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문학/동시

정지용 시인 생가(生家)에서

빛마당 2022. 1. 7. 18:11

정지용 시인 생가(生家)에서

 

동그마니 앉은 초가 부엌문 곁

사적지 문패가 푸른 녹이 슬고 있다

 

잘 비질 된 흙 마당에는

해 그림자 사이로 촉촉하게

물기가 젖어오고

 

꽃밭 한 쪽엔

빨갛게 익은 꽈리들이

꽃등을 달고 있다.

 

마당 언저리

향수노래 속

얼룩배기 황소 한 마리

한가롭게 되새김질을 하는데

 

생가 안방 액자 안에

시인이 쓴 할아버지시 한편

 

기웃대는 나그네들

헛기침 소리에

 

액자 밖으로 문득

고개를 내밀고 있었다.

2021. 10.2. 2021 상주문학 33집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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