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나무
가진 것 남김없이
다 내려놓았다
손이 편하다
가릴게 게 없으니
하늘이 다 보였다
눈이 편하다
이따금 흔들어 대는 바람
온 몸을 내 맡기면
마디마디 휘파람 소리
노래가 된다
마지막
줄기를 타고 오르는
물소리까지 멀리 보내면
편한 마음
그제야 내몸에
선명하게 그려지는
나이테 한 금.
2009. 12. 28
겨울나무
손이 시려 훌훌
털어버리고 싶지만
가지 끝 꼭 잡고 떠는
추위가 안쓰러워
함께 잡고 밤새 견딘다.
이윽고 아침이 오면
추위는 떠나가지만
나무는 어딘지 허전해
언 손을
햇살을 향해 말리면서도
저만치 사라지는
추위의 발자국 소리를 향해
귀를 열어 둔다.
2010. 1.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