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문학/산문

세월과 변화

빛마당 2012. 6. 13. 21:20

 

 

 

272. 세월과 변화

요즘 세월이 빠르다는 것을 실감합니다.

아울러 빠른 시간만큼 변화도 다양하고 그 속도도 아주 빨라졌습니다.

휴대폰은 3개월마다 모델이 바뀔 만큼 과학․기술은 속도를 더 해 갑니다.

여기에 뒤질세라 사람들의 사고방식도 많이 달라졌습니다.

대가족 제도가 핵가족 제도로 붕괴되나 싶더니 요즘은 그 핵가족 마져 무너지고 있습니다.

사회제도가 변화하니 가치관도 몰라보게 변화하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마음을 주고받는 일이 가장 훌륭한 선물이었는데 이제는 보이지 않는 마음보다는 만지고 확인할 수 있는 것으로 해야 행복한 세상이 되었습니다.

며칠 전 아내의 생일 선물에 대한 이야길 썼습니다.

내용인즉 아내의 생일 선물로 고등어 한손을 가져갔다가 일 년 내 내 모가 박힌 소리를 듣다가 그 이듬해 꽃바구니로 바꾸었더니 그 효력이 일주일 내내 갔다는 이야길 했습니다.

여성들은 맛있는 고등어 보다 보기 좋은 꽃바구니를 더 좋아한다는...

올해 아내가 벌써 회갑을 맞았습니다.

지난 날 생일 선물이야기를 하면서 이번에도 꽃바구니를 선물할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데 이미 눈치를 채었는지 지나가는 말로 한마디 던지고 갑니다.

“요즘 선물은 현찰이 좋다는데...”

이 말을 듣는 순간 격세지감(隔世之感)을 느꼈습니다.

더디어 ‘내 아내도 변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하긴 홀시어머니 밑 외동며느리로 시집와서 한 번도 마음 편할 날 없었고, 더구나 어머니가 회갑 되던 해 중풍이 와서 20년이 넘게 병수발을 했으니 그 고생이 어디 말 할 수는 없었습니다.

그런 세월 40년을 살아 왔으니 변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비정상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그래도 내 가슴엔 꽃바구니 하나에 일주일동안 감격해 하던 그 모습이 바래지지 않은 고운 영상으로 남아있는데 말입니다.

지금은 작고하신 김천의 동화작가 윤사섭 선생님이 어떤 모임에서 자조적인 이야길 했습니다.

“김 선생, 큰일 났네. 그 옛날의 사슴이 요즈음에 와서 차츰 너구리로 변하고 있단 말이야.”

사슴은 윤사섭 선생님의 필명입니다.

정말 사슴처럼 살면서 주옥같은 동화를 남긴 분인데 세월 따라 변하는 자신에 대해 경계하시던 모습이 문득 떠올랐습니다.

어느 기관에서 요즘 어른들의 선물에 대한 선호도에 대해 설문조사를 했는데 그 결과 역시 가장 많은 선호는 ‘현금’이라는 것을 보도한 적이 있습니다.

주고받는 선물도 지극히 현실적으로 변화된 오늘을 보면서 앞으로 또 10년이 지나면 과연 어떤 생일 선물을 준비해야 칭찬을 받을 것인가 하고 미리 고민을 해 보는 하루입니다.

2012. 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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