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주의 시인들 ⑤
현실 초극(超克)과 이상 세계로의 비상(飛翔)
- 상월(尙月) 윤용화(尹龍華)의 시 세계 -
상주향토문화연구소 연구위원
한국문인협회 부이사장
박 찬 선
1. 머리말
‘한 줄의 시가 세상을 살린다.’고 한다. 시는 순수하고 아름답기 때문이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정서적 감동이다. 특히 어린 시절의 감동은 일생동안 잊혀지지 않고 오래 남는다. 감동은 생각과 행동을 바꾼다. 감동을 가져오는 여러 가지 요소 중에 시도 들어있다. 세상이 혼탁해 질수록 시는 더 빛이 난다. 시는 권력과 재물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것을 증언이라도 하듯 모 일간지에는 ‘나를 흔든 시 한 줄’의 연재가 이어지고 있다.
시를 짓는 사람이 시인이다. 시인은 한 줄의 시를 위해서 일생을 바친다. 시인은 시로서 존재한다. 윤용화 시인도 그중 한 사람이다. 시를 사랑하면서 시의 멋을 살리려고, 시인답게 살려고 애쓴 사람 윤시인은 너무 짧은 일생을 마쳤다. 100세 시대에 향년 54세는 반쯤만 살다간 셈이다. 이 세상에 오고감이 자의(自意)가 아니라면 운명의 신이 야속할 뿐이다. 윤 시인이 남긴 다섯 권의 시집을 통해 그의 시세계를 살피는 일로서 시를 사랑하는 사람의 정표(情表)로 삼을까 한다. 그는 상주출생의 멋쟁이 여류시인이었다.
2. 윤용화 시인 약력
* 1949년 1월 15일 상주시 서곡리에서 출생하여 2002년 2월 22일 작고하였다. 향년 54세로 윤 시인이 태어난 음력 정월 보름날, 공교롭게도 태어나고 돌아감이 같은 날이다.
* 편모슬하에서 언니와 함께 어려운 소녀시절 보냈다.
* 상주여중, 상주여고를 졸업하고 한국 방송통신대학 초등교육과를 졸업했다.
* 상주, 마산, 진해, 울산 등지의 초등학교에 근무했는데, 울산 범서초등학교 교사를 끝으로 초등교육계 27년을 마감했다.
*『문학세계』로 등단했다.
* 울산문인협회 회원, 부회장을 역임했으며, 동해남부시 동인. 울산시인협회 회원. 부산카톨릭문인협회 회원으로 활동했다.
시집으로『파랑새를 위한 노래』시조집, 1987년 5월 30일 발행. 도서출판 대일
『세상이 물구나무로 춤추며 오더라도』1993년 2월 10일 발행. 대일
『연밥 따기』1995년 3월 15일 발행. 대일
『어머니와 바다』1997년 10월 글씨 사진 모두 尙雲이 만듦.
유고시집『하고 싶은 말』 2003년 2월 22일 대산출판사 (제4시집 이후 쓴 작품과 신작까지 쓰러지기 보름 전에 파일에서 꺼내 정리해 둠)
서간집 『선생님 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1997년 10월 20일
여기에서 최정석 (대구문인협회장)이 쓴 윤 시인의 첫 시집『파랑새를 위한 노래』의 서문을 통해 윤시인의 가족관계를 보자. 그것은 윤 시인의 인생과 시인으로서 활동에 드러나지 않는 영향을 주었을 것이다.
“…용화(龍華)는 나와 동향인 상주 사람으로서 그 이름이 보여주고 있다시피 불교가문에서 출생했다. 불교에서 말하는 용화는 장차 미륵보살이 화생(化生)하여 군림할 세계의 호칭이다. 용화 시인의 선친은 불도를 닦아 오도(悟道)의 경지에 이른 선객(禪客)으로서 당호(堂號)를 동파(東坡)라고 했던 어른이시다. 나의 중백부(仲伯父)와는 도반(道伴)이어서 그 법맥(法脉)을 함께 했던 것으로 듣고 있을 뿐이나 중백부의 당호가 남파(南坡)였음을 생각하면 이 시인과 나와의 만남 또한 큰 인연이라 할 밖에 없다.
용화는 처녀시절부터 흔히는 볼 수 없는 교양을 보여주었고 그것이 마침내는 예술과 이어진 시인이다. 선객(禪客)이시던 그의 선친이 용화(龍華)라 명명(命名)한 음덕임을 나는 짐작할 수가 있다. 그동안 윤용화의 시세계가 괄목할 만큼 심화된 것이라고 전해질 때 나는 늘 그 기쁨을 금할 길이 없었다. 그것이 이제 이 시집을 통하여 밝혀지게 된다는 사실과 함께 위에서 말한 일연(一連)의 일들을 다시 새겨 이 격외(格外)의 글을 덧붙이게 된 기쁨 또한 크다.…”
그리고 윤 시인의 유고시집『하고 싶은 말』에서 한석근(수필가, 경남수필문학회 회장)이 쓴 추모의 글「정미(精美)한 시인 상월(尙月)」에서 다시 이를 확인케 한다.
“…90년 초 김일엽 스님의 아들인 김태신이 지은「라훌라의 사모곡」을 읽고서 매우 감동적인 대목이 있어 가슴속에 깊이 새겨 두었다. 어느 날 윤시인과 만난 자리에서 우연스러운 이야기 끝에 김태신이 한국에서 그림공부를 할 당시 사사 받던 선생이 죽농 화백이었다고 했더니 그분들과 선친은 막역한 사이였음을 들려주었다. 보토의 대처승으로 불교계에 한자리 매김을 했던 어른임을 느꼈고, 윤 시인 자신의 인생여정도 자세하게 들을 수 있었다. 경북 상주의 불교 가문에서 태어난 윤 시인은 여느 사람과는 남다른 면이 있었다.(중략) 이런 사연을 안고 있는 윤 시인의 선친은 예삿 분이 아니었다. 일찍이 불도를 닦아 오도(悟道)의 경지에 이른 선객(禪客)으로 당호를 동파라 부르던 어른이다.
우리나라 동양화의 대가인 이당, 소치, 미산, 죽농 같은 화가들과 친교를 맺고 있었던 명망이 높은 분으로 얘기 들었다.…”
위에 인용한 글에서 보면 윤 시인의 아버지는 참선으로 깨달음의 경지에 이른 분이며 당대 문화계 인사들과 교류를 했는데 특히 남화의 맥을 잇는 집안과의 친교가 돋보인다. 이로보아 윤시인의 선친은 예술적 감각도 빼어났으며 우리 고유의 미와 멋을 향유한 분이었음을 알겠다. 불교의 요체인 선감각과 미적 감각을 지닌 선친으로부터 윤시인은 자연스럽게 시적 감각을 익혔을 것이다.
3.『파랑새를 위한 노래』
이 시집에 쓰여 진 작품들은 윤시인의 초기의 작품들로서 대부분의 작품들이 때 묻지 아니하고 정말 순수하고, 곱고, 소망적이며 삶의 찌든 면이 보이지 아니한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작품집 전편에 실린 작품은 4부로 나누고 있으며, 그 내용을 보면 제1부는 일상생활 속에서 얻어진 시상의 전개로 삶에 대한 진지한 소망과 바람, 일상의 일과 속에서의 기원과 염원 등의 진솔한 마음의 갈증을 학이 나래를 펴듯 곱게 펴 보이고 있는 듯하며, 제2부에서는 지난날의 잊혀져가는 서정의 뒤안길을 넘어다보는 그리움을 느낄 수 있으며, 제3부는 부모님의 사랑에 대한 이야기와 고향에 관한 기억 그리고 스승의 은혜에 대한 편린들이 살아 움직이는 듯이 표출되고 있으며, 제4부에는 꽃 이름에 대하여 얻은 시상 전개를 나름대로의 감상을 통해 자신의 서정으로 승화시킨 작품들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싸락눈 밤새 내려
은세계가 된 아침에
쓸어주신 마음 길을
밟고 가서 자란 이 몸
천만리
눈길을 따라
울려오던 목어木魚소리
노을 진 서녘 하늘
남겨 두고 떠나와서
구름 도는 수미산을
당신 업고 오르면서
산하가 울리도록
울고 또 웁니다. -「思母曲」 5, 6수
「사모곡」전 6수를 읽고 있으면 윤용화 시인의 자라온 내력이 접맥되어지고 있음을 알게 한다. 5, 6수에서 그의 어머니에 대한 간절한 생각은 각 종장에 더욱 마음 아프게 표출되어 있다. 사계(四季)의 변화에 따라 그 어디에 가 있어도 어머니의 사랑, 즉 불법에 귀의한 어머니의 목소리는 경내에서 멀리 울려오는 범종소리와 겹쳐져서 독자들의 마음을 가로질러 늘 고요히 울려 퍼져오고 있는 것이다.
밤마다 고이 접은/ 그 많은 종이배를// 흐르는 개울물에/ 남김없이 띄우고// 이 밤에/ 마음을 모아/ 다시 접는 종이배여 -「종이배」 전문
꿈으로 찾아오는/ 파랑새가 있습니다// 깨어나면 서둘러/ 여리디 여린 깃털/ 수두룩 남겨놓고/ 아프도록 날개를/ 젓고 있는 파랑새/ 깃털은 일어서서/ 예리한 칼날처럼/ 가슴을 찌릅니다/ 언제나 같습니다/ 그렇게 나의 꿈은/ 끝이 나고 맙니다// 그래도 내 꿈속에는/ 파랑새가 날습니다
-「파랑새」 전문
종이배는 단형시조로서 시상의 전개가 무리 없이 잘 형상화된 작품으로 동요와 같이 쉽고 잘 읽히는 작품이다. 어린 시절 냇가에서 종이배를 띄우고 앞날의 순탄한 길을 기원하고 염원하는 놀이로 우리 인생의 영원한 기원일지도 모르는 그런 뜻이 간직되어 있다.
파랑새는 벨기에의 시인이며 극작가인 마아테를링크(Maeterlink Maurice)가 쓴 동극 속에 나오는 새로 ‘행복의 상징’으로 나온다. 그는 이 새를 통해서 행복이란 먼 데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내 신변에 있으며 남을 행복하게 하는 데에 있음을 깨닫게 하는 작품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윤시인의 ‘파랑새’는 그 의 꿈속에 영원히 마음속을 나는 희망과 행복의 파랑새가 있으나 현실 속에서는 가슴 아픈 깃털만 수두룩 남겨 놓고 퍼덕이는 파랑새. 그 새의 아픔이 그의 것이요, 그의 슬픔이 그것을 통해 더 깊어지는 상처, 언제나 가슴을 파고들어 그 깃털의 하나하나가 예리한 비수가 되어서 그의 가슴을 찌르고 있다고 하였다. 그의 꿈속에 나는 파랑새의 원관념은 자녀, 부모님, 사랑하는 사람이래도 좋을 것이다. 이러한 사람들과의 만남이 설령 파경으로 끝난다 하더라도 아주 끝나는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내 꿈속에는 파랑새가 날고 있으니까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하겠다.
만남의 인연 하나/ 난향蘭香 피워 둘러놓고// 슬픈 사연 엮어서/이 밤 위에 수 놓으랴// 쌓여서/하얀 눈발에/ 홀로 뛰는 사슴아//
전설처럼 다가 와/ 주고 간 언약의 말//잔가지 잎새마저/ 남김없이 지우고 서서// 저리도/ 가득한 눈발/마음까지 시리게 한다 -「눈의 추억」전문
눈은 어디에나 내리지만 고향 뒷산과 앞들에 내린 눈이 더 깨끗하고 더욱 하얗다. 그것은 내가 자라난 끊임없는 이야기와 전설과 잊을 수 없는 그리움의 향기가 가슴마다 낙동강물처럼 가득 고여 흐르기 때문이리라. 만남과 헤어짐 속에서 슬픈 사연의 향을 피우고 수를 놓는다면 쌓이는 눈보다 더 높게 쌓일 것이요, 눈물로 얼룩진 수가 될 것이다. 눈발 하얀 벌판에서 홀로 뛰는 사슴은 다름 아닌 윤시인 자신의 모습이리라. 외로운 단독자(單獨者)로서의 어기찬 모습이 투영되어온다. 잔가지 잎새마다 하얀 서설을 쓰고 마음까지 시리게 하는 어린 시절, 발자국과 같은 자욱들의 추억은 지금 윤시인의 나이에 서서 바라보는 잊을 수 없는 기억들이다. “백설이 잦아진 골에 구름이 머흐레라 반가운 매화는 어느 곳에 피었는고 석양에 홀로 서있어 갈 곳 몰라 하노라” 이색의 작품이 떠오른다. 선택의 갈림길에서 지식인으로서의 고뇌가 엿보인다. 홀로 뛰는 사슴의 시린 마음이 어디 다름이 있으리요.
삼월도 저문 날에/ 앙상한 나목 위로// 저 하늘 어디메서/ 날아온 한 마리 학// 이 봄밤 가지 끝마다/ 나래 펴는 설레임. -「백목련」전문
여러 가지 꽃을 노래한 작품이 29편이다. 백목련은 가작이다. 잎 하나 없이 앙상한 검은 가지마다 피고 있는 백목련의 꽃빛의 그 하나하나가 한 마리 한 마리의 학으로 비유되고 상의 연결도 잘 전개되었으며 특히 종장처리가 일품이다. 학이 나뭇가지에 나래를 접으면서 사뿐히 내려앉는 모습이 잘 형상화되어 떠오른다.
해설 박영교「순수서정의 관류(貫流)와 영혼의 소리」일부 발췌, 첨삭)
4.『세상이 물구나무로 춤추며 오더라도』
윤용화 시인의 시에 대해서 글을 써 볼 용기를 얻은 것은 첫째 그가 아주 성실하고 착실한 시인임을 느꼈고, 둘째 어딘지 모르게 기품 있는 지덕(智德)을 갖춘 여인으로 보였으며, 셋째로는 문학에 대한 열의와 정열이 범상치 않음을 보아 끝까지 시를 놓지 않고 끈질기게 해낼 진실한 시인이라 함을 그의 시 속에서 발견하였기 때문이다.
울산의 푸른 동해/ 처용 아직 살거던/ 그 얼굴 곱지 않아/ 정 아니 가더라도/ 따뜻한 그 가슴일랑/ 어루만져 주어라//
세상이 물구나무로/ 춤추며 오더라도/ 비울 것은 비우고/ 채울 것은 채우고/ 용녀의 뜨거운 가슴/ 부서지게 안아라// -「전설이 아니어도」전문
꽤나 격 높은 허정(虛靜)의 경지다. 원효의 저 높은 깨달음이 아니면 오히려 성(性)을 초월하고 노장의 천지를 기웃거리게 하는 순수감성의 심경시라고 말할 수 있다.
필자는 이런 경지를 티 없이 맑은 순수감성의 천지라고 주장한 바 있다. 이 같은 시적 현실이 오히려 모든 인간이 태어날 때부터 주어진 자유지정(自由之情)인 것으로 윤시인은 믿는다. 그러나 그것은 시적 상상일 뿐 실제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실로 현실의 일상생활 속에다 자신을 끌어들여 한 마리 선학처럼 지고(至高)의 자유를 구가하면서 유유자적하게 일상의 삶 속에다 자신의 애열(愛熱)을 쏟아 붇기에는 너무나도 거리가 먼 현실임을 그는 자각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그래서 윤시인은 때때로 시적 상상 속에서라도 일상의 세계를 벗어나 스스로 초탈하고 싶어지는 충동을 가지게 되지만 그런 충동이 있으면 있는 만큼 회억 같은 아픔은 더욱 더 고조(高潮)되어 갈 뿐이다.
마음이 그냥 추운 날/ 빠알갛게/ 꽃잎을 터뜨려 놓고/ 시나브로 앓는 몸살// 아리게 아리게/불타올라/ 시나브로 앓는 몸살// 끝내 동백꽃/ 혼불을 잡고/ 떨려오는/ 속마음
-「동백꽃 마음」전문
이 시를 위의 예시「전설이 아니어도」와 연맥을 시켜서 음미하고 거기에서 일어나는 연상 속에 들면, 정말 동백꽃 속의 동백꽃 마음의 진면목을 보게 될 것이다. 햇덩이처럼 너무나도 밝고 맑게 핀 감성의 꽃이다. 시나브로 앓아야 하는 햇덩이의 아린 가슴은 뜨겁도록 타오르는 아픔을 안고 있다. 그러나 그는 이 아픔을 안고 영탄할 수는 없다. 이를 악물고서라도 자제하면서 스스로를 다스려 나가야 한다. 이 다스림 속에서 그녀는 스스로의 구원을 찾게 되고 또 자신의 시법(詩法)을 만나게 된다.
따라서 그의 시는 때로는 애매모호한 묘미를 가진다. 이런 때 그의 시는 오히려 조금은 애매하고 모호한 듯 하기 때문에 더 한층 심도 있는 시적 영역과 그 묘미를 확대시키는 것이다.
칭칭/ 몸에 감기는/ 아리랑 가락으로/ 옷 한 벌 지어 입고/ 천리 길을 나서 보게/ 한 마리 가시나무새/ 울음을 만날런지/ 그 핏빛/울음//
아무도/ 찾지 못한/ 감추어둔 날개옷/ 꺼내어 떨쳐입고/ 억겁을 날아 보게/ 사슴의 눈빛이라도/ 만날 수 있을런지/ 달빛 고인/ 눈빛 -「적막한 날은」전문
어찌 보면 조금은 불투명한 관념시가 되어버린 감도 없지 않으나 이 시 속에 있는 ‘만남’의 소망은 그녀의 시법이요 구원이기도하다. 얼른보아 차분한 감정에서 출로 된 평이한 시 같지만 그 실은 이 시의 제목이 말하듯이 적막하고 처절(凄切)한 날, 고열의 아픔을 안고 고조된 시 정신 속에서 다져지고 또 다져진 것이니 만큼 그녀의 의지대로 초월의 경지에까지 이르는 높은 정조(情操)의 관념시로 성립되어 있다.
햇빛 눈부신 가을날/ 시리도록 푸른 하늘을 이고/ 갈 곳 없는 날은/ 갈잎피리 하나 불고 불면서/ 가을 산 하나 족히/ 눈앞에 옮겨 두고/ 저 혼자 붉게 타는/ 단풍을 본다/ 구절초 그 희고 노란/ 꽃빛에 젖으면서/ 구름도 산마루에/ 피어서 진다 -「갈잎피리」전문
그녀의 고독은 너무나도 외롭고 아프기에 오히려 찬연한 것이다. 그녀는 정말 찬란한 고독 속에서 삶을 누리고자 한다. 너무나도 아팠기 때문에 찬연한 고독, 아무리 아파도 절망하지 않는 그녀는 스스로의 아픈 고독으로서 시의 꽃을 찬연히 피우고 또 피운다.
아, 구절초 꽃빛에 젖은 고독은 영원속에서도 눈이 부시도록 찬란할 것이다.(중략)
윤용화의 표정은 담담하다. 그는 언제나 아픔 또는 고독 같은 고뇌 따위는 모두 다 뒤곁에 놓아둔 채 우화등선(羽化登仙)을 꿈꾸는 선학처럼 그의 표정은 담담하다.
그것은 그가 성장하면서 익힌 전통적 유교의식과 불교적 포괄성에다 체질적으로 선연풍류(仙緣風流)의 멋을 지녔기 때문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그는 시조로 언어의 절제와 운율을 닦았지만 오히려 그의 시풍은 선연의 경지에 들어있는 듯 대범한 모습으로 나타난다. 그러나 그도 역시 한 인간이었기 때문에 추억이 아름다우면 아름다운만큼 고독은 아팠고, 고독이 아프면 아픈 만큼 그리움만 쌓였다. 그래서 그는 너무나도 절망하였기에 오히려 아름다운 꿈으로 버티어온 것뿐이다. 다만 시적 실현과 수련 끝에 격조 높고 기품 있는 시인이 되기를 염원하면서부터는 기쁨과 지복(至福)의 햇살이 가득 찬 깨달음의 천지를 향하여 나래를 펴게 되었다.
해설 시인 문학박사 이한호「깨달음의 천지를 향하는 시인」발췌. 첨삭
5.『연밥따기 』
윤용화 시인의 이번 세 번째 시집에는 무엇이라고 단적으로 규정짓기 어려운 다양한 시편들이 실려 있다. 구태여 하나의 특징을 꺼내어 언급하자면 시집 전편에 날줄과 씨줄처럼 짜여있는 시간과 공간의 개념과 그 시공의 그물을 찢고 새로운 세계로 비상하려는 시적의지가 표출되어 있다는 점이다. 다시 말하면 외롭고 고뇌에 찬 현재의 인식에서 출발하여 돌아갈 수 없는 아름다운 과거를 회상하고 미래를 향해 비상하는 시간적 개념과 바다와 육지 그리고 하늘로 전이되는 공간적 개념이 직조된 그물을 벗어나서 영원을 향해 몸부림치는 시적 의지가 편편이 묻어 있다.
폭풍우 걷히고 햇빛 눈부신 날에
숙명처럼 사랑한 그대는 갔다
내 푸른 비늘에 소금을 뿌리고
그만 까마득히 잊고 말았다
내가 살던 깊은 바다
그 바다로 돌아가는 길을 -「인어의 노래 1」의 일부
바다라는 공간적 개념 속에는 과거라는 시간적 개념이 들어있다. 그것은 그의 일연의 시「추억 1-6」「상주」「꽃신」「꽃문둥이」와 같이 과거의 회상으로 그려져 있다.
햇빛이 눈부시던 행복한 보금자리를 떠나 사랑하는 사람은 시의 화자에게 깊은 상처를 남기고 가버렸다. 까마득히 잊어버렸다 라는 말은 역설적으로 잊지 못한다는 뜻이다. 그가 살던 행복한 보금자리 그곳으로 돌아가는 길을 잊지 못하고 그리워 한다는 뜻이다.
새는/ 선인장 꽃을 물고/ 세상 끝으로/ 날아갔습니다.//숲에도, 들에도/ 머물지 않고/ 바다를 건너/갔습니다.
-「새 이야기」 일부
내일 아침은 떠나지 않으리라./ 헛된 약속 깨뜨리고/ 아픈 어깨로 다시 길을 떠나는/ 새는 장밋빛 심장을 가졌습니다./ 그 심장의 명령을 거역하지 못해/ 이름을 갖지 못한 새가 됩니다.
-「이름을 갖지 못한 새」일부
그저 기다리려 합니다./무엇을 기다리는지조차 잊어버리는 날까지/ 봄날 종달이처럼/ 끊임 없이 수다라도 떨면서(「숨은 새」)숨어서 사는 새의 기다림. ‘장밋빛 심장’을 가지고 가시 속에 핀 화려한 ‘선인장 꽃’을 물고 ‘아침마다 길을 떠나가는 새’. 그 새는 사랑이요, 기다림이며 이상이기도 하다. 새의 날개 짓과 울음소리는 새로운 세계를 펼쳐 보일 하나의 시적 비전이며 윤 시인이 궁극적으로 찾아 헤매는 영원한 베아트리체의 초상일 것이다.
피하여 달아나도/ 젖고야 말/ 숲에서 만난/소나기 같은// 저 멀리/ 소식 없어도/ 물빛 그리움/ 호수같은// 눈 멀어/ 귀 멀어/ 기어이 놓아버린/ 무지개 같은 -「연인」전문
윤시인의 연인은 바로 자기의 시이다. 그는 그의 영원한 연인인 시를 찾아서 언제나 고독한 날개 짓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설령 그것이 한 순간 퍼붓고 지나가는 소나기요 오래동안 머물지 않는 일곱 빛깔 무지개 같다고 해도 물빛 그리움으로 간직하고 있음에랴.
시란 언어를 매재로 하여 인간의 감정을 표현하는 문학양식의 하나이다. 윤 시인의 시를 읽으면 시적 감흥을 일으킬 수 있는 사물과 사건에 대한 특별한 관심사나 체험 면에서는 두드러진 일면이 있다는 것을 누구나 확언할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은 새로운 시의 세계를 모색하고 구축하는데 많은 힘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
해설. 박종해「새로운 세계를 향한 비상(飛翔)의 시」발췌 첨삭.
6.『어머니와 바다』
내가 사는 일은/ 늘 서툴다/ 더불어 사는 일은/ 더욱 서툴다/ 내 노래엔/ 날개가 없고/ 험한 고갯길은/ 멀고멀지만/ 내 서툰 걸음마는/ 멈출 수 없다고 -「서시」전문
짧은 서시 속에 윤시인의 생각이 집약되어 있음을 본다. 첫째 사는 일이 서툴다는 점이다. 우리가 사는 인생에는 예행연습이 없다. 바로 일회성의 본론을 살아야 한다. 오랜 경험의 축적으로, 앞서 산 사람들의 삶의 교훈으로 본받아서 산다고 하지만 그게 어디 뜻대로 되는 일이던가? 시행착오가 있고 회한으로 점철되기가 일수이다. 더구나 혼자가 아닌 더불어 함께 사는 일은 더욱 서툴다고 한다. 그만큼 인간관계의 어려움을 실토한 것이다. 두 번째로 내 노래엔 날개가 없다는 점이다. 모든 시인들은 이상을 향한 비상을 꿈꾼다. 훨훨 날 수 있는 날개가 있다면 얼마나 좋으랴. 어둠, 질곡, 갈등의 현실에서 희구하는 세계로의 이행과 내가 부른 시의 노래가 공감과 감동을 위한 날개를 가졌다면 얼마나 신명나는 일일까? 그러나 날개가 없는 좌절을 맛보게 되고 셋째로 멀고 먼 구절양장(九折羊腸)의 험한 고갯길, 곧 삶의 난관이 도사리고 있으며 넷째로 그렇지만 서툰 걸음마지만 멈 출 수 없는 삶에 대한 의지를 나타내고 있다. 서시는 소품으로 그의 자서전적인 면을 보여준다.
시집 제목 그대로 어머니와 바다를 중심으로 하여 쓴 시집. 「어머니 우리 어머니」「어머니의 분노」「어머니의 야행」「어머니의 마음」으로 이어지는데 모정의 곡진함이 가득 고여있다.
팔순 어머니/ 가끔씩 맥을 놓으신다./ 옛날의 어머니는 어디로 가셨을까?// 변변한 내의 한 벌 없이/ 무명 치마저고리로/ 긴긴 겨울 나시더니/ 흐드러지게 피던 봄꽃들 다 지고/ 신록이 산야에 가득한 오월/ 여러 벌씩 내의 껴입으시고/ 조끼 둘에 스웨터 겨울 모자까지/ 챙기시고 나들이 나서신 어머니/ ‘해운대’에서 바다를 보며/ “어머니, 여기가 어디죠?”/ “울산”/ 어린 아이처럼 함빡 웃으신다.
-「어머니, 우리 어머니」전문
오월 어느 날/ 어머니, 하고 당신을 부르면/ 아직도 신기한 일이 일어납니다/ 성냥팔이 소녀가 성냥불을 켜듯이/ 온 세상이 환하게 밝아집니다/ 그 환한 빛을 따라가면/ 초록빛 숲 속 가득히/ 지저귀는 새 소리 들리고/ 따스한 당신의 손길/ 정겨운 당신의 음성/ 들릴 듯 합니다/ 그리고 어디선가/ 마르지 않는 맑은 물 솟아나서/ 목마름은 감쪽같이 사라집니다/ 어머니, 하고 당신을 부르면 -「어머니」전문
팔순이 되신 어머니와 바다 나들이에서 흘러간 세월이 순진무구(純眞無垢)한 어린 아이로 돌아가게 한 어머니를 통해 모성의 참모습을 읽게 한다. 거짓 없이 깨끗한 인고의 어머니. 어머니는 우리 생명의 본향, 기원으로 세상을 밝게 하는 힘을 지녔으며, 그 밝음을 통해 사물을 인식하고 세상을 배우며 살아간다. 어머니는 우리들 삶의 스승이자 동력이 아니던가. 엄마-라고 불렀을 때 일어나는 감동과 울림의 파장은 아무리 긴 종소리의 여운이라고 해도 견줄 바가 못 된다. 여기에 더하여 마르지 않는 생명수를 주신 어머니에 대한 예찬과 사랑은 역시 마르지 않는 샘물로서 솟아난다.
당신은 이제 돌아오고 있다/ 멀고 먼 바다에서/눈부시게 빛나던/ 흰 돛은 바래어지고/ 소금기 허이연 뱃전// 만선의 여부를/ 나는 묻지 않는다/ 백전의 노장처럼 당신은 싱긋 웃는다// 길고긴 항해의 고단함/ 길들여진 불면을/ 모자 속에 가두고/ 지극히 아름다운 모습으로/ 당신은 단잠을 잔다// 나는 묻지 않는다/ 다음 출항의 시간표를/ 등불을 밝혀들고 서성이던/ 오랜 기다림 접어두고/ 더불어 노 저어 갈 것이므로// 바다를 향하여/ 바다를 향하여
-「바다 詩 1.」전문
「바다 詩 1.」을 지은 것이 1996년 9월 9일 이라고 육필로 적었다.(유고시집 『하고 싶은 말』 P.136-137) 그렇다면 이 시는 장승재 시인과 결혼 1년 전에 쓴 작품이다. 시인과 시인으로서 만남이 이루어지고 사랑이 싹 튼 시기일 것으로 짐작된다. 이 시에서 당신을 장 시인이라고 단정하고 바다를 현실이자 삶의 현장을 상징한다고 파악하면 쉽게 해석이 된다. 두 사람 모두 청장년 시절을 보낸 뒤에 만났으니 당신은 멀고 먼 인생항로(人生航路)에 돛도 바래지고 소금기 허연 지친 모습이지만 백전의 노장처럼 싱긋 웃는 당당하면서도 여유 있는 사람이 아닌가. 등불 밝혀들고 출항의 기다림을 접어두고 바다를 향하여 함께 노 저어 갈 사람 당신. 장 시인과 더불어 살아갈 것을 마음속으로 결정을 하고 쓴 시라고 하겠다. 그리고 출항의 뱃고동소리는 1년 뒤에 울렸다.
푸른 감포의 바다가/ 한동안 따라오며/ 무어라고 소리치고 있었다. -「바다 詩 9. 동해감포에서」일부
그저 팔 벌려 안아주고/ 커다란 웃음으로 맞이하는/젊은 아버지 같은 동해 -「바다 詩 15. 다시동해에서」일부
자꾸만 바다 속으로/ 빨려드는 현기증/ 종아리 매운/ 회초리라도 맞고 싶어/ 하늘을 쳐다보았다
-「바다시. 동해 호미에서」일부
내륙 깊숙한 곳에서 자란 윤 시인에게 있어서 바다는 경이와 선망, 미지의 세계였을 것이다. 광대무변(廣大無邊) 심원(深遠)한 바다 앞에서 쓰는「바다 詩」는 어쩌면 쓰도 써보아도 성에 차지 않았을 것이다. 바다의 말을 다 듣고 담을 수도 없고 그러기에 회초리라도 맞고 싶은 심정으로 아버지 같은 바다를 상기하지 않았을까. 바다의 위세, 권위, 당당함에 압도되지 않았을까.
그런데 이 시집에는 새를 노래한 작퓸(비둘기, 갈매기, 참새, 제비, 두견새, 뻐꾸기, 파랑새)이 있고 신라의 하늘 1-10과 태화강 1-10이 담겨 있다. 이런 연작의 형태를 취한 것으로 볼 때 시적 대상의 천착에 삭지 않는 열정을 보여주고 있다.
7. 유고시집『하고 싶은 말』
* 파랑새(1987년 5월, 진해 웅천초등학교 재직 시 펴낸 『파랑새를 위한 노래』(불휘기획)시집의 제일 첫머리에 실린 시. 애송 “한선생님이 나의 시 파랑새를 그렇게 애송해 주시니 내가 그냥 있을 수 없잖아요? 차라도 한 잔 하자며 이끈다. 윤용화 시인은 정열적이면서도 적극적이다.
* 윤시인과 각별한 사이로 항상 가까이 하던 신필주 시인은 3일이 멀다하고 만났다. 서로가 구애됨이 없는 일상의 자유로움 속에서 의기투합하는 것 같았다.
* 윤시인은 상당히 멋쟁이다. 언제 봐도 깔끔한 옷차림에 챙 넓은 모자를 쓴 모습은 ‘아름다운 여인’으로 ‘품위 있는 시인’으로 비쳐진다.
* 아이들의 교육에도 남다른 열정을 내보여서 글짓기 지도로 아이들이 쓴 작품집을 만들어서 나눠주는 섬세함과 배려는 학생, 동료교사, 학부모에게 칭찬을 받았다.
* 서울 조병화 선생을 뵌 자리에서 윤시인은 상월(尙月)로, 장승재(蔣昇在) 시인은 상운(尙雲)으로 호를 지어주었다. 동해남부시 동인회에서 만나 ‘97년 10월 31일 19시 경주 보문단지의 교육문화회관에서 결혼식과 더불어 출판기념회를 가졌다. 윤시인은『어머니와 바다』장시인은 시선집『잃어버린 바다 그리고 다시 찾은 바다』와 칼럼집『영일만에 살면서』를 냈다. 조병화 선생이 주례를 섰다.
발문 한석근(수필가, 경남수필문학회 회장)「정미(精美)한 시인 상월(尙月)」에서 발췌
하고 싶은 말 다하면 속 시원할까?/ 한 맺히는 일 정녕 없을까?/ 참으로 가슴 답답할 때는/ 백두산 천지 폭포수가/ 가슴 속으로 흘러갔으면 했다// 살다가 살다가보니/가슴을 적시는 것은/ 폭포수가 아니라/ 한 방울 이슬 같은/ 사랑인 것을 알게 되었다 -「하고 싶은 말」전문
늘그막에 비로소 깨닫게 된 것 사랑! 내리 세차게 쏟아지는 천지의 폭포수도 시원하겠지만 나이 들어 살다가보니 알게 된 것 이슬같이 영롱한 사랑! 하고 싶은 말이 오직 사랑이었음을 실토한 것이다. 어머니, 상주, 자연, 새, 꽃, 바다로 이어진 사랑의 여로(旅路), 그 끝에 아름다운 사랑이 있다.
나와 함께 살아온 바다는
언젠가 모두 잃어버렸지만
언젠가 그 바다가 다시 출렁일 것이라고
나는 믿었었네-상운尙雲
오월의 신부처럼 화사한 햇살의 손짓따라
철없이 사모해온 바다를 보러 가면
그는야 언제라도 푸르던 가슴을
반나마 드러낸 채
하이얗게 눈부신 내일을 열어준다-상월尙月
나는 믿으리라
이제 다시 찾는 바다, 그 황홀한 빛
바다는 내 안에 출렁이고
시월의 사나이로 우뚝 섰구나-상운尙雲
보아라, 우리들의 바다는
영원히 출렁이리라
여기에 가득히 넘쳐흐르리라-함께
-「잃어버린 바다 그리고 다시 찾은 바다」 전문. 부부화답시(和答詩)
「잃어버린 바다 그리고 다시 찾은 바다」잃어버린 바다는 앞서 살아온 바다요, 다시 찾은 바다는 이제 살아갈 바다다. 바다는 두 시인이 만나서 꾸려 갈 삶의 현장이다. 생활의 활기로 파도치는 바다요, 눈부신 내일을 열어주는 희망이요, 내 안에 출렁이는 사랑하는 사나이요, 그리고 우리들의 바다는 영원하리란다.
나 기꺼이 눈멀고 귀멀어/ 살기로 하여/ 더듬더듬 보이지 않는 길 걸어갔더니/ 때로는 풀꽃향기 발길을 멈추게 하고/ 아무 소리 탐하지 아니하여도/ 저 멀리서 찾아온 산새/ 아주 가까이서 지저귀었다-상월.// 나 바보처럼 살기로 하여/ 더러는 어리석은 짓 했더니/ 날개 소리 푸덕푸덕 들리고/ 고운 빛 탐하지 아니하여도/ 바로 나의 곁에서/ 환하게 웃어주는 나의 산새여 -상운 부부화답시「산새소리」이다. 제목 그대로 정다운 산새소리의 화답이다. 이 외에도 부부화답시로 야보고에게 아네스. 아네스에게 야고보가 쓴 것이 있다.
아름다운 만남에는 신도 질투를 하는 걸까. 두 시인의 자연스런 만남 그대로가 아름답고 눈물겨운 한 편의 시 같다. 서로의 창작생활은 자유롭게 하기로 약속을 하고 출범한 두 시인의 늦은 결혼은 5년 만에 유명을 달리했다. “아름다운 시인, 보름달 같은 여인, 훌륭한 선생님 상월 윤용화-정월 대보름날 태어나서 대보름날 떠나간 사랑하는 나의 아내 아네스”는 장승재가 유고시집 끝머리에 실은 글이다.
7. 맺음 말
윤 시인이 태어난 상주시 서곡리에는 이름 그대로 사람이 났다. 서곡(書谷) 글 고을은 서곡(瑞谷)으로 상서로운 일이 많이 일어나는 고을이다. 흔히 구두실이라고들 하지만 구도실(求道室)로서 도를 구하는 마실이 아닌가. 거기에 도곡서당(道谷書堂)까지 있으니 모두가 사람과 연관된 인문학적 이름이다.
조선조 중종 때 사마시에 장원으로 뽑힌 후계(后溪) 김범(金範), 그는 효우(孝友) 행의(行誼) 경전(經傳) 학행(學行)이 빼어난 선비로 서곡과 지연을 맺은 곳이요, 시인 김연복과 이성복이 또한 태어난 곳이며 윤용화가 태어나 자란 곳이다. 윤 시인은 서곡의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풀과 꾳의 향기와 바람과 개울물소리를 들으며 시심을 키웠다고 하겠다. 서곡은 그의 시의 모태이다.
윤시인이 생전에 남긴 네 권의 시집『파랑새를 위한 노래』『세상이 물구나무로 춤추며 오더라도』『연밥따기』『어머니와 바다』에서 해설 중심으로 살피고 유고시집『하고 싶은 말』을 통해 지명(知命)의 삶을 보았다.
그의 시는 유년시절 내륙 상주의 산하에서에서 장년의 울산 바다로 생활공간이 바뀐 것처럼 정적인 이미지에서 동적 이미지로 시세계의 변모를 보여주었다. 그러난 줄곧 이어진 것이 있으니 첫 시집에 들어있는「사모곡」의 어머니와 행복을 상징하는 파랑새이다. 어머니는 네 번째 시집『어머니와 바다』로 거듭 연계되고 있다. 그뿐 아니라 “세 번 째 시집『연밥 따기』는 팔순의 어머니께 바친다.…나의 시심(詩心)을 길러준 고향 상주와 더불어 어머니는 언제까지나 내 시의 지주(支柱)가 되어주시리라 믿는다.(연밥 따기 책머리에)”라고 적고 있다. 부모은중경을 들지 않더라도 어머니는 사랑과 희생으로 대표되는 보호자로서, 지혜로운 현모로서, 정적(靜的)인 존재로 남아 있다. 윤시인은 불법에 귀의한 어머니를 통해 시를 지탱하고 현실을 파악했으며 파랑새를 통해 행복한 이상세계를 그린 것이다. 어려운 현실을 초극하여 이상세계를 향한 비상을 꿈 꾼 시인이 바로 윤용화이다.
<바로잡음>
상주문화 23호 100쪽에, '치유와 구원의 잠언적 시 - 이창화의 시세계'를
'바람속에 바람처럼 살다간 바람의 시인 - 해명 김완론'으로 바로 잡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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