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주 존애원(存愛院) 그 무한한 가치의 존애사상 계승 발전을 위한 제언
각근사 주지 무 진 행
나는 충청도 태생으로 서울에서 살다가 10년전 부처님 인연 따라 여기로 이사 온 수행승입니다. 그때 주민등록을 옮기면서 상주(尙州)라는 고을 이름에 무슨뜻이 있나? 하고 옥편을 찾아보니「일찍 상」,「아름다울 상」,「자랑스러울 상」의 뜻이 있어 이를 하나로 연결하여 보니,「일찍부터 아름답고 자랑스러운 고을」이라는 이름이 되어 좋았습니다.
그러면 과연 그런 이름에 걸 맞는 일이 있나? 하고 알아보던 중에 상주문화원(원장 : 김철수)이 주관한「제2회 상주 문화 사적과 상주인물 학술대회」에서 발표한 “존애원(存愛院)위상 재고를 위한 학술대회” 논문집을 읽어보게 되었고, 그래서 존애원(存愛院)의 유래를 알게 되었고, 따라서 상주라는 이름이 명실상부함을 알게 되었습니다.
상주에 이처럼 아름답고 자랑스러운 존애원(存愛院)이 생기기까지 그 시대의 배경을 잠시 살펴보겠습니다.
임진년 7년 전쟁의 참상에 대한 역사기록을 보면, ‘전국토(國土)는 초토화(焦土化) 되고, 배가 고파서 죽은 사람의 시체를 뜯어 먹었다’는 대목도 있고, ‘명나라 군사가 토해 낸 것을 주워 먹었으며 400가지가 넘는 질병과 기근으로 죽은 사람의 시체가 산더미 같이 쌓였으니 이곳은 사람이 사는 세상이 아니고 지옥’이라고 표현한 대목도 있습니다.
더욱이 상주는 일본군 고니시가 이끄는 주력부대가 지나가는 통로였기 때문에 피해가 더욱 심했습니다. 이럴 때 보통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자기 목숨이나 자기 가족만을 돌보게 됩니다. 그러나 그 당시 존애원기(存愛院記)에서 창석(蒼石) 이준(李埈) 선생이 밝힌 것처럼, 상주에 있는 13개 문중의 사림(士林)들은 선비의 솔선수범정신(노블리스 오블리제 : Nobless oblege)으로 뭉쳤으며, “천지는 나와 더불어 본래 하나”라는 대승 평등사상과 유마거사의 문명인사에서 문수사리보살이 “어디가 아프냐”는 말에 “중생이 아파서 내가 아프다”는 고사처럼 보살의 자비심으로 상주 백성들을 질병과 기근으로부터 구제하고 흩어진 민심을 모으고, 미풍양속을 진작시키고, 위정자들에 대한 원망과 흉악한 민심을 달래고자 하였습니다.
그래서 우리나라 최초의 사설 병원인 존애원을 설립하여 180년간이나 지속시켜 왔고 그 후에도 경로(敬老) 기능의 백수회(白首會)와 교육기능의 강학소(講學所), 예절교육 등을 운영해 왔습니다.
이는 500년 유자(儒者)의 나라의 체면을 살린 쾌거로서 전무후무한 일입니다.
병원의 이름에 “사랑 애”를 넣은 것은 예나 지금이나 사랑이 모든 병의 묘약이기 때문일 겁니다. 또한 여기에는 정조대왕도 가입을 희망했을 정도의 공익성격(公益性格)의 낙사계(洛社契)→대계(大契)라는, 사계(私契)가 인적, 재정적지원을 하고 있었습니다.
논문집에 의하면, 이 낙사계와 존애원 설립에 13개 문중을 대표하여 경상도 관찰사를 지낸 우복(愚伏)정경세 선생과 단양 군수로 재직 중이던 창석(蒼石) 이준 선생, 그리고 거사 출신이지만 탁월한 의술과 인격으로 주치의를 담당한 청죽(聽竹) 성람(成灠)선생의 활약이 매우 컷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이분들은 성리학(性理學)을 수학(修學)하고도 양명학(陽明學)에도 관심을 가져 주자의 심물이원론(心物二元論)이나 우리나라 성리학의 주류인 주리론(主理論)에도 쉽게 동의하지 않고 주기(主氣)론의 입장에서 실질을 숭상하여 그 당시 중인(中人)이나 익히던 의술을 익혀 중생을 구제하는 등 상주 유학(儒學)의 독창성을 보이고 있습니다.
특히 주치의(主治醫)인 청죽 성람선생은 동의보감의 골간인 신체의 정(精), 기(氣), 신(神)을 몸소 터득하여 이름 성람(成灠)의 퍼질 람(灠) 자(字) 사열이 널리 퍼지는 것을 체험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또한 성람선생은 “사람이 정신을 한 곳에 집중하면 단전에 불칼 같은 기가 모이고 손발은 따뜻해지고 머리는 차가워져서 정신이 하늘과 같이 맑아지고 마음은 깊은 바다속 같이 고요해진다....”라고 하셨습니다.
이 세 분이 정명도(鄭明道)선생의 일명지사 존심애물 (一命之士 存心愛物 : 말단공무원이라도 마음을 보존하고 길러서 백성을 사랑하라)에서 존애원의 이름을 취한것을 보면 논어에서 공자님이 말씀한 오도일이관지(吾道一以貫之 : 나의 도는 하나로 꿰뚫었다)의 “一”이 인(仁)임을, 공자의 제자 번지가 인(仁)이 무엇이냐 물었을 때 인은 사람을 사랑하는 것 (仁은 愛人)이라는 뜻으로 중용에서 사랑이 생명의 본질입니다. (仁은 人이다.) 그리고 대학의 친민(親民 : 백성을 사랑함)과 맹자의 측은지심(惻隱之心 :남을 불쌍하게 여기는 타고난 착한 마음)을 깨닫고 , 정적(情的) 사랑의 한계를 넘어 지혜의 사랑인 조건없는 사랑(무한사랑)을 실천해 옮겼던 것입니다.
이제 존애원이 설립된 지 400여년이 지나 세상이 바뀌었고 구제할 내용도 달라졌으니, 지금 우리가 할 일은 그때 이 세 분께서 깨닫고 13개 문중이 실천한 것을 우리도 깨달아 오늘에 알맞게 활용하면 창석 이준 선생이 존애원기에서 부탁한대로 영구히 계승 발전될 것입니다.
제가 비록 천학비재(淺學菲才)하나 생명의 본질이 사랑이고 기쁨인 것을 조금 체험하였기에 여기에 소개합니다.
1. 자기의 나이를 나무의 나이테를 밖에서 안으로 세어 오듯 거꾸로 세어 한 살이 되거든 다시 열 달을 세어 명상한다.
2. 그러면 부모님으로부터 내 생명이 사랑과 기쁨 속에 뿌리내리고 왔음을 알게 됩니다. 동시에 생명은 축복이라 백일잔치, 돌잔치, 생일잔치, 회갑, 고희, 미수(80), 망백(90), 잔치를 하는 이유도 알게 됩니다.
3. 이때 잡념을 제거하기 위하여 자연호흡으로 들숨날숨을 10~30분 간 관합니다.
4. 이렇게 되면 홀연히 내면에서 기쁨이 샘물 솟듯이 솟아나서 혼자 있어도 기쁘고 더불어 있어도 즐거워 항상 빙그레 웃음이 나옵니다. 이것은 행복이 내면에 살고 있기 때문입니다.
5. 이것을 체험하면 내 생명, 내 가족만을 사랑하는 정적(情的)사랑은 지혜의 사랑으로 변하여 무한사랑, 조건 없는 사랑이 됩니다.
6. 이때 새들은 울지 않고 노래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산비둘기가 “호구우, 호구우” 하는 소리가 “좋아 친구 좋아 친구”로 들립니다.
7. 공자의 낙천지명(樂天知命)하니 고불우(故不憂)(생명의 본질을 깨달으니 세상이 즐겁고, 고로 근심이 없다)를 이해하게 됩니다.
8. 배움이란 때때로 배워 익히는 것이니 거듭 반복 연습하면 반드시 터득하게 됩니다.
9. 이것을 익히면 지금 우리나라에 만연하고 있는 세계 제일의 자살률, 우울증, 교통 사고률, 40대 사망률이라는 사회의 병리로부터 먼저 나를 구하고 남을 구하고 세상을 구원하게 됩니다.
10. 그리고 앞으로는 대부분이 여생을 시설에서 보내다가 세상을 떠나게 될 것인 바 이것을 익히면 이때 오는 생로병사의 괴로움과 외로움을 혼자 이겨낼 수 있을 것입니다.
지금 우리나라는 GNP 2만불 시대로 물질의 풍요는 누리지만, 정신의 뒷받침 없는 물질의 풍요는 결코 행복할 수 없으니, 하루 24시간 중 한시간 정도를 정신개발에 투자하여 참된 행복을 누리고 살다가 가야 하겠습니다.
이 국보급 무한한 가치의 존애사상을 세상에 알리고 활용하기 위해서는,
상주 시민공원 이름을 ‘존애공원’이라 명칭을 바꾸고 상주 시민사상, 경상북도 도민사상, 나아가 우리 국민사상이 되도록 홍보하고 공원에 존애탑(存愛塔)을 세우되 존애탑 기단 초석에 13개 문중의 이름을 넣고 “생명의 본질은 사랑이고 기쁨이다, 천지는 나와 더불어 본래 하나다.”를 앞뒤로 새겨 넣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
제가 존애원에서 일박을 하며 기도해보고 창석사당 도남서원을 참배하면서 느낀 것은 고가(古家)한 채 퇴락하고 있는 이무한한 가치의 국보급 유형, 무형문화재를 잘 보존하고 오늘에 되살리면, 그 숭고한 생명의 대한 자각을 통하여 첫째로 자기를 사랑하게 되고(愛己), 둘째로 남을 사랑하게 되고(愛他), 셋째로 국가와 사회를 사랑하게 되고(愛國), 넷째로 세계를 사랑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상주의 존애사상은 너와 내가 둘이 아니라는 불이(不二)사상이므로 이는 우리 민족의 개국사상인 천부(天符)사상이기도 한데 지구촌이 전쟁없이 살 수 있는 정치철학입니다. 이 정치철학을 우리 상주가 세계에 제공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휘청거리는 자본주의를 보면, 이제 세계60억 인구가 함께 사는 보다 높은 철학을 모색해 볼 때입니다. 무엇보다 존애사상을 간단한 수행을 통해 익히면, 내면에 기쁨이 충만한 삶을 살 수 있기에 이를 함께 하고자 상주시민 여러분께 제언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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