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문학 558

아침을 여는 동시 '콩알 하나'

김재수 '떡잎' 박원지 기자 입력 : 2022. 11. 01(화) 09:49 밴드트위터페이스북카카오스토리가가 김재수 '떡잎' 깨물어도 열리지 않던 콩알 하나 땅속에서 무슨 일 일어났는지 떡잎 한 장 좌우로 반쪽씩 나누어 가졌다 딱딱한 것도 풀리면 모든 것을 품는가 보다 열린 떡잎 사이로 연둣빛 새로운 싹이 올라오는 게 보인다. ........................................... 현생 인류인 내가 있기까지는 최소 30만 명의 선조가 있었다. 그러니 지씨, 천씨, 추씨, 마씨, 갈씨, 피씨는 물론 김이박 성씨도 다 내 선조이다. 그렇다면 콩씨 속에는 몇이나 되는 성씨가 들어있을까? 이 단단한 콩알이 땅속에서 떡잎을 반쪽씩 나누고 다시 새로운 싹을 올린다. 세상도 하늘과 땅으로 반쪽..

윤동주 문학관에서

윤동주 문학관에서 성북동 시인의 언덕 첫 입새에서 얼굴을 하얗게 내민 집을 만났어요 윤동주 이름보다 아주 작은 집 바깥벽엔 예쁜 세로글씨 「새로운 길」이라는 시가 마중을 하는데 방안에는 그의 시집과 시들이 집보다 더 많았어요 이슬같이 별을 노래했던 시인의 엷은 미소는 금방 내 손을 잡아 줄 듯한 이웃집 형님의 모습 경사진 길을 내려서자 감옥 같은 눅눅한 방 녹 슬은 한쪽 벽에서 나라 잃은 슬픔을 노래하다 스러진 별처럼 스물아홉 젊음 기다려 주지 않은 야속한 광복의 날 속상한 마음으로 문을 나서는데 네모 난 하늘에서 가을 햇살이 서시처럼 잔잔히 내리고 있었어요. 2022.10.25. 상주문학 문학기행집

심우장

심우장(尋牛莊) 만해 할아버지가 사셨단다 조선총독부 건물이 보기 싫어 남들이 다 좋아하는 남쪽을 등지고 북쪽을 향해 지었다는 집 할아버지가 심었다는 조선 향나무가 가을빛에 더 푸르고 오세창 할아버지가 썼다는 심우장 편액이 여전히 흰빛을 발하고 있었어 얼마나 속상했으면 남들이 싫어하는 북쪽을 향해 돌아앉았을까 등 뒤로 쉼 없이 다가왔을 총독부의 유혹 한 마리 소가 먼 길 돌고 돌아 제 자리를 찾듯 광복의 날을 꿈꾸며 사신 할아버지 앉았던 자리 아직 따스했어. 2022. 10.22. 상주문학 문학기행집

청와대에서

청와대에서 줄을 따라 줄을 설만큼 수많은 사람들 살펴보니 모두 호기심 가득 구경꾼 이다 날아 갈 듯 푸른 기와집 아름드리 기둥과 높다란 천정 방마다 금빛 탁자와 의자 지키고 선 건 태극기와 봉황기 사람은 많아도 온기 없는 집이 어느 듯 박물관이 되어 잘 손질된 나무와 풀과 꽃들이 모처럼 찾아온 구경꾼들을 오히려 신기한 듯 구경을 하고 있다. 2022.10.22. 상주문학 문학기행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