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문학/동시 466

코로나 일기

코로나 일기 김재수 1. 아차! 숙제 챙겼지? 미술 준비물도 비오는 날은 챙길 것이 더 많아 우산, 비옷, 장화... 급하게 막 문을 나서는데 아차! 또 챙기지 못했네 이놈의 마스크. 2021. 5.1 2. 거리 두기 가끔 챙겨오지 못한 학용품 눈치만 보내도 금방 아는 내 짝꿍 곁에 앉아야 할 짝꿍이 한 칸 건너 앉았다 애를 쓰도 좀처럼 통하지 않는 눈짓 이제 알았다 한 칸 건너가 이렇게 먼 줄을. 2021. 5. 1. 3. 말이 안 되는 말 네 모습 잊어 버릴까봐 겁나 가릴 것 없는데 반 쯤 가리고 있으라니 가까이 봐도 더 보고 싶은데 다가서지 말고 저만큼 떨어져라 해놓고 ‘마음은 가까이’ 말이 되니? 2021.5.1. 4. 점심시간 마주 보며 먹어야 좋지 웃기도 하고 이야기도 하고 그래야 소화도 잘 ..

엄마

엄마 김재수 마음에도 구름이 끼어 가슴 먹먹해 지고 가로등 없는 골목길처럼 앞도 뒤도 안 보일 때 이런 저런 속상한 일들 내가 미워지고 토라진 마음 풀리지 않고 더 단단히 얽힐 때 즐겁고 신나는 날에는 잊고 있었는데 부르고 싶어 기대고 싶어 엄마라는 그 이름을 부르면 금방 다가와 파란 하늘이 열리고 기대면 따스하게 안아 보듬어 주는 가슴 생각만 해도 그렁그렁 눈시울 젖어와 마른 가슴에 싹이 트는 봄비 같은 우리 엄마 2021.1.8.

약속

달성공원 키다리 아저씨 김 재 수 달성공원에 갔었어 없는 거 빼곤 다 있다는 동물원 그림책이나 TV에서만 보던 거 실제로 본다는 호기심 잔뜩 안고 갔었지 우리 집 보다 훨씬 큰 대문이 문을 활짝 열어놓고 나를 반기는데 이게 뭔 일이래? 대문 문짝만큼 높은 키에 수줍게 웃고 선 이상한 아저씨 영화에서 본 킹콩이 옷을 입고 있는 줄 알았지 구경 잘 하라고 솥뚜껑 같은 손을 흔들어 보이던 키다리 아저씨 첨 본 신기한 동물보다 오래 기억 속에 남아 있는 달성공원 앞 키다리 아저씨 스핑크스의 미소. 2020. 9.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