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이에게 순이에게 줄넘기를 하다가 발목을 다쳤다는 금이 간 것도 아니고 부러졌다는 기별에 내 발목이 저려왔어 코로나 19로 인해 찾아 볼 수도 없는 병실 석고붕대를 한 너의 모습 때문일까 사방이 잠시 하얗게 보였다 이 겨울 지나면 일어 설 수 있을 테지 기도하는 마음으로 길을 가는데 겨울나기 준비하는 가로수 밑 둥마다 칭칭 감겨진 보호대가 네 발목을 감싸고 있는 석고붕대로 보였다. 2022. 1.4 나의 문학/동시 2022.01.07
왜 그럴까? 왜 그럴까? 우리 집 창가에 찾아와 노래하는 새들 새소리 들으면 콧노래가 절로 나오고 마음이 절로 상쾌해 지는데 이상해 어른들은 후여! 저놈의 새 시끄럽고 똥만 싼다며 화내는 걸 보면. 2021.12. 22 나의 문학/동시 2022.01.07
낙엽 낙엽 김재수 봄, 여름, 늦은 가을까지 붙박여 있던 이파리 홀가분하게 손을 놓았다 바람이 불면 이리저리 몰려다니다 가을비에 모여 젖고 있지만 좋겠다 성적표에 매달려 허둥대는 나를 보면서 2021. 12. 29. 나의 문학/동시 2022.01.07
냉장고 청소 냉장고 청소 김재수 보물도 아닌 것들이 자꾸 나왔다 아낀다고 저만치 밀어 넣어 둔 것들 시간이 지나면 쓸모없다는 거 엄마는 아깝다지만 다시 넣을 수 없는 것들 배속에 잔뜩 껴안고 얼마나 답답해했을까 빈자리 생길 때마다 채한 듯 했던 내 가슴이 뻥 뚫린 듯하다. 2021.11.6. 나의 문학/동시 2022.01.07
10. 간호사 10. 간호사 삼복더위에 우주복 같은 방호복 입은 간호사 누나 흐르는 땀에 이마며 콧등이 눌려 반찬고까지 붙였다 병실 하얀 벽에 지친 듯 기대앉은 모습을 보다가 마스크 쓰고 투정부린 내가 부끄러웠다. 2021.10.5. 11. 체온 측정기 마스크를 쓴 채 설 때마다 주눅이 든다 36.5 정상입니다 보이지도 않은 내 몸의 온도를 알다니 가끔은 속마음 들킬까봐 옷깃을 여미고 선다. 2021.10.5. 나의 문학/동시 2022.01.07
수평선 수평선 바다가 나누었을까 하늘이 나누었을까 하늘과 바다 사이 가로로 그은 뚜렷한 선(線) 하나 닿아도 떨어진 듯 떨어져도 닿은 듯한데 안개 잔뜩 낀 날 하늘과 바다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나누었던 그 진한 자리 사라지고 안보였다. 2021.10.4. 2021 상주문학 33집 게재. 나의 문학/동시 2022.01.07
정지용 시인 생가(生家)에서 정지용 시인 생가(生家)에서 동그마니 앉은 초가 부엌문 곁 사적지 문패가 푸른 녹이 슬고 있다 잘 비질 된 흙 마당에는 해 그림자 사이로 촉촉하게 물기가 젖어오고 꽃밭 한 쪽엔 빨갛게 익은 꽈리들이 꽃등을 달고 있다. 마당 언저리 ‘향수’ 노래 속 얼룩배기 황소 한 마리 한가롭게 되새김질을 하는데 생가 안방 액자 안에 시인이 쓴 ‘할아버지’ 시 한편 기웃대는 나그네들 헛기침 소리에 액자 밖으로 문득 고개를 내밀고 있었다. 2021. 10.2. 2021 상주문학 33집 게재 나의 문학/동시 2022.01.07
텃밭일기 고구마 텃밭 일기 1. 고구마 심기 엄마가 세 마디씩 자른다 잘 자란 고구마 순을 이상하다 뿌리도 없는 순 이랑에 빗겨 심겨 가뭄을 견디는 고구마 순 참고 견뎌야 많이 달린단다 고구마는 마른 줄기사이로 새순이 돋았다 참새 부리 같은 씩씩하다 뿌리도 없는 줄기에 저렇게 새순이 돋는구나. 2021. 10.1 2021년 푸른잔디 37호 나의 문학/동시 2022.01.07
감나무 감나무 김재수 호박순 연한 줄기에 어깨 잠시 빌려주더니 여린 가지가 등짐을 지고 섰다 허리가 휘도록 매달린 누런 호박 두 덩이 가을바람에 잎 지듯 떨어지면 어쩌나 굽은 허리 펴지 못해도 잘 견디고 섰다. 2021.9.24. 2021년 푸른잔디 37호 나의 문학/동시 2022.01.07
웃긴다 웃긴다. “아이쿠 구린내야” 돼지우리 지나다가 코를 막았다 “냄새를 잘 맞는다는 건 코로나에 걸리지 않았다는 거란다” 아빠의 말씀 웃어야 할까 울어야 할까 2021. 7. 30. 나의 문학/동시 2022.01.07