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팀대를 세우며
김재수
아빠가 토마토, 고추, 가지에게
버팀대를 세우는데
마음대로 꽃 피렴
열매도 주렁주렁
비가와도 괜찮아
바람 불어도 걱정 마
노래를 하다가
문득
굵은 팔뚝 검게 탄
아빠를 보았다
그렇구나! 아빠는 늘
우리 집의 버팀대셨구나.
2024.6.6.
민들레
김재수
길가 외진 땅을 환하게 밝히다가
어느새 하얀 씨앗 구름 꽃 관 쓰더니
바람에 다 내어주고 허허로운 민둥 머리
젊었을 적 할머니 민들레보다 고왔는데
일곱 남매 고이 길러 둥둥둥 다 떠나보내고
동구 밖 바라보시는 파뿌리 우리 할머니.
2024.6.6.
플라워 카페 오만 번
김재수
첫 발걸음부터
꽃들이 반기는 카페
출입문에 하얀 글씨
“오만 번의 행운이 온 사람도 있답니다.”
들어서면 저절로 기분이 좋다
어쩌면 나도
오만 번째 행운의 주인공 일 수 있으니
네 잎의 행운을 찾으려
행복의 클로바를 밟지 않아도 좋아
앉아 있기만 해도 저절로
찾아오는 오만 번의 행운
아니 그 숫자에 묶인 행운
다가오지 않으면 어때
차향과 꽃향과 감미로운 음악
찻집 주인의 넉넉한 웃음
따뜻한 사람들이 나누는 삶의 향기가
이미 나에겐 행운인 것을
주황색 환한 벽에
하얀 글씨 정갈한
‘플라워 카페 오만 번’
차향과 꽃향과 감미로운 음악
찻집 주인의 넉넉한 웃음
따듯한 마음을 나누는 이들이 그리워
오늘도
나는 행운을 만나러 간다.
2024. 6.11.
땅 심
김재수
모내리를 하거나
고추, 가지, 들깨, 참깨 모종을 심으면
새 땅에 뿌리 내리려
애를 쓰는데
흙의 가슴은 참 넓어
지구라는 땅과 닿아 있잖아
그래서 지구가 온 힘으로 도와 주나 봐
그런데 아버지는 어찌 아실까
‘허허
이놈들이 땅 심을 받았구나.‘ 하시잖아.
2024.6.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