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문학/동시

목발 외 섯달 그믐날

빛마당 2022. 4. 14. 13:44

목발

 

내 아픈 다리만큼

누르는 힘으로

너를 힘들게 해놓고

 

네가 떠받치는 힘으로

내 겨드랑이가 아파

몇 번이나 버리고 싶었는지

 

참으로 오래 동안

힘들어 하면서 서로 기댔는데

 

하얀 석고붕대를

훌훌 풀어 던지고 난 후

어딘가에 버리고 잊었지

 

뽀얀 먼지 묻은 너를

뒤 곁에서 다시 만난 오늘

 

아픈 내 다리를

대신해준 네게 미안해

 

겨드랑이 안으로 깊숙이

너를 껴안고

속상했을 네 마음을

꼭 품어 본다.

2022. 1.25.

 

섣달 그믐날

 

꿈을 꾸었어

하나님이 나와 달팽이랑

달리기를 시켰어

“15초 동안 열심히 달려봐”

나는 100m

달팽이는 1cm

내가 이겼다고 좋아했는데

하나님이 주신 상장엔

커다랗게 찍힌 빨간 도장

“둘 다 열심히 했음으로 칭찬함”

202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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