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밭에서
꽃과 내가 마주 앉아
한참이나 바라보았어.
서로가 하는 말을
알지 못해도
좋아하는 마음
눈빛으로 알 수 있었어
네가 나에게
꽃인 것 같이
나도 너에게
꽃이었으면 좋겠어.
2022.7.19.
산길에서
골짝 물소리 따라
콧노래를 불렀는데
“푸드덕”
장끼 한 마리
갑자기 날아올랐다
내가 너를 놀라게 했니?
네가 나를 놀라게 했니?
나도 놀라고
꿩도 놀라고
숲도 놀라고
내가 너를 놀라게 했구나.
2022. 7.20
꽃밭에서
벌과 나비는
눈이 밝은가
코가 좋은가
꿀이 있는 곳이랑
향기 나는 곳에만
찾아오는 걸 보면
내 눈은 밝지 못한가 봐
내 코도 시원치 않은가 봐
곱게 핀 꽃 고운 향기
그냥 지나치기는 거 보면
2022.7.20.
꽃밭에서
꽃이 아픈 거 같다
잎과 줄기에 힘이 없다
왜 그럴까
마주 앉아 한참을 바라봐도
어쩌지 못하는 내가 안타까운데
오히려 꽃나무가
나를 걱정하는 것 같다
걱정하지 말라고
코로나 조심하라고
눈 웃음을 보내 주었다.
2022. 7.24
나도 여기 있어요
흐드러지게 핀
봉숭아꽃 사이로
자꾸 꼬리를 흔들었다
강아지풀이
나도 여기 있어요
토실토실한 꼬리를
흔들었다
오호!
너도 거기 있었구나
고개를 끄덕여 주었더니
신이 났는지
바람결에 꼬리를
더 흔들고 있었다.
2022. 7.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