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문학/동시

신발을 씻으며

빛마당 2023. 5. 1. 20:02

신발을 씻으며

 

흙 묻은 신발을 씻는다

늘 힘없이 주저앉은

아버지의 작업화

 

바닥에 덕지덕지 굳은 흙덩이

신발 속에 잔뜩 끼인

검불과 모래 알

 

어떻게 견뎠을까

씻어도 베어 나오는

찌던 물

 

헹구고 헹구어

볕 바른 곳에 널어 말리면

따스하게 담기는 햇살

 

가족이란 무게에 눌려 있던

아버지의 신발이

햇볕 속에서 다시 일어서고 있다.

2023. 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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