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주학/상주학 제1권(금요시민강좌)

『식료찬요食療撰要』와 상주

빛마당 2014. 2. 24. 17:07

『식료찬요食療撰要』와 상주

박 필 숙

전) 상주대학교 식품영양학과 교수

전) 상주대학교 상주문화연구소 연구위원

현) 경북대학교 교수


『식료찬요食療撰要』와 상주


경북대학교 식품영양학과 교수 / 이학박사ㆍ보건학박사 박 필 숙

<目 次>

Ⅰ. 머리말

Ⅱ. 저자 전순의全循義

Ⅲ. 왕조실록王朝實錄속의 어의御醫 전순의全循義

Ⅳ. 식료찬요食療撰要』서문

Ⅴ.『식료찬요食療纂要』의 가치와 내용

1.『식료찬요食療纂要』의 가치

2.『식료찬요食療纂要』의 내용

3. 공검지가 남긴 한시漢詩

Ⅵ. 맺는 말

Ⅰ. 머리말

평소에 음식으로 병을 다루는 일에 대한 관심이 많았던 세조世祖가 어의御醫 전순의全循義에게 이와 관련한 책을 편찬하도록 하명下命하여 1460년(세조6년)에 편찬된 책이『식료찬요食療撰要』이고, 우리나라에서는 가장 오래된 식이요법서食餌療法書이다.

그런데 이 책이 상주에서 최초로 간행되어 많은 백성들이 질병을 예방하고 치료하는데 이용하였다는 사실은 정말로 자랑스러운 일이다.

어의御醫 전순의全循義는 전의감典醫監 의관醫官으로 세종 때부터 세조 때까지 3명의 임금을 모신 조선시대 초기의 명의名醫였다.

『식료찬요食療撰要』가 저술된 조선 초기의 시대적 상황을 살펴보면 그 저술동기를 짐작할 수 있다. 여말선초에 주자성리학이 도입되면서 중국의학도 같이 도입되었다. 그래서 우리나라 실정에 맞춘 전통의학의 재정리가 필요하게 되었다.

이에 세종13년(1431) 가을 유효통兪孝通ㆍ노중례盧重禮등에 명하여 본래 있었던『향약제생집성방鄕藥濟生集成方』을 기본으로 하고, 삼국시대와 고려시대를 통하여 전해오던 국내외의 모든 의학방서와 민간경험방을 수집하여 세종 15년(1433) 6월에『향약집성방鄕藥集成方』을 편찬하게 하였다.

그러나 세종은 이에 만족하지 않고 다시 유성원柳誠源 전순의全循義 등 16인에게 명하여『의방류취醫方類聚』266권을 완성하게 하였다. 이와 같이 국가가 앞장서서 의서醫書를 편찬하였으며 그 중의 하나가『식료찬요食療撰要』다.

어의御醫 전순의全循義가 책의 편찬을 마무리하고 세조에게 보고를 하니, 세조는 책의 내용을 두루 살피고는 크게 기뻐하시고 친히『식료찬요食療撰要』라는 책의 이름을 직접 하사하였으며, 책의 서문序文은 전순의全循義가 직접 쓰라고 하명하였다.

그런데 이『식료찬요食療撰要』는 그 뒤 성종때 손순효孫舜孝가 경상도감사로 있을 때 상주에서 발간했다. 성종 18년 4월 27일. 우찬성右贊成이 된 손순효孫舜孝가《식료찬요食療撰要》를 성종에게 올렸더니 이를 본 성종은 “이 책은 보기에 편리하게 되어 있어서 내가 매우 가상하게 여긴다.” 하였다.

이『식료찬요食療撰要』는 제풍諸風부터 가슴과 배의 통증을 다스리는 심복통心腹痛ㆍ경간驚癎 등 모두 45가지 질병에 대한 식이요법으로 구성되어 있다.

Ⅱ. 저자 전순의全循義

전순의全循義의 생몰연대는 알려지지 않았으나 세종ㆍ문종ㆍ세조 3대에 걸쳐 어의御醫로 활동하였으며 판서判書급에 까지 올랐던 사람이다.

1445년(세종27)에『의방유취醫方類聚』편찬에도 참가하였고, 1452년(문종2)에는 내의內醫로서 밀성군密城君의 병을 고쳐 안마鞍馬의 상을 받기도 하였다. 그러고 1462년(세조8)에 첨지중추원사僉知中樞院事를 거쳐 동지중추원사同知中樞院事로 승진되고, 1463년 내의內醫로서 의약議藥하고 비현각丕顯閣에서 의학을 시강侍講하였다.

특히 1464년 시약侍藥의 공로로 자헌대부資憲大夫가 되고, 1467년에는 내의內醫로서는 과분하게 상호군上護軍에 이어 좌익원종공신左翼原從功臣 1등에 녹선되었다.

그러나 당대 최고 수준의 명의名醫로 이름을 날렸지만, 문종文宗의 종양 수술이 잘못되어 문종이 죽게 되자 전의감 청직廳直으로 강등되는 수모를 겪기도 하였다.

특히 전순의全循義는 세조와는 각별한 관계였다고 한다. 문종이 재위 2년 만에 39살로 세상을 떠났을 때 문종의 사인死因 때문에 어의御醫 전순의全循義의 목숨이 풍전등화 같았다. 사헌부는 문종이 종기(등창)를 앓았는데 “꿩고기 같은 것은 등창에서 크게 금지하는 것인데도 날마다 꿩 구이를 드렸다”면서 어의御醫 전순의全循義를 사형시켜야 한다고 주청하였다. 그러나 세조는 재위 1년(1455) 12월에 어의御醫 전순의全循義를 원종原從 1등공신으로 책봉하였다.

본래 어의御醫 전순의全循義는 비천한 집안 출신이었으나 의술이 탁월하여 천한 출신이라는 벽을 뛰어넘어 벼슬이 승승장구한 사람이다. 그러니 주변에서는 이를 시기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러나 탁월한 의술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위기가 있을 때마다 임금의 비호가 있어서 무사히 넘기곤 하였다.

저서로서는『식료찬요食療撰要』ㆍ침구택일편집鍼灸擇日編集이 있고, 온실을 이용하여 겨울에도 채소를 재배할 수 있는 방법을 설명한『산가요록山家要錄』을 저술하였다.

Ⅲ. 왕조실록王朝實錄속의 어의御醫 전순의全循義

어의御醫 전순의全循義가 치료를 전담했으나 종기를 이기지 못해서 문종이 승하하자, 이에 대한 의혹이 제기되었다. 즉 세조世祖가 교사하고 전순의全循義가 죽음으로 몰고 갔다는 이야기다. 조선왕조실록에 기록된 전순의의 문종 치료 과정은 다음과 같다.

◦내의內醫 전순의가 내전內殿에서 나오면서 말하기를, “임금의 종기가 난 곳이 매우 아프셨으나, 저녁에 이르러 조금 덜하고 농즙膿汁이 흘러 나왔으므로, 두탕豆湯을 드렸더니 임금이 기뻐하면서 말하기를, ‘음식의 맛을 조금 알겠다’ 하셨다” 하니, 여러 신하들이 모두 기뻐하였다.<문종 2년 5월5일>

◦유시酉時에 임금이 강녕전康寧殿에서 훙하시니, 춘추春秋가 39세이셨다. 이때 대궐의 안팎이 통하지 않았는데, 오직 의관醫官인 전순의, 변한산, 최읍만이 날마다 나와서 안부安否를 보살폈지마는, 모두가 범용凡庸한 의원醫員이므로 병증病症을 진찰診察할 줄은 알지 못하여, 해로움이 없을 것이라고 여기면서 임금에게 활 쏘는 것을 구경하고 사신使臣에게 연회를 베풀도록 하였다. 종기의 화종化腫이 터지므로 전순의 등이 은침銀針으로써 종기를 따서 농즙을 두서너 홉쯤 짜내니, 통증痛症이 조금 그쳤으므로, 그들은 밖에서 공공연히 말하기를, “3, 4일만 기다리면 곧 병환이 완전히 나을 것입니다” 하였다. 의정부議政府와 육조六曹에서는 날마다 임금의 기거起居를 물으니, 다만 대답하기를, “임금의 옥체玉體가 오늘은 어제보다 나으니 날마다 건강이 회복되는 처지입니다” 하였다. 이날 아침에 전순의 등이 나아가서 안부를 보살피고는, 비로소 임금의 옥체가 위태로워 고생하는 줄을 알게 되었다. (중략) 수양대군首陽大君이 외정外庭에서 통곡하면서 말하기를, “어째서 청심원淸心元을 올리지 않는가?” 하니, 전순의가 비로소 청심원을 올리려고 했으나 시기가 미치지 못하였다. 조금 후에 임금이 훙서薨逝하였다.<문종 2년 5월 14일>

◦문종이 사망하고 단종이 즉위하자 곧바로 문종의 사망 원인을 놓고 의관들에 대한 문책이 시작되었다. 의금부에서 전순의는 수종首從으로 죄를 중하게 하고, 변한산ㆍ최읍은 1등을 감하여 곤장 100대에 유() 3천리로 하고, 조경지ㆍ전인귀 등은 장 90대를 때리게 했다. 다시 전순의는 고신告身(조정에서 내리던 벼슬아치의 임명장)을 거두고 전의감 청직廳直(양반집의 수청방에 있으면서 여러 가지 잡일을 맡아보고 시중을 드는 사람)으로, 변한산ㆍ최읍은 영사令史(문서 따위를 다루던 구실 아치)로 하였다. 같은 날 사헌장령 이보흠, 사간원 우헌납, 조원희가 전순의ㆍ변한산ㆍ최읍에게 경한 죄를 줄 것이 아니라 중죄를 청했다.<단종 원년 5월 18일>

◦전의감 청직 전순의, 영사 변한산ㆍ최읍을 방면하였다.<단종 1년 1월 4일>

◦사헌부에서 아뢰기를, “허리 위에 종기는 비록 보통 사람이라도 마땅히 삼가고 조심하여야 할 바인데, 하물며 임금이겠습니까? 움직이는 것과 꿩고기는 종기에는 금기하는 것인데, 전순의가 문종께서 종기가 난 초기에 사신의 접대接待와 관사觀射 등 여러 가지 운동을 모두 해로움이 없다고 생각하였고, 이어서 구운 꿩고기를 바치기에 이르면서도 꺼리지 않았습니다. 또 종기가 농하면 침으로 찌를 수 있으나 농하지 아니하면 침으로 찌를 수가 없는 데도, 전순의는 침으로 찌르자고 아뢰어서 끝내 대고大故에 이르게 하였으니, 비록 의원을 업으로 하지 않는 자라 할지라도 방서方書를 펴서 보면 일목요연一目瞭然한 것인데, 하물며 전순의는 의원醫員으로서 어찌 이것을 알지 못하여서 모두 계달啓達(임금에게 아룀)하지 않았겠습니까? 이를 마땅히 극형極刑에 처하여야 하는데, 특별히 말감末減에 따라서 다만 전의감典醫監 청지기로 정하였다가 얼마 안 되어 내의원에 출사出仕(벼슬을 하여 관아에 출근함)하도록 하시니, 심히 미편未便합니다” 하였다.<단종 1년 4월 27일>

◦대사헌 기건奇虔 등이 상소하기를, 질병疾病은 마땅히 치료治療하는데 삼가야 하고, 약이藥餌는 반드시 금기하는 바가 있는데 치료를 잘못하고 금기를 범하면 그 병이 심해져서 마침내 구료할 수가 없는 지경에 이릅니다. 문종대왕文宗大王께서 편찮던 초기에 내의 전순의가 자기의 편견偏見을 믿고 여러 의서醫書를 널리 찾아보지 아니하고, 마침내 ‘해롭지 않다’고 아뢰어 임금에게 사신을 문밖까지 전송하도록 하여, 종기의 증세를 더욱 심하게 하였는데, 또한 이를 살펴보고 놀랐을 터인데도 오히려 ‘해롭지 않다’고 하여 수라상에 식료食療를 또한 꺼리지 아니하고 바쳐서 종기가 매우 심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전순의와 최읍, 변한산이 들어가 내진을 보고 침으로 종기의 입구를 따고서, 외부에 드러내어 말하기를, ‘상체가 마땅히 며칠 안 되어 좋게 회복될 것이라’ 하였습니다. 이런 까닭으로 대소신료大小臣僚들이 모두 기쁘게 생각하였는데, 갑자기 안가晏駕하였습니다. 사람들은 모두 전순의 등을 목을 베어서 통분痛憤을 풀려고 하였는데, 단지 관직만을 삭탈하여 천예賤隸로 유배시켰다가 곧 또 이를 석방하고 조정의 반열班列에 끼이게 하니, 신 등은 통분함을 이길 수가 없습니다.

◦대저 독이 있는 종기는 처음에 그 미미微微하게 나타나며 등에 있는 것은 더욱 독이 있다는 것을 모든 사람들이 알고 있는 터인데도 이에 말하기를, ‘해가 없다’고 하였으니, 그 죄를 용서할 수 없는 것의 첫째입니다. 몸의 기운을 피로하게 움직이는 것은 등창에서 크게 금하는 것인데도 이를 아뢰지 아니하였으니, 그 죄를 용서할 수 없는 것의 둘째입니다. 식물의 성질이 반드시 병과 서로 반대되면 해로움이 있는 것인데 꿩고기 같은 것이라면 등창에서 크게 금하는 바인 데도 날마다 꿩고기 구이[雉灸]를 드렸으니, 그 죄를 용서할 수 없는 것의 셋째입니다. 등창에서는 농하여 터지는 것을 귀하게 여기는데, 그것이 농하지 아니하였는데 이를 침으로 찔러서 그 독을 더하게 하였으니, 그 죄를 용서할 수 없는 것의 넷째입니다.<단종 1년 5월 1일>

◦좌사간 조어가 상소에서 전순의의 죄목을 상술했다.① 종기치료방법에는 처음에 노동을 삼가고, 음식물을 조심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항상 입시하여 증세만 진찰하고, 방서를 살피지 않았으며, 여러 신하와도 상의가 없었다.② 항상 ‘종기의 증세가 대단치 않다’고 말하고 대신들이 문안할 때마다 늘 ‘증세가 순조롭다. 며칠 안으로 평복平復될 것이다’라고 말했다.③ 사신使臣의 접대接待와 관사觀射·진선進膳 등의 일을 하나도 삼가시라고 하지 않았고④ 화농한 종기의 끝을 침으로 째서 그 독을 더 누그러지게 해야 하는데, 대소 신료들로 하여금 종기의 증세가 위태한 줄 모르게 하고⑤ 달 13일에 이르러서도 오히려 말하기를, ‘증세가 순조롭다’ 하고, 14일에 갑자기 빈천賓天하시게 했다.<단종 2년 3월 4일>

이렇듯 단종 때 이미 복권된 전순의는 세조가 왕위에 오른 후에도 승진에 승진을 거듭하며 세조의 총애를 받는다. ‘세조실록’에 기록된 전순의에 대한 내용은 무려 18건이나 된다.

◦임금이 크게 웃고 장난삼아 이구로 하여금 주먹으로 이계전을 때리게 하니, 신숙주가 말하기를, “내가 만약 손으로 때리게 되면, 비록 명의名醫로 이름난 전순의, 임원준 같은 사람이 좌우에서 서로 교대하며 구호한다 하더라도 끝내 효험이 없을 것이다”라 말했다.<세조 1년 8월 16일>

◦전순의를 자헌대부資憲大夫 동지중추원사同知中樞院事로, 임원준을 가정대부嘉靖大夫 예조참판禮曹參判으로 삼았다. 전순의, 임원준은 시약侍藥하는 데 공로가 있었기 때문에 특별히 명하여 가자(加資)하였다.<세조 10년 11월 4일>

◦임금의 옥체가 조금 편안하여서 정사를 보살폈다. 아종兒宗과 한계희韓繼禧ㆍ노사신盧思愼ㆍ내의 전순의ㆍ김상진 등으로 하여금 궐내闕內에 들어와서 대렵도大獵圖의 노름을 하도록 하고는 이를 구경하였는데, 노사신이 노름에 이기니 말 1필을 하사下賜하였다.<세조 12년 9월26일>

Ⅳ.『식료찬요食療撰要』서문

“사람이 세상을 살아가는데 있어 음식食餌이 첫째이고 약이藥餌는 그 다음이다. 때에 맞추어 풍한서습風寒暑濕의 사기를 막아주고 음식과 남녀관계에 절도를 지킨다면 병이 어떤 이유로 생기겠는가! 하지만 간혹 계절이 그 질서를 잃어 평온한 날(平日)이 적고 어지러운 날(亂日)이 오히려 많으면 어찌 승려지기乘戾之氣에 감염되는 사람이 없겠는가! 이런 이유로 옛 사람(古人)이 처방을 할 때는 먼저 음식으로 다스리고(食療) 음식으로 낫지 않은 뒤에야 약으로 다스렸다. 또한 음식에서 얻는 힘이 약에서 얻는 힘의 절반이상이 된다고 하였다. 또 말하기를 병을 치료하는데 마땅히 오곡五穀ㆍ오육五肉ㆍ오과五果ㆍ오채五菜로 다스려야지 어찌 마른 풀이나 죽은 나무의 뿌리나 씨를 쓰겠는가! 이것으로 고인古人이 병을 다스릴 때는 반드시 음식으로 치료하는 것을 우선으로 삼는 이유를 알 수 있다.

삼가 우리 성상聖上(세조)께서는 신농神農, 황제黃帝, 기백岐伯, 편작扁鵲의 신묘한 의술을 서술하여 밝히시고 항상 병으로 고생하는 백성들을 돕는 문제를 근심하시어 매번 여러 의원들이 음식으로 치료하는 방법(食治)을 쓰지 않는 것을 꾸짖으시었으니 이 문제는 의가醫家들이 잊어서는 안 되는 것이다. 그러나 질병이 악화되는 때에 임하여 여러 처방을 꼼꼼하게 살펴보기 어렵기 때문에 신이 식의심감食醫心鑑, 식료본초植療本草, 보궐식료補闕食療, 대전본초大全本草 등의 방서方書에서 자주 쓰는 음식치료법에 관한 간편하고 쉬운 처방을 가려내어 45문으로 엮어서 바치니 임금께서 식료찬요食療撰要라는 이름을 지어 주시고 나에게 서문을 쓰도록 명하셨다.

또한 교서에 이 방서方書에 사용된 곡식, 고기, 채소, 과일이 비록 항상 먹는 것이라 하여도 그 이름과 실제가 서로 어긋나서 와전될까 걱정되기 때문에 각문(門)의 식품 이름(物類) 아래에 더러 정음正音을 붙여 사람들이 이것을 보고 분명하게 알아서 이용하는데 의심이 없게 하라고 교시하셨다. 성상聖上께서 널리 베풀고 백성을 구제하시려는 뜻이 지극하고도 지극하도다.“

천순天順 4년(1460) 경진庚辰년 겨울 11월에 가정대부嘉靖大夫 행용양위行龍驤衛 상호군上護軍 전순의全循義는 배수계수拜手稽首(두 손을 맞잡고 머리가 땅에 닿도록 절을 한다는 뜻)하고 삼가 서문을 쓴다.

<食療撰要 序>

人之處世 飮食爲上 藥餌次之 雖曰如此 風寒暑濕 禦之以時 飮食男女 節之以限 病何由生 然或四時失序 平日尙小 亂日尙多 豈無人感0戾之氣乎 是以 古人立方 先用食療 食療不愈 然後藥治 且云 將食得力 太半於藥 又曰治病 當以五穀五肉五果菜治之 0在於枯草死木之根茇哉 此古人治病 必以食療爲先 可知矣 恭惟我聖上祖述農黃岐扁之妙 常0恤民瘍病之苦 每救諸醫不用食治之法 此醫家之所不忘也 雖然 臨病忿遽之際 難考諸方 故臣以食醫心鑑 補闕食療 大全本草 等方 考選常用食治簡易之方 爲四十五門以進 賜名曰 食療纂要 仍命序之 又敎曰 是方之中 所用穀肉菜果 雖是恒食之物 名實瓦紊 恐其0訛 故各門物類之下 或附以正音 使人人見之了然 用之無疑 于以見聖上博施濟衆之道 至矣盡矣

天順四年 庚辰 冬十有一月 嘉靖大夫 行龍驤衛) 上護軍 臣 全循義 拜手稽首謹序

Ⅴ.『식료찬요食療纂要』의 가치와 내용

1.『식료찬요食療纂要』의 가치

전순의는 서문에서 ‘고인古人이 처방을 내리는데 있어서 먼저 식품으로 치료하는 식료食療를 우선하고, 식품으로 치료되지 않으면 약으로 치료한다고 하였으며, 식품에서 얻는 힘이 약에서 얻는 힘에 비해서 절잔 이상이 된다고 하였다. 또 말하기를 병을 치료하는데 있어서 당연히 오곡五穀ㆍ오육五肉ㆍ오과五果ㆍ오채五菜로 다스려야지, 어찌 마른 풀과 죽은 나무의 뿌리에 치료방법이 있을 수 있겠는가! 이것으로 고인古人이 병을 치료하는데 있어서 반드시 식품으로 치료하는 식료食療를 우선하는 이유를 알 수 있다. 고 하여 식품으로 치료하는 식료食療를 우선해야 함을 강조하였다. 즉, 식이요법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실용적인 조문만을 뽑아 간편하게 찾도록『식료찬요食療纂要』를 저술하였다고 하였다. 즉 현존하는 고서古書 가운데 우리나라 최고의 식이 요법서라 할 수 있는『식료찬요食療纂要』(1460)는 예방의학이 강조되는 현대사회에 더욱 주목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2.『식료찬요食療纂要』의 내용

질병을 45개 부문으로 나누고 각각에 대한 식이요법이 소개되어 있다. 따라서 그 량이 방대하기 때문에 일부만 소개한다.

1) 제풍諸風 : 중풍에 대한 13가지의 식이요법이 소개되어 있다.

◦갑자기 중풍에 걸려 말을 하지 못하면, 콩을 삶은 다음 그 즙을 엿같이 달여 먹거나 진하게 삶아 먹는다.

◦중풍으로 말을 하지 못하는 증상에는, 부추를 갈아 즙을 내어 복용한다.

◦중풍에 걸려 언어가 어눌하고 수족을 쓰지 못하는 것을 치료하려면, 율무 3홉, 동마자冬麻子(삼씨)반되를 준비한다. 물 3되에 마자인麻子仁(삼씨)을 갈아 그 즙을 취하고 율무로 죽을 끓인 후 공복에 먹는다.

◦풍기風氣를 치료하려면, 가물치를 회로 만들어 먹는다.

◦노인이 중풍에 걸려 입과 눈이 떨리거나 마음이 번거롭고 답답하여 괴로운 증상에는, 껍질 벗기고 자른 우엉뿌리 1되를 햇빛에 말린 다음 절구에 찧어 분말로 만들고 흰쌀 4홉을 깨끗이 씻어 갈아 둔다. 우엉분말로 수제비를 만들어 된장국물에 넣고 삶되 파, 산초, 양념(五味) 곰국을 넣어 공복에 먹는다. 항상 복용하면 매우 효과가 좋다.

◦검은 참깨(黑脂麻)를 볶아서 먹으면 풍질風疾(중풍질환)이 생기지 않고, 풍을 앓던 사람이 매일 먹으면 보행하는 것이 단정하고 말이 어눌하지 않게 된다.

2) 상한傷寒(감기) : 3가지의 식이요법이 소개되어 있다.

◦감기에 걸려 한열寒熱(오한과 발열)이 나고 골절骨節이 부셔지도록 아픈 것을 차료하려면, 파를 잘게 썰어 탕으로 끓여 먹거나 혹은 국이나 죽으로 만들어 먹는다.

◦감기에 걸린 후에는 흰 멥쌀(白粳米)을 삶아 묽은 죽을 만들고 소엽蘇葉(매기풀 또는 차조기라 하며 꿀풀과에 속하는 한해살이풀이다. 중국 원산으로, 한국 각처의 밭에서 재배한다) 28잎과 동전크기 정도로 자른 생강 14조각을 넣고 삶아 뜨겁게 먹는다. 약간이라도 땀이 나면 낫는다.

◦감기로 인한 열병에 구갈口渴(목이 마르는 증상)이 있을 경우, 마땅히 수박과 배를 먹는데 모두 갈증을 그치고 여열餘熱(감기 뒤 끝의 남은 열)을 없애 준다.

3) 해수咳嗽/천식(附喘) : 9가지의 식이요법이 소개되어 있다.

◦폐기肺氣가 위로 솟구쳐 해수咳嗽가 나고 가슴이 답답하거나 숨이 차고 가래소리가 날 때 치료하는 방법은, 잉어 1마리를 회로 만들어 생강과 식초를 넣어먹는다. 마늘에 버무려 먹어도 역시 좋다.또한 피첨皮尖(껍질과 끝)과 쌍인雙仁(두 개의 씨가 있는 것)을 제거하고 빻은 복숭아씨 3량을 물 1되에 넣고 다시 갈아 즙을 낸 다음 쌀 2홉을 넣고 죽을 만들어 편하게 먹는다.

◦폐위肺痿(폐의 만성쇠약증)로 인한 토혈吐血을 치료하는 방법은, 무를 통째로 구워 삶거나 국으로 끓여 먹는다. 무는 담을 사라지게 하며 기침을 멎게 한다.

◦졸해수卒咳嗽(갑자기 생긴 해수)를 치료하려면, 배 1개에 50개의 구멍을 내고 구멍마다 산초 1개씩 넣고 밀가루로 싼다. 뜨거운 재에 구워 익으면 꺼내어 식기를 기다렸다가 산초를 제거하고 먹는다.

◦기침을 금방 낫게 치료하려면, 좋은 배를 구해서 씨를 빼고 갈아 즙을 낸 다음 1개의 차 끓이는 주발에 산초 40개를 넣고 한번 끓인 후 찌꺼기를 제거하고 검은 엿1 대량大兩(당나라 때 생긴 단위로 지금의 3량에 해당된다)을 넣어 다 없어질 때까지 조금씩 삼킨다.

4) 비위脾胃/반위(附反胃) : 27가지의 식이요법이 소개되어 있다.

◦비위脾胃의 기가 냉하여 음식을 내려 보내지 못하고 허약하고 무력한 것을 치료하려면, 붕어 반근을 회로 만들고 끓는 된장국물에 넣어 익히고 후추, 마른 생강, 귤껍질 가루를 넣고 숫회를 만들어 공복에 먹는다.

◦비위의 기가 약하여 음식을 보내기만 하여도 토하고 몸이 마르고 힘이 없는 것을 치료하려면, 밀가루 4 대량大兩(지금의 3량에 해당된다)을 계란 4개의 흰자와 잘 반죽하여 가래떡을 만들고 푹 삶는다. 된장국에 넣어 공복에 먹는다.또한 밀가루 누룩麪麴 각 2량과 생강즙 3대홉大合(홉보다는 큰 단위)을 잘 반죽하여 가래떡을 만들고 푹 삶는다. 귤껍질 산초 소금을 넣고 양고기 국물이나 된장국물에 넣어 먹는다.

◦비위脾胃를 튼튼히 하려면, 콩을 볶아 분말로 만들어 항상 복용한다.

◦반위反胃(음식을 먹은 후 일정시간이 지난 다음 토하는 증상)를 효과적으로 치료하려면, 무를 꿀에 넣고 달여 조금씩 씹어서 복용한다.

◦반위反胃(음식을 먹은 후 일정시간이 지난 다음 토하는 증상)가 있으면서 신물(酸水)을 토하는 것을 치료하려면, 인삼가루 생강즙 반량씩을 준비한 다음 물 2되를 넣고 삶아 1되를 취한다. 좁쌀 1홉을 넣고 삶아 묽은 인삼죽을 만들어 허기질 때 즉시 먹는다.

◦위를 이롭게 하고 비(위 아래쪽에 붙어서 피속의 혈구를 조절함)를 올바르게 하며 부족한 것을 보충하려면, 기장쌀로 밥을 지어 먹는다.

◦음식물이 소화되지 않고 위장에 머물러 있는 증상과 뱃속의 냉기冷氣를 제거하려면, 홍합을 불에 삶아 즙이 나오면 먹는다.

◦오장五臟을 이롭게 하고 음식을 소화시키려면, 순무우를 임의대로 먹는다.

◦속을 따뜻이 하며 기운을 북돋아 주고 비위脾胃를 기르며 골수骨髓를 채우려면, 소고기를 보통 방법과 같이 요리하여 먹는다.

◦비위脾胃가 허약하여 대변을 참을 수 없이 자주 보고 음식을 내려 보내지 못 하는 것을 치료하려면, 꿩 1마리를 잘게 갈고 귤피, 산초, 파, 소금, 간장을 넣어 만두를 만든 다음 푹 삶아 공복에 먹는다.

5) 요통腰痛 : 18가지의 식이요법이 소개되어 있다.

◦허리와 다리가 아픈 것을 치료하려면, 신선한 검은 참깨 1되를 향기가 나도록 볶고 절구에 찧은 다음 자루에 쳐서 하루에 1큰되(大升 : 1大升은 약 713ml정도이다) 정도 먹는다. 대략 1말 정도 복용하면 영원히 낫는다. 술에 먹거나 국 즙 꿀 탕에 먹어도 좋다.

◦허리각기(腰脚氣)를 다스리고 양사陽事(남녀간의 성생활)를 도와주며 요통도 다스리려면, 홍합을 불에 구워 즙이 끓어 나오면 먹는다.

◦따뜻하게 보하고 허리와 신장(腎臟)을 올바르게 하며 양도陽道(남성의 생식 능력)를 일으키게 하려면, 누런 개(黃狗)의 살코기를 찌거나 삶아서 자주 먹으면 좋다.

◦신장腎臟이 허하고 허리와 다리에 힘이 없는 것을 치료하려면, 날밤(生栗)을 자루에 넣어 메달아 말리고 매일 아침에 십여개를 씹어 먹는다.

◦부종이 다리부터 시작하여 배까지 붓는 것을 치료하려면 돼지 간 1개를 씻어 잘게 자른 다음 삼베로 묶어 식초로 씻고 마늘로 버무려서 먹는다. 한번에 다 먹지 못하면 2번에 걸쳐 먹어도 역시 좋다.

◦각기로 인하여 가슴으로 치받쳐 숨이 가쁘고 불안해지는 증상을 치료하려면, 모과 1개를 씨를 제거하고 달여서 복용한다. 어린 것이 더욱 좋다. 또한 구역질과 가래가 나오는 것을 그치게 한다.

6) 안목眼目 : 7가지의 식이요법이 소개되어 있다.

◦간장肝臟이 허약하여 먼 거리를 보기 힘든 것을 차료하려면, 껍질을 벗긴 돼지 간 1개를 잘게 썰고 파 밑둥치 한줌을 뿌리를 제거하고 잘게 자르고 계란 3개를 준비한다. 된장국물에 넣고 끓여 국을 만들고 익으려고 할 때 계란을 깨트려 넣고 먹는다.

◦간장풍허肝臟風虛로 인하여 눈이 침침한 것을 치료하려면 오골계의 간 1개를 잘게 절단하고 된장국물에 쌀과 같이 넣고 국이나 죽으로 만들어 먹는다.

◦눈이 침침하여 볼 수가 없는 것을 칠하려면 독고마리(蒼耳子) 반량, 멥쌀 3홉을 준비한다. 독고마리씨를 빻아 문드러지게 하고 물 2되를 넣어 꼭 짜서 즙을 내고 여기에 쌀을 넣어 끓여 죽을 만들어 먹는다.

◦이롱耳聾과 코로 향취香臭를 맡지 못하는 것을 치료하려면, 곶감(乾柿) 3개를 잘게 자르고 멥쌀 3홉을 준비한 다음 곶감국물에 죽을 끓여 공복에 먹는다.

7) 목구멍/입·혀(咽喉/附口舌) : 4가지의 식이요법이 소개되어 있다.

◦목구멍에 급성 염증이 생겨서 음식을 먹어도 아래로 내려 보내지 못하는 경우에 보릿가루가 밀가루보다 좋다. 보릿가루로 묽은 풀을 쑤어 마신다. 부드럽고 매끄러워 용이하게 내려 보내고 위기胃氣를 도와준다.

◦생선뼈가 걸리거나 입안과 혀가 허는 것을 치료하려면, 사탕 1덩어리를 입에 물고 있으면 녹아서 즉시 낫는다.

◦혀에 출혈이 있는 것을 치료하려면 메주 1홉을 물 1그릇에 넣고 삶아 여러 번 끓이고 나서 따뜻하게 1잔을 먹는다. 하혈도 역시 치료된다.

8) 제기諸氣 : 6가지의 식이요법이 소개되어 있다.

◦냉기冷氣를 치료하려면, 율무로 밥을 만들거나 죽으로 삶아도 역시 좋다. 편하게 먹으며 거리낄 것은 없다.

◦몸을 따뜻하게 보하고 기력氣力을 북돋아 주려면 사슴고기를 임의대로 익혀서 먹는다.

◦속을 보하고 기력을 북돋아주려면 양고기를 임의대로 익혀서 먹는다.

◦양기를 더욱 세게 하고 기력을 북돋아주며 허리와 무릎을 따뜻하게 하려면 참새고기를 임의대로 먹는다.

◦신기腎氣를 기르려면 좁쌀로 밥이나 죽을 만들어 임의대로 먹는다.

9) 제허諸虛 : 19가지의 식이요법이 소개되어 있다.

◦성생활을 도와주고 혈맥을 보하고 장위腸胃를 튼튼하게 하며 하초下焦를 실하게 하고 정수精髓를 채워주려면 양념을 넣고 개고기를 삶아 익힌 다음 공복에 먹는다. 마늘과 같이 먹지 말아야 한다. 이는 사람에게 손해가 되기 때문이다. 또한 구워서 먹지 않는데 이는 소갈消渴이 생길까 염려해서이다. 개의 피를 제거하면 힘이 적어지고 사람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마른 사람은 먹지 말아야 한다.

◦허로虛勞를 보하려면 볶지 않고 검은 참깨의 기름 1근과 멥쌀을 씻은 뜨물 위의 맑은 물 1근을 서로 섞어 약한 불로 끓인다. 뜨물이 다 없어지면 꺼내어 저장한다. 소금물 2홉을 합하고 밀가루를 넣어 수제비를 만든다. 삶아 익히고 양념을 넣어 먹는다.

◦허약한 것을 다스리려면, 붕어에 양념을 하여 푹 삶아 먹는다.

10) 더위증(諸暑) : 3가지의 식이요법이 소개되어 있다.

◦여름에 더위를 먹어서 생기는 증상을 치료하려면, 밀가루로 만든 국수를 찬물에 넣어서 먹는다.

◦더위 먹은 증상을 치료하려면, 새로 수확한 검은 참깨 1되를 검은 빛이 돌도록 볶은 다음 꺼내 펼쳐서 식히고 맷돌에 갈아 분말로 만든다. 새로 떠온 물을 삼전지三錢匕(3돈 정도 분량을 잴 수 있는 약수저)로 넣어 개거나 탄알크기만하게 환을 만들고 새로 떠온 물로 먹는다. 무릇 열기에 접촉하였을 때 외부에서 차가운 것으로 열기를 누르지 말아야 한다. 외부에서 냉기를 얻으면 사망하게 된다.

◦대부분의 여름 더위를 먹어서 생기는 증상에는 생강 큰 것 한 덩어리를 급히 씹고 냉수를 먹어 내려 보낸다. 이미 정신이 미혹하면 마늘 큰 것을 씹고 냉수를 먹어 내려 보낸다. 만약 씹어 먹지를 못하면 물에 갈아 입에 흘러 넣어주면 즉시 깨어난다.

11) 구토/해역 및 비위(嘔吐 附 咳逆幷見脾胃附): 7가지의 식이요법이 소개되어 있다.

◦구토를 즉시 효험있게 치료하려면, 삼씨 3량을 찧고 볶은 다음 물을 넣고 갈아 그 즙을 취한다. 소금을 약간 넣어 마신다.

◦구토를 치료하는데 백약百藥을 써도 차도가 없을 때 생강 1량을 녹두크기로 잘라 식초 물(醋漿) 7홉을 은으로 만든 그릇에 같이 넣고 끓여 4홉으로 만든다. 공복에 찌꺼기를 넣고 섞은 다음 마신다.

◦헛구역질을 치료하려면, 양유 1잔을 따뜻하게 하여 공복에 마신다.또는 계란을 깨트려 흰자를 제거하고 노른자 여러 개를 삼키면 즉시 낫는다.

12) 곽란(癨亂 附轉筋) : 9가지의 식이요법이 소개되어 있다.

◦곽란 이후에 구토가 그치지 않는 것을 치료하려면, 입쌀을 맑은 물에 갈아 1그릇을 복용한다.

◦곽란으로 갑자기 열이 올라 가슴이 답답하고 목이 마르게 되면 좁쌀뜨물을 몇 되 마시면 즉시 차도가 있다. 또는 좁쌀을 새로 떠온 맑은 물에 갈아서 거른 즙을 먹으면 곽란으로 인해서 수족이 경련으로 뒤틀리고 아픈 증상을 치료할 수 있다. 그러니 윗배(大腹)와 위가 냉한 사람은 많이 먹지 말아야 한다.

◦곽란으로 이질(注痢)이 그치지 않고 전근轉筋(수족이 경련으로 뒤틀리고 아픈 증상)이 배까지 진행되어 죽으려고 하는 것을 치료하려면, 생강 3량을 찧고 술 1되를 넣고 삶아 3-4번 끓인 다음 한꺼번에 복용한다.

◦항상 다리에 전근轉筋이 날 때는 통마늘 1개를 씹어 반은 다리 근육을 세게 문지르고 반은 냉수로 삼키면 전근이 자연히 없어지고 예전과 같이 편안해 진다.

◦종기를 없애고 기를 아래로 내려 보내는 작용을 하려면 녹두를 삶아서 먹는다. 또는 잉어의 살(鯉魚白)을 삶아 먹는다.

13) 제갈諸渴 : 26가지의 식이요법이 소개되어 있다.

◦갈증을 그치게 하려면, 찹쌀 2되를 씻은 다음 뜨물을 마신다. 또는 찹살을 갈은 다음 위에 뜨는 웃물을 증상이 그칠 때까지 편한대로 마신다.

◦소갈消渴로 입이 마르는 것을 치료하려면, 좁쌀로 밥을 만들어 먹는다. 또는 율무 삶은 물을 마신다. 또는 녹두와 껍질을 갈아 그 즙을 삶아 마신다. 또는 밀로 밥을 만들거나 죽을 만들어 먹는다.

◦소갈痟渴로 하룻밤에 물을 몇 말이나 마시고 소변을 자주 보며 몸이 마르고 약해지는 것을 치료하려면, 돼지의 위 1개를 깨끗이 씻어 물 5되를 넣고 푹 익도록 삶아 2되를 취한다. 위를 꺼낸 다음 약간의 된장을 넣고 갈증이 날 때 마신다. 고기도 씹어 먹을 수 있다. 혹 쌀과 양념을 넣고 죽으로 끓여 먹어도 좋다. 돼지의 창자는 허갈虛渴과 소변을 자주 보는 것을 다스리며 하초下焦의 허약과 고갈枯渴을 보해준다. 먹는 방법은 위와 같다. 위와 같다.

◦소갈消渴로 물을 끝도 없이 먹고 소변이 많으면 구갈口渴(목이 마르는 증상)이 있는 것을 차료하려면, 꿩 1마리를 잘게 잘라 소금과 된장을 넣고 국을 만들어 먹는다. 고기도 역시 편하게 먹는다.

◦소갈消渴을 그치게 하려면, 능금을 먹는다.

◦조갈燥渴을 다스리려면 석류를 임의대로 먹는다.

◦열이 있는 가운데 소갈消渴이 있는 것을 다스리려면, 붉은 팥으로 죽을 만들어 먹는데 차갑게나 따뜻하게 먹는 것은 임의대로 한다.

14) 술병(酒病) : 3가지의 식이요법이 소개되어 있다.

◦술을 먹고 난 후의 번열煩熱(가슴이 답답하고 열이나는 증상)을 치료하고 갈증을 그치게 하려면, 굴에 생강과 식초를 넣어 날로 먹는다. 해산물 중에서 굴이 가장 귀하다.

◦주갈酒渴(술을 마시고 난 뒤의 갈증)을 풀어주려면 배추 2근을 삶아 국을 만들어 마신다.

◦술에 취해 깨어나지 않을 때 배추씨 2홉을 잘게 갈은 다음 정화수井華水(이른 새벽에 길은 우물물) 1잔에 타서 2번 나누어 마신다.

15) 제혈諸血 : 7가지의 식이요법이 소개되어 있다.

◦갑작스러운 하혈을 치료하려면, 붉은 팥 1되를 잘게 찧어서 물 3되에 넣고 그 즙을 짜서 마신다.

◦코피가 그치지 않는 것을 치료하려면, 입쌀(稻米)을 약간 누렇게 볶아 분말로 만들어 새로 떠온 물에 2돈씩 타서 먹는다. 또 코피를 치료하려면 밀가루를 냉수에 타서 마신다.

◦토혈을 치료하려면, 홍합을 삶아 임의대로 먹는다.

16) 설사泄瀉 : 4가지의 식이요법이 소개되어 있다.

◦설사를 그치게 하려면, 멥쌀로 밥이나 죽을 만들어 먹는다. 푹 익히면 좋다.

◦물 설사(水瀉)를 금방 낫게 하는 처방은, 마른생각분말을 미음에 1돈씩 넣어 공복에 먹는다.

◦설사와 이질을 치료하려면, 상수리를 푹 삶고 물에 담가 떫은 맛을 제거한 다음 말려서 분말로 만들고 싸레기(碎米)와 같은 분량으로 나눈다. 먼저 쌀을 삶아 익으려고 할 때 상수리분말을 넣어 죽을 만들고 졸인 꿀(熟蜜)을 넣어 공복에 복용한다.

17) 대변불통大便不通 : 6가지의 식이요법이 소개되어 있다.

◦장위腸胃를 부드럽게 하려면 율무 1되를 분말로 만든 다음 물 2되에 율무분말 2숟가락씩 넣고 삶아 죽을 만들어 공복에 먹는다.

◦정신환精神丸은 대변을 잘 나가게 하는데, 검은 참깨 1되, 흰꿀 1되를 고아 상복常服한다. 폐기肺氣를 다스리며 오장五臟을 윤택하게 하며 정수精髓를 채워준다.

◦장위腸胃가 막힌 것을 통리通利시키며 가슴이 답답하고 열이 나는 증상을 제거하려면, 배추 2근을 삶아 국을 만들어 마신다.

18) 소변불통小便不通 : 16가지의 식이요법이 소개되어 있다.

◦소변을 잘 나가게 하려면 청량미靑粱米(생동쌀)로 밥을 지어 먹거나 청량미 삶은 물을 마신다. 또한 정신환을 공복에 복용한다.

◦소변불금小便不禁(소변을 참지 못하고 저절로 나오는 증상)을 치료하려면, 토끼 1마리를 가죽 발톱 오장 등을 제거하고 물 1말반을 넣고 뼈와 살이 분리되도록 푹 삶는다. 즙을 5되 정도 걸러 식힌 다음 갈증이 날 때 마신다. 아무리 심한 사람이라 하여도 3마리를 넘지 않아 낫는다.

◦밤에 자다가 참지 못하고 소변을 보는 것을 치료하려면, 호두를 약한 불에 통째로 익힌 다음 잠자리에 들 때 따뜻한 술과 함께 씹어 먹는다.

◦소변이 잘 나가도록 하려면, 좁쌀, 붉은 팥, 밀, 흰수닭 등 4가지를 보통 요리하는 방법과 같이 하여 먹는다.

◦밤에 소변을 많게는 하룻밤에 10여 차례나 가는 것을 치료하려면, 인절미(찹쌀떡)한 개를 잠자리에 들기 전에 구워서 부드럽게 익혀 먹고 나서 따뜻한 술을 마신다. 술을 먹지 못하는 사람은 물을 마신다. 많이 먹으면 더욱 좋으며 오랫동안 먹고 마음을 비우면 문득 잠이 든다. 하룻밤에 10여 차례나 가는 사람도 당일에 치료된다.

19) 제치諸痔/부장풍치루附腸風痔漏 : 9가지의 식이요법이 소개되어 있다.

*腸風은 치질로 인하여 붉은 피가 나오는 것이고 痔漏는 痔核이 터진 것이다.

◦오치五痔(다섯가지 치질)를 치료하려면, 돼지머리 1개를 보통 먹는 방법과 같이 푹 삶아 익힌다. 식기를 기다려 회를 만들고 오랄초五辣醋를 넣어 먹는다. 돼지주둥이는 먹지 말아야 한다.

◦오래된 치질과 하혈이 그치지 않고 항문주변이 아픈 것과 장풍腸風(치질로 붉은 피가 나오는 것)을 치료하려면, 멧돼지고기 2근을 잘게 썰고 양념(五味)을 묻힌 다음 구워서 공복에 먹는다.

◦치질로 인한 하혈이 그치지 않고 항장肛腸(항문과 창자)이 아픈 것을 치료하려면, 붕어로 회나 국을 만들어 먹는다.

◦장풍하충腸風下蟲(치질로 인하여 피가 나오면서 밖으로 돌출된 것)을 치료하려면, 뱀장어 2근을 요리하는 방법과 같이 준비하여 새끼뱀장어같이 잘게 잘라 솥에 넣고 술 3잔을 넣어 삶는다. 소금과 식초를 넣어 먹는다.

20) 개에 물림(凡犬猘犬咬) : 6가지의 식이요법이 소개되어 있다.

◦개가 사람을 물은 경우에 치료하려면 생강즙 1되를 마신다. 또한 부추즙도 역시 가능한데, 차도가 있은 다음에 다시 재발하는 경우도 치료한다. 미친개가 물었을 경우도 동일하다.

◦미친 개에 물린 증상이 거듭 나타날 경우 치료하려면, 순무(蔓菁子)씨를 갈은 즙을 복용하면 좋다.

21) 벌레 물림증(諸虫傷) : 4가지의 식이요법이 소개되어 있다.

◦뱀에 물린 독을 치료하려면, 생밤을 먹거나 씹어서 붙인다.

◦거미에 물렸을 때 양유 1잔을 마시면 낫는다.

◦서교독鼠咬毒(쥐에 물려서 생긴 독)에는 설탕을 물에 타서 차갑게 복용한다.

22) 부인질병婦人諸疾 : 9가지의 식이요법이 소개되어 있다.

◦부인의 젓이 나오지 않는 것을 치료하려면, 소코(牛鼻)로 국을 만들어 공복에 3-4번 복용한다.

◦임신 중의 입덧(惡阻)과 구역嘔逆 그리고 두통과 음식을 소화하지 못하는 것을 치료하려면, 모과(木瓜) 큰 것 1개를 썰고 꿀 1량을 준비하여 물에 같이 넣고 모과가 문드러지도록 삶는다. 사기그릇에 넣어 잘게 갈고 밀가루 3량을 넣어 잘 반죽하고 얇게 펴서 장기將棋알 크기로 자른다. 매일 공복에 백비탕白沸湯(오랫동안 끓인 맹물)에 넣고 삶아 반잔으로 만들고 그 즙을 담백하게 먹는다.

◦임신 중의 요통을 치료하려면, 콩(검은 콩) 1되를 술 3되에 넣고 삶아 7홉을 취한다. 찌꺼기를 제거하고 공복에 복용한다.

◦회임懷妊(임신)되어 몸이 붓고 유산기(胎動 : 태아가 불안하여 유산되려는 증상)가 있는 것을 치료하려면, 잉어를 삶아 탕을 만들어 먹는다.

◦태반이 위로 치받쳐 심통心痛이 있고 열이 나며 하혈이 있는 것을 치료하려면, 누룩 반근을 찧어 분쇄하여 뜨거운 물에 넣어 짜 3잔정도 취하고 때를 계산하지 말고 따뜻하게 5번 복용한다.

23) 산후질병産後諸疾 : 21가지의 식이요법이 소개되어 있다.

◦처음 출산하여 복중腹中에 어혈瘀血이 있고 가(하복부에 덩어리로 뭉치는데 움직이는 것)와 피가 맺혀 아픈 것과 허손虛損(몸과 마음이 허약하고 피로한 증상)하고 힘이 없는 것을 치료하려면, 생지황즙 3홉 생강즙 1량 찹쌀 3량을 준비한다. 찹쌀을 죽으로 삶아 익히려고 할 때 생지황즙과 생강즙을 넣고 고루 섞어 공복에 복용한다.

◦출산 후의 설사이질증(下痢)과 요복통腰腹痛에 꿩 1마리를 만두로 만들어 먹는다.

◦출산 후의 혈결血結(혈이 몰려서 잘 통하지 않는 것)과 복내냉통腹內冷痛(배가 차가우면서 아픈 증상)을 다스리며 징가癥痂(아랫배에 덩어리가 뭉치는 증상)를 치료하려면, 홍합을 불에 익혀 배부르도록 한번에 먹는다.

◦출산 후의 허손虛損(몸과 마음이 허약하고 피로한 증상)과 가슴의 사열邪熱(나쁜 열기)과 번민煩悶(마음이 번거롭고 답답하여 괴로워 함)을 치료하고 갈증을 그치게 하려면, 가리맛(蟶)을 삶아 먹되 밥을 먹은 다음에 복용한다.

◦산후의 허손虛損과 유즙乳汁이 잘 나오지 않는 것을 치료하려면, 돼지발굽 1개를 보통 요리하는 방법과 같이 하고 백미白米 반되를 준비한다. 돼지발굽을 물에 넣고 삶아 푹 익히고 고기를 취하여 절단하고 쌀을 넣어 죽을 만든다. 소금 장 파 산초 생강을 넣어 먹는다.

◦산부가 방광이 손상되어 본인도 모르게 유뇨遺尿(소변이 저절로 흘러 나옴)가 나오는 것을 치료하고 방광을 따뜻하게 보하려면 돼지방광, 돼지밥통 각 1개 씩과 찹쌀 반되를 준비한다. 쌀을 돼지방광 속에 넣고 방광을 돼지밥통에 넣고 삶아 익힌다. 소금 산초를 적당히 넣고 음식과 같이 매일 상복常服하면 몇 전 지나지 않아 효험이 있다.

◦출산 후에 젖이 잘 나오지 않고 속이 답답하며 아픈 것을 치료하려면, 돼지 간 1개와 좁쌀 1홉으로 요리하는 방법과 같이 죽을 만들어 공복에 먹는다.

◦출산 후의 허로虛勞(몸의 정기와 기혈이 허손해진 증상)와 골절동통骨節疼痛(뼈마디가 아픈 것으로 삭신이 쑤신다고 함) 두통頭痛이 있으면서 땀이 나지 않는 것을 치료하려면, 돼지콩팥 1개를 삶은 다음 파 되장을 넣고 고깃국을 만들어 평상시같이 먹는다.

24) 소아병小兒諸病 : 22가지의 식이요법이 소개되어 있다.

◦소아의 오래된 이질을 치료하려면, 돼지 간 1개를 잘라 편을 만들고 구워서 익힌 다음 공복에 먹는다.

◦추리秋痢(흰 농만 나오면서 배가 아픈 이질)를 치료하려면, 곶감을 약간 구하여 간다. 쌀을 삶아 죽을 만들고 익으려고 할 때 곶감을 넣고 다시 3-5번 끓으면 아이에게 먹인다.

◦어른과 어린이의 발열發熱을 치료하려면, 계란 3개와 흰색 꿀 1홉을 서로 섞어 복용한다. 즉시 차도가 있다.

◦소아의 설사이질증이 그치지 않고 여위어 진 것을 치료하려면, 계란 1개 찹쌀 1홉을 준비한다. 찹쌀을 삶아 죽을 만들되 익으려고 할 때 계란을 깨트려 넣고 잘 섞어 익기를 기다려 먹인다.

◦소아의 설사가 그치지 않는 것을 치료하려면 계란 1개를 깨트려 쟁개비(銚子 : 무쇠로 만든 작은 솥)에 손가락 크기의 밀랍 1 덩어리를 같이 넣고 불에 볶아 익힌 다음 보통 때와 같이 먹는다.

◦소아가 여름철에 설사가 계속되었을 때 치료하려면, 계란 5개와 녹두를 갈아 삶아 녹두가 부드러워지도록 익힌 다음 묵은쌀을 넣고 묽은 죽을 만든다. 휘저어서 죽이 따뜻하게 식으면 먹고 계란을 먹어 눌러준다. 1-2번 한꺼번에 먹으면 설사병이 감소되어 편안해진다.

◦소아의 중설重舌(혀밑이 부어서 마치 작은 혀가 또 있는 것 같은 증상)을 치료하려면, 좁쌀을 죽으로 만들어 먹어라.

Ⅵ. 맺는 말

현존하는 문헌 가운데 우리나라 최고最古의 식이요법서라 할 수 있는『식료찬요食療纂要』는 중국과 우리나라의 의서醫書와 본초서에서 음식으로 치료가 가능한 구절을 발췌하여 45개의 문으로 저술한 책이다. 기능성 식품이 강조되는 현대 농학에 있어서 농학이 나아가야할 방향을 제시하는 고서古書임이 분명하다.

현대사회는 원천기술을 중시하는 경향이 강한데, 선조들의 지혜야 말로 전 세계에 수출할 수 있는 우리나라만이 가능한 원천기술인 셈이다. 다만 한문으로 되어 있는 까닭에 이를 해독하지 못한 채 사장되는 경우가 많은데, 다행이 농촌진흥청의 농서국역사업으로 선조들의 지혜가 새로운 관점에서 재해석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만약 외국인이 우리나라 고유의 농학과 한의학을 이해하려면, 고서를 한글로 번역하고 또 이것을 영어로 번역된 것을 보고 이해할 것이다. 따라서 번역되는 과정에서의 오역으로 인하여 제대로 이해하지 못할 것임은 자명하다. 마치 우리가 서구학문을 연구할 때 영어로 보아야 제대로 이해되는 것과 같은 것이다.

따라서 우리의 원천기술이 담겨있는 우리의 고서를 제대로 읽고 우리의 것으로 만드는 것이야말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식이요법서로의『식료찬요食療纂要』가 바로 이러한 우리나라 원천기술 중의 하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