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문학/산문

주고 받기

빛마당 2010. 9. 26. 19:55

 

248. 주고받기

 아침 일찍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습니다.

누굴까 하고 문을 열었는데 웬 낯선 여인이 환한 미소로 서 있습니다.

‘누구신지?’하는 표정으로 서 있는데 “이웃에 이사 온 사람입니다.” 하고 손을 내 밉니다.

그러냐고 받아 든 것은 팥고물이 구미를 당기는 넉넉한 떡 쟁반이었습니다.

‘이게 얼마 만인가?’ 하얀 이를 가지런하게 드러내며 돌아서는 아낙의 뒷모습을 보면서 아침이 상쾌해 졌습니다.

 우리에게는 ‘주고받기’란 참 좋은 말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 좋은 말이 요즘 많이 사라진 듯합니다.

‘콩 한 쪽도 나누어 먹는 세상’에서 ‘콩 반쪽도 돈이 되는 세상’으로 바뀌어 지고 흙 담을 넘나들던 시골의 인심도 높아지는 담장만큼이나 울이 아닌 벽이 되더니 훈훈한 마음들이 시멘트 포장처럼 굳어지고 있어 서로의 마음을 주고받는 일들이 소홀해 지고 있습니다.

 주고받는 일의 순서는 먼저 주는 일입니다.

이는 받는다는 전제가 아닌 순수하게 주는 마음입니다.

다시 말해 진정한 주고받음은 계산 없이 그냥 줄때 온전해 집니다. 영어의 ‘give and take’는 받아야 한다는 저의가 깔려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네 주고받기는 이와는 다릅니다.

 주고받는 일은 먼저 마음에서 일어나야 합니다.

내가 주고 싶다는 마음이 일어날 때 물질도 줄 수 있습니다. 인색한 마음에는 일어날 수 없는 일입니다. 그리고 주고 싶다는 마음이 일어나는 순간 우리는 행복해 집니다.

 주고받는 일은 상호작용입니다.

그러나 주고받는 일이 분량, 횟수 등 가치등가로 매겨질 수 없는 상호작용입니다.

내가 줌으로 내가 행복하고 상대 역시 준다는 행복한 행위로 받는 이에게 기쁨을 더하는 상호작용입니다.

 어느 날 마음을 나누는 친구를 만났습니다.

이 벗은 주는 일을 좋아하는 친구입니다. 자신이 쓴 글을 통하여, 자신의 삶의 한 자락이나 때로는 자신의 아픈 기억의 한 부분을 뚝 떼어 주기도하고, 내가 힘들다 할 때는 위로와 권면으로 용기를 주기도 하더니 이제는 자신에게 더 없이 귀중한 시간까지 나누어 줍니다.

받아 행복하니 나도 무엇을 나눌까 생각합니다.

내가 가진 생각을 나누기도 하고 때로는 침묵하는 시간을 나누기도 합니다.

크던 작던 나눌 것이 있을 때 행복합니다.

 가을로 이우는 진한 어둠속에 풀벌레 소리로 가득합니다.

가만히 귀를 기울이면 저들도 이 밤을 위해 그윽한 음색으로 서로에게 주고받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나도 하루 일을 마무리하면서 내 벗을 위해 글을 씁니다.

글 속에는 내 생각이 고스란히 들어있기에 그 벗은 또한 즐거워합니다.

2010. 9.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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