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4. 가족
가까운 도시에 분가해 살고 있는 아들 내외는 토요일이면 우리 집으로 왔다가 일요일 오후엔 다시 제 집으로 돌아갑니다.
지인들이 왜 아들 내외를 불편하게 하느냐고 하지만 불문율처럼 지키게 했습니다.
비록 직장 때문에 떨어져 살지만 그래도 가족이란 힘들어도 자주 만나 부대껴야 한다는 생각은 변함이 없습니다.
다행이 큰 손녀를 2년간 아내가 키워온 때문에 토요일에 시댁으로 오는 일이 며느리로서는 자연스러워 졌습니다.
아들 내외가 오는 날이면 나도 바빠집니다.
집안이며 방 청소도 해야 하고 아내는 주방 정리도 다시 합니다.
부부만 편하게 있던 집이기에 솔직히 불편한 점도 있습니다.
그러나 가족이기에 행복한 불편입니다.
요즘 회자되는 유머 중에 이런 것이 있습니다.
자식을 가리켜 ‘낳을 땐 1촌, 대학가면 4촌, 제대하면 8촌, 결혼하면 사돈의 8촌, 애 낳으면 동포, 이민가면 해외동포.’라고 하기도 하고 ‘사춘기 되면 남남, 군대 가면 손님, 장가가면 사돈’이란 말도 있습니다. 웃고 넘기기엔 뒷맛이 개운하지 않습니다.
옛날에는 ‘8 촌이 한 마당에서 난다.’ 하였고, 20년 전만 해도 3대가 한 지붕 아래서 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산업화가 되면서 핵가족이 일반화 되고 주택마저 아파트로 바뀌면서 가족이란 개념도 달라지고 있습니다.
우리네 민법이 바뀌고 그기에 호적법이 바뀌면서 ‘가족관계 증명서’라는 것이 생겼습니다.
이 증명서는 ‘부모, 배우자, 자녀의 인적 사항 등 기재 범위가 3대로 제한되고 있다고 하지만 분가한 경우 ‘본인’을 중심으로 1촌 관계만 증명서에 표기가 되어 결국 손자의 가족관계 증명서에는 조부모는 해당되지 않고 있습니다.
이러다 보니 자녀의 숙제 ‘가족사진’엔 조부모가 빠지는 경우가 당연합니다.
가족이 모여 가정을 이룹니다.
가정은 조상으로부터 나에게로 이어졌고 나로부터 자손에게로 그렇게 이어집니다.
또한 가정은 한 국가를 이루는 가장 기초적인 단위이며, 대인 관계를 이루는 사회생활의 출발점입니다. 이러한 가족의 의미가 무너진다는 것은 한 국가의 뿌리가 흔들린다는 것과 같습니다.
여러분의 자녀 가족사진에 혹시 여러분은 들어 있습니까?
아니면 빠져 있습니까?
‘허허’ 하고 웃어넘길 일이 아닙니다.
오늘을 살고 있는 우리가 똑 바로 챙겨야 하고 마땅히 자녀들에게 가르쳐야 할 미풍양속이요 교훈입니다.
가족. 어쩌면 우리에게 숙명인 ‘행복한 불편’이기 때문입니다.
2012. 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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