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문학/산문

277. 호접지몽(胡蝶之夢)

빛마당 2012. 7. 1. 21:47

277. 호접지몽(胡蝶之夢)

2012년 6월 29일 금요일 오후 7시 30분.

오늘도 어김없이 상주 향청(鄕廳)에서는 상주거리문화예술단의 ‘금요고가음악회(金曜古家音樂會)’이 열리고 있었습니다.

오늘의 주제는 ‘호접지몽(胡蝶之夢)’.

장자가 꾼 나비 꿈에 대한 일화이지요.

‘도(道)의 세계에서 보면 만물이 다 같으니 꿈도 현실이고 현실도 꿈이다.’라는 고사로 유명합니다.

향청이라는 고가에서 매주 금요일이면 열리는 이 공연은 관람과 참여가 자유로운 문화공간으로 자리메김하고 있습니다.

거슬러 올라가면 지난 2004년부터 쉬지 않고 이어왔으니 8년의 세월이 흐른 셈입니다.

맨 처음 시작할 땐 문화원 앞 좁은 공간에서 벌인 자기들만의 놀이였다고 생각했습니다.

관람자도, 관심이 있는 사람도 거의 없는, 그래서 자기들끼리 무대를 만들고 자기네들끼리 신나게 공연을 하다가는 어둠 속으로 사라지곤 했습니다.

그러던 이들이 끊임없이 계속하고 노력하자 시민들의 관심과 참여가 높아지기 시작했습니다.

이들의 무대는 마침내 좁은 문화원 앞 광장을 벗어나 임란북천 전적지의 상산관 높은 언덕이었다가, 복룡동 시민공원이었다가, 2010년부터 ‘세계유교문화축전’과 연계하더니 이곳 상주 향청에 터를 잡고 공연을 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인적, 물적 자원의 부족으로 인해 어렵고 힘든 일들이 많았을 것입니다.

이를 이겨낸 그 뚝심이 감동적입니다.

비록 기후관계로 5월부터 9월까지라는 아쉬움은 있지만 한 단체가 쉬지 않고 공연 무대를 이어간다는 것은 전국에서도 흔하지 않는 일이라 생각됩니다.

향청 처마로 어둠살이 끼이자 ‘난타’가 어둠을 밀어내며 공연의 막을 열기기 시작했습니다.

초․중학생들로 이루어진 난타는 그들의 팔놀림과 흘리는 땀만큼 관중의 열기를 끌어올리기에 충분했습니다.

이어 기타리스트 박용범, 통기타 라이브 가수 박수진, 이태동 님의 열창과 연주가 이어졌습니다.

관객들은 이제 어깨춤이나 발바닥 장단을 맞추는 일쯤은 보편화 된 것 같습니다.

무대와 객석의 거리가 점점 좁혀지고 있다는 증거이겠지요.

이어 이 지역 춤꾼 강동인이 검무를 선보였습니다.

음산한 기운마저 감도는 고가에서 번쩍이는 칼날이 어둠을 도려내며 벌이는 한바탕 검무는 보는 이들에게 신비함을 더했습니다.

한 편 무대 옆에서는 트로잉 퍼포먼스 이춘복 씨의 자동차 커스텀페인팅이란 생소한 이벤트가 여는 공연을 시작으로 이루어지고 있었습니다.

오늘의 주제 호접지몽(胡蝶之夢)을 형상화한 그림. 공연 순서가 하나 씩 끝날 때마다 그림 또한 하나의 작품으로 변신을 합니다.

뿜고, 뿌리고 때로는 불태우며 이루어지는 환상의 세계에 관중들 또한 꿈속으로 여행을 하고 있는 가운데 다음 금요일을 기약하며 공연도 서서히 막을 내립니다.

언제일까요?

이 멋진 공연을 보러 전국에서 관광버스를 타고 금요일 저녁을 찾아오는 날은.

상주거리문화예술단과 저만의 호접지몽일까요?

아닙니다. 우리 모두 이들의 공연을 사랑하고 아낀다면 분명 그런 날이 머지않아 오리라고 확신합니다. 힘을 내세요.

상주거리문화예술단 모두!!!

2012. 6.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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