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문학 558

순이에게

순이에게 줄넘기를 하다가 발목을 다쳤다는 금이 간 것도 아니고 부러졌다는 기별에 내 발목이 저려왔어 코로나 19로 인해 찾아 볼 수도 없는 병실 석고붕대를 한 너의 모습 때문일까 사방이 잠시 하얗게 보였다 이 겨울 지나면 일어 설 수 있을 테지 기도하는 마음으로 길을 가는데 겨울나기 준비하는 가로수 밑 둥마다 칭칭 감겨진 보호대가 네 발목을 감싸고 있는 석고붕대로 보였다. 2022. 1.4

10. 간호사

10. 간호사 삼복더위에 우주복 같은 방호복 입은 간호사 누나 흐르는 땀에 이마며 콧등이 눌려 반찬고까지 붙였다 병실 하얀 벽에 지친 듯 기대앉은 모습을 보다가 마스크 쓰고 투정부린 내가 부끄러웠다. 2021.10.5. 11. 체온 측정기 마스크를 쓴 채 설 때마다 주눅이 든다 36.5 정상입니다 보이지도 않은 내 몸의 온도를 알다니 가끔은 속마음 들킬까봐 옷깃을 여미고 선다. 2021.10.5.

정지용 시인 생가(生家)에서

정지용 시인 생가(生家)에서 동그마니 앉은 초가 부엌문 곁 사적지 문패가 푸른 녹이 슬고 있다 잘 비질 된 흙 마당에는 해 그림자 사이로 촉촉하게 물기가 젖어오고 꽃밭 한 쪽엔 빨갛게 익은 꽈리들이 꽃등을 달고 있다. 마당 언저리 ‘향수’ 노래 속 얼룩배기 황소 한 마리 한가롭게 되새김질을 하는데 생가 안방 액자 안에 시인이 쓴 ‘할아버지’ 시 한편 기웃대는 나그네들 헛기침 소리에 액자 밖으로 문득 고개를 내밀고 있었다. 2021. 10.2. 2021 상주문학 33집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