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문학/산문

269. 어떤 경매(競賣)

빛마당 2011. 10. 6. 20:13

269. 어떤 경매(競賣)

경매란 ‘물건을 사려는 사람이 여럿일 때 가장 높은 값을 부르는 사람에게 파는 일’을 말합니다.

경매의 종류도 다양합니다.

고미술품이나 보석과 같은 고가의 물건도 있고 때로는 연예인, 스포츠 맨, 또는 사회적인 지위를 가진 이들이 평소 아끼는 물품들을 목적있는 행사에 내 놓았을 때 경매가 이루어지기도 합니다.

어느 TV 에서는 훌륭한 아이디어를 가진 사람에게 적절한 경제적 이익을 보장 하고 기업은 아이디어를 경매를 통해 얻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경매는 사고 판 사람은 기쁨으로, 미처 사지 못한 이는 아쉬움으로, 이를 지켜보는 이들은 흥미로움으로 경매장을 가득 채웁니다.

그러나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습니다.

법원이나 집달관이 주도하여 동산이나 부동산을 경쟁하여 파는 경우, 물건을 싼값에 낙찰 받은 이는 기분 좋은 일이지만 파는 이의 입장에서는 가슴 아픈 현장일 수도 있지요.

그런데 참 아름다운 경매의 현장이 있었습니다.

이웃돕기 바자회가 열렸습니다.

원래는 경품으로 나온 자전거 6대를 주최 측에서 경매에 붙인 것입니다.

입담이 좋은 아마츄어 경매사가 가격을 부르기 시작합니다.

5만원부터 출발 한 가격이 조금씩 탄력을 붙이더니 이윽고 11만 5,000원까지 올라갔습니다.

첫 번의 자전거가 11만 5,000원에 팔렸습니다. 두 번째 자전거와 세 번 째는 12만원에 팔렸습니다.

이 경매를 지켜보는 손님들의 호기심도 점점 더해 갔습니다.

이윽고 마지막 자전거가 또 12만 5,000원에 팔렸습니다.

경매사는 모든 경매가 끝났음을 알렸습니다.

그 때입니다. 관중석에 앉아 있던 한 노인이 일어났습니다.

“여러분! 아직 경매가 끝나지 않았습니다. 제가 자전거 한 대를 가져오겠습니다.”

모두들 의아한 눈으로 그를 봐라 봤습니다.

그는 어디선가 자신이 타고 다니던 중고 자전거를 번쩍 들어 무대 위에 올려놓았습니다.

“비록 중고 자전거지만 좋은 일에 쓰십시오.”

어쩌면 장난 끼 있는 노인의 표정을 살피던 경매사는 호기심으로 다시 경매를 시작했습니다.

“ 자, 3만원부터 시작합니다.”

이렇게 시작된 중고 자전거는 마침내 6만원에 낙찰이 되었습니다.

자전거를 구입한 청년이 훌쩍 단상으로 뛰어 올라갔습니다.

그는 자전거를 끌고 한 바퀴 무대 위를 돌더니 말했습니다.

“여러분! 이 자전거를 경매로 내어 주신 분에게 박수를 보내 주십시오.

비록 중고 자전거지만 좋은 일에 사용하라고 주신 것입니다.

하지만 이 자전거는 저분의 유일한 교통수단임을 제가 잘 알고 있습니다.

이분의 고마운 뜻은 마음으로 받고 이 자전거는 다시 그분에게 돌려 드리겠습니다.”

청년은 무대 위를 내려오더니 6만원에 구입한 자전거를 선뜻 그 어른에게 넘겨주었습니다.

여기저기서 박수소리가 터졌습니다. 가을 하늘이 놀랐는지 삽시간에 저녁놀을 비단처럼 펼쳐 내렸습니다.

이웃돕기 바자회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는 아름다운 순간을 모두의 가슴으로 마음껏 누리고 있었습니다.

2011. 10.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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