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문학/산문

279. 인삼 파스 다섯 장

빛마당 2012. 8. 1. 22:02

279. 인삼 파스 5장

약국 문이 열리고 허리가 90도로 굽은 할머니 한분이 들어오셨습니다.

“인삼 파스 있어?”

조심스럽게 묻는 할머니는 잔뜩 기대를 하고 오신 듯합니다.

“할머니, 없는데 어쩌죠?”

실망한 눈빛으로 돌아 서는데 약제실에서 나온 약사님이 이것저것 자상하게 물어 봅니다.

“난 인삼파스가 제일 효과를 보거든. 꼭 필요한데...”

“할머니 걱정 마세요. 제가 내일까지 구해 볼 게요.”

할머니는 그제야 마음이 놓인 듯 굽은 허리로 인사를 하곤 문을 열고 나가셨습니다.

팔아봐야 돈도 되지 않는 인삼파스를 왜 구하려고 하는지 불평하는 직원을 뒤로하고 약사님은 이곳저곳 전화를 합니다.

한참이나 전화를 하던 약사님의 얼굴에 마침내 웃음이 번집니다.

곁에서 이 모습을 본 나도 웃으며 며칠 전에 읽은 ‘그들의 성공엔 특별한 스토리가 있다’가 생각났습니다. ‘한 발 앞서가는 기업들의 남다른 1%’라는 부제가가 달린 이 책의 중간쯤에는 일본의 다이신 백화점 성공사례가 소개되고 있었습니다.

“고객이 원하는 ‘바로 그것’을 판다.”

이 말은 곧 다이신 백화점 니시야마 사장의 경영방침입니다.

다이신 백화점의 성공 비결은 어찌 보면 다소 비효율적이고 상식을 벗어난 것들 이었습니다.

한두 사람이 찾는 물건이 있다면 그들을 위해 그것을 준비해두고, 별 이윤이 남지 않는 배달 도시락 사업도 벌이는 백화점.

지갑이 얇은 노인들을 위해 삼겹살 세 점짜리나 생선회 세 점짜리는 물론 김밥 한 알의 상품도 준비해 두었고, ‘고객이 행복해야 기업이 행복하다’는 고객 제일주의 정신이 그들의 생활에 깔려 있었습니다.

경영의 목적은 첫째가 이윤입니다.

흔히 말해 적은 투자로 최대의 이익을 얻는 것이지요.

그러나 오늘날 정서는 경제적 이익도 중요하지만 인간적 배려가 없으면 성공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이를 알고 있으면서도 실천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제품의 가격이 코스트보다 작아 노력에 비해 이익이 별로일 때 고객 중심보다는 이익 중심이 되기 때문입니다.

다음날 또 약국을 찾았습니다.

반갑게 맞이해 주는 약사님과 인사를 나누면서 진열장을 살펴보았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인삼파스 5장이 가장 눈에 잘 띄는 곳에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약국 안에는 인삼파스 향기보다 더 훈훈한 약사님의 미소로 가득 넘치고 있었습니다.

2012. 7.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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