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문학/동시

청령포 문학기행을 다녀와서

빛마당 2017. 3. 28. 21:57

청령포(淸泠浦)

 

개울하나 건너면 돌아 올 수 없는 길

하늘도 열려있고 땅은 이어 있어도

물길 하나 사이에 두고 마음은 가파른 절벽.

 

열일곱 어린 나이 돌아보며 흘린 눈물

긴 소매 적시고 적셔도 닦아주는 이 아무도 없어

청령포 휘돌아 오는 가랑비가 되었겠지

 

다시 찾은 역사의 흔적 첫 발을 내 딛는데

서늘한 바람소리 내며 다가서는 소나무들이

먹먹한 내 가슴 속에 힘줄을 튕기고 있었다.

 

관음송(觀音松)

 

때로는 한숨소리 때로는 울음소리

날카로운 솔잎을 세워 보고 들은 기막힌 일들

600년 세월을 견딘 솔 한그루 서 있었다.

 

거친 소나무 껍질사이 문득 귀를 열어두면

나이테 한 금 한금 새겨 둔 아픔들이

바람 소리에 풀려나와 하늘을 울리고 있었다.

 

노산대(魯山臺)와 망향탑(望鄕塔)

 

한 걸음 두 걸음 하늘 향한 길을 오르면

깎아지른 절벽 아래로 말없이 흐르는 강

소리 내어 울었을까 긴 한숨만 쉬었을까.

 

 

성삼문, 박팽연, 안평대군, 금성대군...

아버지 문종대왕 할아버지 세종대왕

두고 온 정순왕후 눈물 속에 어리는데

 

차마 어찌 잊을까 꿈에라도 보고픈 얼굴들

저 세상에서 만나고자 하나 둘 올린 돌들이

쌓이고 또 쌓여 하늘에 닿을 탑이 되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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