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자리와 그자리 내 자리 화단 귀퉁이 패랭이꽃 큰 바위 밑 푸른 이끼 바람이 물었어 네가 왜 거기 있니? 그래요 이 자리는 내가 꼭 필요하데요. 2022. 3.19 그 자리 그 자리에 또 피었다 패랭이꽃 뿌리 채 뽑아내려고 안간힘을 썼는데 여기가 제자리라며 보랏빛 얼굴로 또 피었다 뽑아내려던 손을 거두었다. 2022.3.19. 나의 문학/동시 2022.04.14
이상한 웅변 외 친구에게 이상한 웅변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고 이 연사 소리 높여 외칩니다 뭉치면 죽고 흩어지면 산다고 이 연사 소리 높여 외칩니다 허 그것 참. 2022.2.13. 친구에게 몸을 멀어도 마음은 가까이 한다지만 전학 간 네 모습 희미해진다 조금씩 오고 가던 소식도 조잘대던 말 수도 뜸해지는 걸 보니 손가락 걸고 다짐했는데 너도 그러니? 나만 그런 거니? 몸과 마음은 함께 있어야 한다는 걸 알 것 같아 조금은. 2022. 2.13. 나의 문학/동시 2022.04.14
목발 외 섯달 그믐날 목발 내 아픈 다리만큼 누르는 힘으로 너를 힘들게 해놓고 네가 떠받치는 힘으로 내 겨드랑이가 아파 몇 번이나 버리고 싶었는지 참으로 오래 동안 힘들어 하면서 서로 기댔는데 하얀 석고붕대를 훌훌 풀어 던지고 난 후 어딘가에 버리고 잊었지 뽀얀 먼지 묻은 너를 뒤 곁에서 다시 만난 오늘 아픈 내 다리를 대신해준 네게 미안해 겨드랑이 안으로 깊숙이 너를 껴안고 속상했을 네 마음을 꼭 품어 본다. 2022. 1.25. 섣달 그믐날 꿈을 꾸었어 하나님이 나와 달팽이랑 달리기를 시켰어 “15초 동안 열심히 달려봐” 나는 100m 달팽이는 1cm 내가 이겼다고 좋아했는데 하나님이 주신 상장엔 커다랗게 찍힌 빨간 도장 “둘 다 열심히 했음으로 칭찬함” 2022.2.1. 나의 문학/동시 2022.04.14
숙제 숙제 감기로 결석한 날 숙제를 내셨다 카톡으로 너무하신 선생님 새소리, 바람소리 듣기 5분 하늘보기, 창밖으로 별보기 5분 눈감고 친구들 생각 3분 마지막 선생님 생각은 1분만 쉽고도 어렵다 선생님 숙제 2022.1.26. 나의 문학/동시 2022.01.27
목발 목발 내 아픈 다리만큼 누르는 힘으로 너를 힘들게 해놓고 네가 떠받치는 힘으로 내 겨드랑이가 아파 몇 번이나 버리고 싶었는지 참으로 오래 동안 힘들어 하면서 서로 기댔는데 하얀 석고붕대를 훌훌 풀어 던지고 난 후 어딘가에 버리고 잊었지 뽀얀 먼지 묻은 너를 뒤 곁에서 다시 만난 오늘 아픈 내 다리를 대신해준 네게 미안해 겨드랑이 안으로 깊숙이 너를 껴안고 속상했을 네 마음을 꼭 품어 본다. 2022. 1.25. 나의 문학/동시 2022.01.27
자장면 사먹기(1) 자장면 사먹기(1) 마스크는 쓰셨죠? 체온도 재시고 아참 소독제로 손을 소독 하셔야지요 하루에도 몇 번씩 소독하는 손 손바닥이 부풀다 벗겨지는데 백신은 맞으셨나요? 세 번 다 보여주세요 증명서 좋아요 이번에는 여기에 전화 한 통만 080-531-**** 감사합니다 앉으셔도 되요 자! 여기에 자장면 두 그릇. 2022.1.10 나의 문학/동시 2022.01.11
순이에게 순이에게 줄넘기를 하다가 발목을 다쳤다는 금이 간 것도 아니고 부러졌다는 기별에 내 발목이 저려왔어 코로나 19로 인해 찾아 볼 수도 없는 병실 석고붕대를 한 너의 모습 때문일까 사방이 잠시 하얗게 보였다 이 겨울 지나면 일어 설 수 있을 테지 기도하는 마음으로 길을 가는데 겨울나기 준비하는 가로수 밑 둥마다 칭칭 감겨진 보호대가 네 발목을 감싸고 있는 석고붕대로 보였다. 2022. 1.4 나의 문학/동시 2022.01.07
왜 그럴까? 왜 그럴까? 우리 집 창가에 찾아와 노래하는 새들 새소리 들으면 콧노래가 절로 나오고 마음이 절로 상쾌해 지는데 이상해 어른들은 후여! 저놈의 새 시끄럽고 똥만 싼다며 화내는 걸 보면. 2021.12. 22 나의 문학/동시 2022.01.07
낙엽 낙엽 김재수 봄, 여름, 늦은 가을까지 붙박여 있던 이파리 홀가분하게 손을 놓았다 바람이 불면 이리저리 몰려다니다 가을비에 모여 젖고 있지만 좋겠다 성적표에 매달려 허둥대는 나를 보면서 2021. 12. 29. 나의 문학/동시 2022.01.07
냉장고 청소 냉장고 청소 김재수 보물도 아닌 것들이 자꾸 나왔다 아낀다고 저만치 밀어 넣어 둔 것들 시간이 지나면 쓸모없다는 거 엄마는 아깝다지만 다시 넣을 수 없는 것들 배속에 잔뜩 껴안고 얼마나 답답해했을까 빈자리 생길 때마다 채한 듯 했던 내 가슴이 뻥 뚫린 듯하다. 2021.11.6. 나의 문학/동시 2022.01.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