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5. ‘안녕’이란 말 때문에
어린 시절, 예절의 기본은 ‘인사’라고 배웠습니다. 인사(人事)란 한자의 글 그대로 풀어도 ‘사람의 일’인 셈입니다. 그래서 인사가 빠진 예절은 마치 알파벳의 ‘A’가 없는 것처럼 의미가 없다는 뜻입니다. 현대인처럼 대인관계가 중요한 요즘 인사는 첫인상처럼 모든 관계를 짓는 첫 단추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토록 중요한 인사를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인사란 큰 힘도, 경제적 비용도 들지 않으면서도 상대를 편하고 기분 좋게 하는 역할을 합니다. 뿐만 아니라 인사를 할 땐 내 표정도 밝고 환해지니 나에게도 훨씬 덕이 됩니다.
농협 하나로 마트 들머리에 야생화 매장이 생겼습니다. 이곳에는 크고 작은 야생화들이 앙증맞은 화분에 담겨 손님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오늘 오전입니다. 매장 주인과 눈인사를 주고받는데 자꾸만 옆으로 눈이 당겨집니다. 돌아보니 참으로 고운 얼굴의 야생화들이 나와 눈길 마주치기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얘들아 안녕?”
나도 모르게 쩌렁쩌렁 울리도록 소리치며 야생화들에게 손을 흔들었습니다. 그랬습니다. 내가 그들과 눈이 마주치는 순간 그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환한 미소로 인사를 합니다. 저마다 각각 다른 모습, 저마다 각각 다른 향기로 내개로 막 달려오고 있습니다. 내 얼굴에 그들만큼 화사한 웃음들이 달리기 시작하고 내 안에 그들이 보내주는 향기로 가득차기 시작했습니다. 한동안 그들에게 시선을 빼앗긴 채 서있었습니다.
“선생님, 오늘 모습이 너무 밝고 좋아 보여요”
주인아주머니의 음성을 듣고서야 고개를 돌렸습니다.
“참 잘 오셨어요. 선생님 시를 좋아하는 펜이 뵙기를 청하셨는데 오늘 어때요?”
꽃들과 인사 덕분으로 꽃집 주인과 맛있는 점심, 그것도 아름다운 오색 비빔밥에 새로운 분과 인사도 나누는 행운을 얻었습니다.
인기척 소리에/크고 작은 꽃들이/나를 향하고 있다.//“안녕”/이쪽에서 저쪽까지 다 들리도록/큰 소리 내며/두 손을 흔든다.//꽃들이 한꺼번에/ "안녕?"/웃음 인사를 한다.//내 가슴에/ 화르르-/
꽃들이 피고 있다.//저마다 지닌 향기도/가슴에 담기고 있다.//“아름다운 향기 행복한 하루”/
벽면에 걸린 내리닫이 걸개가/흔들~흔들~/어깨춤을 추고 있다.
야생화들과 나눈 인사 덕분에 보너스로 ‘화목야생화분원’이란 작품이 이렇게 태어났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아직은 수줍게 꽃망울만 맺힌 야생화 화분 하나를 들고 왔습니다. 아침마다 “안녕?” 하고 인사 나눌 새 벗이 생긴 셈입니다. ㅎ ㅎ ㅎ
2010. 7.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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