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문학/동시

뚫어 손 외 2편

빛마당 2025. 4. 4. 16:44

뚫어 손

 

김재수

 

속이 불편하다 했더니

체한 거란다

 

손가락을 바늘로 따고

배를 손으로 비비고

트림을 해 보라는 할머니

 

끄르륵-

나도 몰래 트림이 나왔다

 

! 이런

트림 한 번에 편해 진

내 속

 

우리 할머니는

뚫어 손.

2024.4.25.

 

노춘(老春) 나들이

 

김재수

 

은퇴자 모임 여행가는 날

만나는 이들 살아 있음에

잡은 손이 따스하다

 

보이지 않는 몇 몇 얼굴들

하늘의 부름을 받았거나

어느 노치원(老稚園)으로 출근 했다는

먹먹한 소식

 

태어나면서 누구나 받아 놓은 소환장(召喚章)

통보 날을 기다리는 게 삶인데

차창으로 스치는 5월 그 푸름에

검버섯 돋은 손등에도 힘줄이 돋는다

 

오늘 여행이 어쩌면...

 

구순(九旬)의 굽은 허리

지팡이로 세월을 펴는데

 

느릿한 걸음 등 뒤를

5월의 바람이 푸르게 밀고 있다.

2024. 4.26

 

할머니의 시집(詩集)

 

김재수

 

우리 할머니가 쓰신 123편의 시

한 줄 한 줄 글 이랑에

가득한 할머니 얼굴

구십 세의 발걸음도 빼곡하게 들어있다

 

그런데 이상하다

글 속의 할머니는

주름진 얼굴도 백발도 아닌

아직도 나처럼 애 띤 소녀

 

오늘도 할머니는 어린 시절

고향집 사립문을 열어 놓고

 

뒷산 뻐꾸기 소리

듣고 있기 때문인가 보다.

2024.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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