. 21:09

코로나 일기

 

김재수

 

1. 아차!

 

숙제 챙겼지?

미술 준비물도

 

비오는 날은

챙길 것이 더 많아

우산, 비옷, 장화...

 

급하게 막

문을 나서는데

 

아차!

또 챙기지 못했네

이놈의 마스크.

2021. 5.1

 

2. 거리 두기

 

가끔 챙겨오지 못한

학용품

 

눈치만 보내도 금방 아는

내 짝꿍

 

곁에 앉아야 할 짝꿍이

한 칸 건너 앉았다

 

애를 쓰도 좀처럼

통하지 않는 눈짓

 

이제 알았다

한 칸 건너가 이렇게 먼 줄을.

2021. 5. 1.

 

3. 말이 안 되는 말

 

네 모습

잊어 버릴까봐 겁나

 

가릴 것 없는데

반 쯤 가리고 있으라니

 

가까이 봐도

더 보고 싶은데

 

다가서지 말고

저만큼 떨어져라 해놓고

 

‘마음은 가까이’

말이 되니?

2021.5.1.

 

4. 점심시간

 

마주 보며 먹어야

좋지

 

웃기도 하고

이야기도 하고

그래야 소화도 잘 되지

 

투명 칸막이 세워두고도

마주 앉으면 안 돼

 

다투다 돌아앉은 그날처럼

네 뒷모습만 보며

먹는 점심

 

진짜 맛없다.

2021.5.1

 

5. 낯가림

 

할아버지 할머니

아빠와 엄마와는

함께 모여도 괜찮은데

 

모처럼 다니러 온

삼촌네 가족

사촌들

 

안 된단다

함께 앉으면

 

손소독도 잘하고

마스크도 잘 쓰도

 

낯가림이 심하나보다

코로나 19 이놈은.

2021.5.2.

 

6. 요양원

 

할머니의 손

잡지도 못했다

하고 싶었던 이야기

하지도 못했다

 

멍하니 바라만 보다가

돌아 선 요양원

 

유리창 너머

계속 흔들고 계시는

할머니의 여윈 손이

 

내 눈시울 안으로

젖고 있었다.

2021. 5.4

7. 신기해

 

들판을 가득 매운

유채꽃 무리

 

비탈길에 무더기로 핀

애기똥풀

 

어깨 나란히

저리 무리지어도

 

괜찮니?

코로나 19

 

손 소독에

마스크 쓰고도

절절매는데.

20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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