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문학/산문

237. '감사'라는 말

빛마당 2009. 11. 21. 15:50

 

237. ‘감사’라는 말

 친구 두 사람과 함께 병문안을 하고 돌아오는 길입니다.

많이 수척해진 그의 얼굴을 떠올리면서 젖은 낙엽이 들어 누운 길 만큼이나 허전했습니다.

그리고 별로 시리지 않은 바람임에도 한기가 파고 들어와 옷깃을 여밉니다.

지금 병원에서 고통당하는 친구가 빠른 시간 안에 완쾌되기를 빌었습니다.

그러다가 우리는 그가 퇴원하게 된다면 누구보다 감사하게 될 거라 말했습니다.

그러면서도 우리는 친구처럼 고통당하지 않고 오히려 병문안을 하고 돌아옴에 대해 더 감사해야 한다는 사실은 모르고 있었습니다.

 돌이켜 보면 우리는 일상에서 감사라는 단어를 거의 잊고 사는 편입니다.

오히려 삶에서 조그마한 장애나 어려움이 다가 오면 대부분 먼저 불평과 원망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 어려움이 나로 인함이 아니라 다른 이로 인하여 생긴 것이라고 치부해 버립니다.

뿐만 아니라 늘 내 삶에서 기적과 같은 특별한 일이 일어나기를 은근히 바라며 삽니다.

다른 사람과는 다른, 조금은 특별한 일들. 대부분 그것을 꿈이요 희망이란 이름으로 미화시키면서 말입니다.

 그러나 우리의 삶은 그렇게 만만하거나 쉽지는 않습니다.

기대가 크면 실망이 크듯 기적 같은 꿈 대신 예기치 못한 어려움이나 실망해야 할 일들이 더 많이 생깁니다.

동화 작가 정채봉 씨는 “이 세상의 가장 평범한 하루는 천국의 하루와 같다.”라는 말로 우리를 깨우쳐 주고 있습니다.

한 마디로 평범하게 산다는 그 자체가 감사인줄을 깨달으라는 뜻이겠지요.

우리는 어리석어서 내가 가진 것 중 무엇인가를 잃어버려야 비로소 그것이 매우 소중한 것이었음을 깨닫습니다.

 “눈알이 빠져도 그만하기를 다행이다.”라는 우리 속담도 매사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 감사해야 한다는 뜻이겠지요.

그래서 우리도 일상의 평범함이 더 없는 감사의 조건들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할 것 같습니다.

그래야만 행복해 진다니 말입니다.

 노르웨이의 속담에 ‘감사의 밭에는 그 어떤 불의의 씨앗도 싹트지 못한다.’고 합니다. 

사탄은 주로 미움, 시기, 질투, 원망, 탐욕, 불의, 행악이라는 씨앗을 주머니에 가득 넣어 다니며 사람들의 마음에 뿌리는데 이 씨앗들은 얼마나 충실한지 뿌린 곳마다 실패하지 않고 다 싹이 난다고 합니다. 하지만 단 한 곳, 감사하는 마음에는 아무리 씨앗을 뿌려도 싹이 트지 못한다고 하네요.

 “범사에 감사하라. 이는 예수그리스도 안에서 너희를 향하신 하나님의 뜻이니라.”

 갈라디아 교회에 보낸 사도 바울의 편지를 다시 읽으며 ‘감사’라는 말과 ‘하나님의 뜻’에 대해 묵상해 봅니다.

2009. 11.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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