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용 시인 생가(生家)에서
동그마니 앉은 초가 부엌문 곁
사적지 문패가 푸른 녹이 슬고 있다
잘 비질 된 흙 마당에는
해 그림자 사이로 촉촉하게
물기가 젖어오고
꽃밭 한 쪽엔
빨갛게 익은 꽈리들이
꽃등을 달고 있다.
마당 언저리
‘향수’ 노래 속
얼룩배기 황소 한 마리
한가롭게 되새김질을 하는데
생가 안방 액자 안에
시인이 쓴 ‘할아버지’ 시 한편
기웃대는 나그네들
헛기침 소리에
액자 밖으로 문득
고개를 내밀고 있었다.
2021. 10.2. 2021 상주문학 33집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