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문학/동시

그 자리 외 3편

빛마당 2025. 4. 4. 16:49

그 자리

 

김재수

 

봄부터 여름 내내

기다렸다

긴 의자에 네 자리 남겨 놓고

 

벚꽃 피기 전 올 거라고 했는데

5월 장미가 피었다 지고

6월 뻐꾸기소리 산을 넘는데

 

오늘도 푸른 바람만 가득한

그 자리

 

들꽃 하나 놓고 간다

행여 몰래 다녀갈까.

2024. 6.17.

 

뻐꾸기

 

김재수

뻐꾹 뻐꾹

오월이 오더니

 

뻐꾹 뻐꾹

유월이 갑니다

 

산과 들에

푸른 물결을 남기고

 

산과 들에

푸른 노래를 남기고

2024. 6.19.

 

하지

 

김재수

 

일 년 중 오늘

낮의 길이가 가장 길단다

해님이 달님에게 말했어

 

그래?

내가 조금 씩 조금 씩 양보해서 그런 거야

 

이제부터는 내가 조금씩 양보할게

해님이 달님에게 말했어

 

그래 우리 동지 날 다시 만나자

달님이 해님에게 말했어.

2024.6.21.

 

로봇 커피자판기

 

 

김재수

 

콕콕 단추를 눌러

계산을 하고

톡톡 단추를 눌러 주문을 한다

 

눈말 깜빡거리던 로봇이

이리저리 팔을 움직여

뽑아주는 커피 한 잔

 

고마워요

서로 나누는 인사가 없어서일까

 

커피는 따뜻한데

허전한 커피 잔

2024.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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