뚫어 손
김재수
속이 불편하다 했더니
체한 거란다
손가락을 바늘로 따고
배를 손으로 비비고
트림을 해 보라는 할머니
끄르륵-
나도 몰래 트림이 나왔다
오! 이런
트림 한 번에 편해 진
내 속
우리 할머니는
뚫어 손.
2024.4.25.
노춘(老春) 나들이
김재수
은퇴자 모임 여행가는 날
만나는 이들 살아 있음에
잡은 손이 따스하다
보이지 않는 몇 몇 얼굴들
하늘의 부름을 받았거나
어느 노치원(老稚園)으로 출근 했다는
먹먹한 소식
태어나면서 누구나 받아 놓은 소환장(召喚章)
통보 날을 기다리는 게 삶인데
차창으로 스치는 5월 그 푸름에
검버섯 돋은 손등에도 힘줄이 돋는다
오늘 여행이 어쩌면...
구순(九旬)의 굽은 허리
지팡이로 세월을 펴는데
느릿한 걸음 등 뒤를
5월의 바람이 푸르게 밀고 있다.
2024. 4.26
할머니의 시집(詩集)
김재수
우리 할머니가 쓰신 123편의 시
한 줄 한 줄 글 이랑에
가득한 할머니 얼굴
구십 세의 발걸음도 빼곡하게 들어있다
그런데 이상하다
글 속의 할머니는
주름진 얼굴도 백발도 아닌
아직도 나처럼 애 띤 소녀
오늘도 할머니는 어린 시절
고향집 사립문을 열어 놓고
뒷산 뻐꾸기 소리
듣고 있기 때문인가 보다.
2024.4.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