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
김재수
한 발자국 앞도 보이지 않는
안개 낀 아침
붙박이로 사는 산과 나무들이
출렁이는 바다도 수평선을 뛰어넘어
하늘을 다녀오는 것 같다
하늘에서만 머물던 구름도
모처럼 스멀스멀
땅으로 내려왔다가 가는 것 같다
안개가 서서히 걷힐 때 쯤
드러나는 산과 나무와 바다의 모습
꼭
동화 속 꿈나라를 다녀온 아이들이
잠에서 덜 깬 얼굴을 하고 있는 것을 보면.
2024.10.23.
너라면
김재수
저만큼 떨어져 있어
바라보기만 해도 좋아
서로 다른 일을 하지만
찡긋 나눈 눈짓 한 번에도 좋아
아무 말 안 해도
함께 있으면 왜 이렇게 편한지
때론 얼마동안
네 소식 몰라도
내 마음속에 네가 있으면
그냥 좋아.
2024.10.24.
담쟁이덩굴
김재수
담쟁이덩굴이
벽을 밀고 있다
“넘어지지 마”
수많은 손바닥을 활짝 펴고
오래된 벽을
힘껏 밀고 있다.
2024.10.26. 영동문학관 사화집 보냄
봉숭아에 용수철이
김재수
봉숭아꽃 진자리
풍선처럼 부푼 씨방
톡
건드렸는데
깜짝 놀랐잖아!
봉숭아 씨방에 용수철이 들어 있었나봐
새까만 씨앗들이
쌀 튀밥 튕기듯
팡 튀어 나왔다.
2024.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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