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문학/동시 466

땅콩

땅콩 키 작은 아이에게 땅콩 같다고 나를 빗대지 마 다른 콩은 하늘 보고 자랄 때 나는 어두운 땅 속에서 하늘을 꿈꾸며 살았지 잎과 줄기를 통해 해와 바람과 빗소리를 들으며 나를 키워 쥐눈이콩, 검은콩, 완두콩, 메주콩, 유월콩 강낭콩, 제비콩.... 어느 콩 보다 굵고 듬직한데 내 어디가 모자라 땅콩 같다고 하는지 이런 말 이젠 그만. 2022.9.23. 푸른잔디 2022

독도의 별

퍽 오래되었다. 독도에서 안용복을 기리는 문화제가 울릉도에서 열렸다. 이 때 박찬선, 이승진 선생과 함께 시화를 제출하여 전시를 하고 독도에서 안용복 장군을 기리는 고유제를 올리고 돌아 왔다. 울릉군청 행정선을 타고 독도에 다녀 오너라 모두들 배멀리로 고생을 한 경험이 있었다. 지난 2022년 9월 어느 날 경북도청의 김남일 담당자가 이 전시작품을 보관하고 있다가 낙동강문학관 방문시에 돌려 주고 갔다. 기념으로 이곳에 올린다.

바람 외 호박꽃

바람 바람이 쉬는 걸 알 수 있니? 바람이 자는 걸 본 일 있니? 쉿! 작은 풀잎이 입을 모으고 작은 이파리들이 숨을 죽이고 꼼짝하지 않을 때 자세히 보렴 바람이 지금 쉬는 중이야 바람이 지금 자는 중이야. 2022.7.26 호박꽃 웃는 웃음도 크고 환해서 꿀벌에게 열어 주는 가슴도 넉넉하다 성큼성큼 뻗어가는 덩굴 마디에 조롱조롱 맺은 애호박도 튼튼하다 땡볕도 소나기도 우산처럼 가려 주는 넓은 이파리 아래 한 아름도 넘치는 누런 호박덩이 누렇게 잘 익히는 꿈도 풍성하다. 2022. 7.26

꽃밭에서 외

꽃밭에서 꽃과 내가 마주 앉아 한참이나 바라보았어. 서로가 하는 말을 알지 못해도 좋아하는 마음 눈빛으로 알 수 있었어 네가 나에게 꽃인 것 같이 나도 너에게 꽃이었으면 좋겠어. 2022.7.19. 산길에서 골짝 물소리 따라 콧노래를 불렀는데 “푸드덕” 장끼 한 마리 갑자기 날아올랐다 내가 너를 놀라게 했니? 네가 나를 놀라게 했니? 나도 놀라고 꿩도 놀라고 숲도 놀라고 내가 너를 놀라게 했구나. 2022. 7.20 꽃밭에서 벌과 나비는 눈이 밝은가 코가 좋은가 꿀이 있는 곳이랑 향기 나는 곳에만 찾아오는 걸 보면 내 눈은 밝지 못한가 봐 내 코도 시원치 않은가 봐 곱게 핀 꽃 고운 향기 그냥 지나치기는 거 보면 2022.7.20. 꽃밭에서 꽃이 아픈 거 같다 잎과 줄기에 힘이 없다 왜 그럴까 마주 앉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