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문학/동시

심우장

빛마당 2022. 11. 1. 19:04

심우장(尋牛莊)

 

만해 할아버지가 사셨단다

조선총독부 건물이 보기 싫어

남들이 다 좋아하는 남쪽을 등지고

북쪽을 향해 지었다는 집

할아버지가 심었다는 조선 향나무가

가을빛에 더 푸르고

오세창 할아버지가 썼다는 심우장 편액이

여전히 흰빛을 발하고 있었어

얼마나 속상했으면

남들이 싫어하는 북쪽을 향해

돌아앉았을까

등 뒤로 쉼 없이 다가왔을

총독부의 유혹

한 마리 소가 먼 길 돌고 돌아

제 자리를 찾듯

광복의 날을 꿈꾸며 사신

할아버지 앉았던 자리

아직 따스했어.

2022. 10.22. 상주문학 문학기행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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