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문학/동시 483

버팀대를 세우면 외3편

버팀대를 세우며 김재수 아빠가 토마토, 고추, 가지에게버팀대를 세우는데 마음대로 꽃 피렴열매도 주렁주렁 비가와도 괜찮아바람 불어도 걱정 마노래를 하다가 문득굵은 팔뚝 검게 탄아빠를 보았다 그렇구나! 아빠는 늘우리 집의 버팀대셨구나.2024.6.6.  민들레 김재수 길가 외진 땅을 환하게 밝히다가어느새 하얀 씨앗 구름 꽃 관 쓰더니바람에 다 내어주고 허허로운 민둥 머리 젊었을 적 할머니 민들레보다 고왔는데일곱 남매 고이 길러 둥둥둥 다 떠나보내고동구 밖 바라보시는 파뿌리 우리 할머니.2024.6.6. 플라워 카페 오만 번  김재수 첫 발걸음부터꽃들이 반기는 카페 출입문에 하얀 글씨“오만 번의 행운이 온 사람도 있답니다.” 들어서면 저절로 기분이 좋다어쩌면 나도오만 번째 행운의 주인공 일 수 있으니 네 잎의..

조홍시가 외 2편

조홍시가(早紅枾歌)*를 읽고 김재수 노계문학관에 걸린감 홍시 노래 한 편 엄마 아빠에게 물었다바나나, 망고, 사과, 귤...어떤 것을 좋아하세요? 엄마는 귤을아빠는 사과를 좋아 하신단다 오늘 저녁엔귤과 사과를 사 드려야지  2024.6.4.* 노계 박인로 선생의 시조 선죽교(善竹橋)를 걸으며 김재수 정몽주 선생을 기리는임고서원(臨皐書院) 들머리에 개성의 선죽교를본 따서 만든 다리 역사의 한 마디를가위로 싹둑 잘라여기 이 자리에왜 다시 세웠을까? ‘이 몸이 죽고 죽어 일백 번 고처 죽어’ 선생의 단심가* 한편이불현 듯 살아와 오백년 시간이 흘렀는데그 다리를 쉽게 건너지 못했다.2024.6.4.* 정몽주 선생의 시조 개망초 김재수 사람들은 너를개망초라 불러 어떤 이들은계란꽃이라고 불러 넌 어떤 이름이 좋아?..

꽃봉오리 외 2편

꽃봉오리 터지다 김재수 밤새 끙끙 앓았는지아말릴리스 꽃대가 흠뻑 젖었다 꽃봉오리가열리는 순간 얼마나 아플까?살갗이 조금씩 터진 후에야수줍게 꽃잎이 열렸다 한 송이 꽃을 위해한 겨울을 견디더니 오늘 마침내내 곁으로 왔다.2024.5.7. 현대문예 보냄 5월은 파도 김재수 파도는바다에만 있는 줄 알았는데5월은 어디에나 파도다 청 보리밭위로 부는 바람청 보리 물결이 그냥 파도다 하루에도 쑥쑥 키가 크는 산산등성이가 넘실넘실 그냥 파도다 아카시아, 찔레꽃, 이팝나무, 장미꽃숨 쉬는 자리마다 향기도 파도다.2024.5.16. 아프다는 말 김재수 감기 몸살로 아파 누웠다는 그 말 한마디에 신나는 휴대폰 게임도시들해 졌다 오늘은 종일 나도 아프다.2024.6.3.

뚫어 손 외 2편

뚫어 손 김재수 속이 불편하다 했더니체한 거란다 손가락을 바늘로 따고배를 손으로 비비고트림을 해 보라는 할머니 끄르륵-나도 몰래 트림이 나왔다 오! 이런트림 한 번에 편해 진 내 속 우리 할머니는 뚫어 손.2024.4.25. 노춘(老春) 나들이 김재수 은퇴자 모임 여행가는 날만나는 이들 살아 있음에잡은 손이 따스하다 보이지 않는 몇 몇 얼굴들하늘의 부름을 받았거나어느 노치원(老稚園)으로 출근 했다는먹먹한 소식 태어나면서 누구나 받아 놓은 소환장(召喚章)통보 날을 기다리는 게 삶인데차창으로 스치는 5월 그 푸름에검버섯 돋은 손등에도 힘줄이 돋는다 오늘 여행이 어쩌면... 구순(九旬)의 굽은 허리 지팡이로 세월을 펴는데 느릿한 걸음 등 뒤를5월의 바람이 푸르게 밀고 있다.2024. 4.26 할머니의 시집(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