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이름과 꽃말
김재수
장미꽃 앞에 앉아서 물었어
네 이름이 무엇인지
네 꽃말이 무엇인지 아니?
장미꽃이 고개를
흔들었어
‘빨간, 하얀, 노랑, 분홍, 주황, 파랑,
보라, 검정...... 장미’
‘순결, 무죄, 질투, 불신, 은혜, 감탄,
기쁨, 우아함, 첫사랑, 수줍은 고백....’
난 그런 거 몰라
그냥 네가 좋아하는
꽃이면 되.
2024. 10.27. 2025.3. 현대문예에 보냄
천사나팔꽃
김재수
새벽에 기도하러 가시는 할머니 등에
천사나팔꽃이
뿌뿌 나팔을 불고 있다
할머니의 기도가
향기로 하늘에 오르도록
뿌뿌 신나게
향기 나팔을 불고 있다.
2026. 10.27
김미연 시인의 제9회 개인전에 붙여
김재수
소녀가
바이올린을 연주하고 있다
비발디의 사계
산들바람이 부는 여름을 지나
이제 막 가을을 연주하고 있다
바이올린 선율에
꽃과 새들과 나무
환한 웃음 웃는 해바라기
바구니엔 주홍빛 감이
서늘한 선율을 타고 익어가고
맑은 하늘과 더 시린 계곡의 물
하늘하늘 내리는 붉은 단풍잎들이
전시장 가득 내리고 있다
전시장 입구에 다소곳 앉은 여인은
끊임없이
그림 속에 시를 쓰고 있다.
2024.10.28
꽃 양귀비
김재수
개양귀비라고
부르지 마
꽃 양귀비라고
불러주면 안 돼?
듣는 나도
듣는 개도 기분이 좋잖아
2024.10.29. 2025. 3. 현대문예에 보냄
사과
김재수
내 말에 토라진 그 아이
저만큼 가는데
무슨 말을 해야
내 마음 알아줄까
빨간 사과 하나
불쑥 내밀었더니
두 볼이 빨개졌다
빙그레 웃었다.
2024.10.31. 낙동강문학관 작품 보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